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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육백산과 무건리 이끼계곡

by 즐풍 2019. 6. 27.

 

 

 

 

탐방일자 2016.7.9.토  11:00~18:16(이동시간 7:18, 이동거리 17.05km)  날씨: 다소 흐림

 

 

엥!!!

육백산이라고?

설마 숫자 600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명칭의 유래를 찾아본다.

육백산은 고위평탄면이 넓어 일찍이 화전으로 개간되어 조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하여 육백산으로 지었다고 한다.

강원도엔 고랭지채소가 재배되는 이런 고위평탄면이 참 많다. 

이런데서 수확되는 채소는 기온이 낮아 수분 증발이 적고 병충해 피해도 적어 농약 사용도 적다고 하니 웰빙식품이다.

 

육백산 외에도 숫자가 들어간 산 이름 얼마나 되는지 찾아본다.

유감스럽게도 1이 들어가는 산은 없고 2부터 9까지 들어가는 산은 참 많다.

2는 이방산, 이봉산, 이영산, 이성산 등이 있다.

3은 우리 지역과 가까운 삼각산부터 삼성산 삼악산 등 제법 많다.

4는 사금산, 사달산과 사명산, 사방산 등이 있다.

5는 오대산 오봉산 등이 있는데, 오봉산은 전국에 꽤 많은 산이 있다.

6의 숫자를 가진 산은 육백산과 육화(六花)산이 전부다.

7, 8, 9와 관련된 산 중에 칠봉산이나 팔봉산, 구봉산처럼 봉우리 숫자로 지은 이름이 유독 많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서 2016.5.24 배포한 전국 7,396개 산 중에

삼봉산 21개, 오봉산 46개, 칠봉산 9개, 팔봉산은 공교롭게도 8개, 구봉산 20개 등이 조회된다.

4의 숫자가 싫기때문인지 다행히 사봉산은 없다.  

 

그러면 10 이 들어간 산은 없을까?

십자봉이 있긴 하지만, 특정 봉우리를 지칭하니 산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 큰 숫자로 된 산은 뭐가 있을까?

큰 암봉에 쉰 개의 우물이 있다는 쉰음산과 백악산, 백원산이 있다.

그러고보니 단위가 더 큰 천성산도 있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대중을 이끌고 화엄경을 설법하여 그들 모두가 득도하여 성인이 된 산이라는 불심 깊은 산이다.

이 외에도 천금산, 천두산, 천만(千萬)산, 천봉산 등이 확인된다.

강원도 화천에는 만산이 있는데 유래를 찾을 수 없는게 아쉽다.

만경산이니 만대산 등 만(萬)자가 들어간 산도 제법 많다.

마지막으로 놀랄 산 이름은 억산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수많은 명산 중의 명산이라는 뜻의 억만지곤(億萬之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밀양과 청도 사이에 있는 산으로 막상 산행기를 찾아보니 크게 눈에 뛰는 명산은 아니다.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자 뻥이 쎈 중국은 이미 당나라 때 이태백이 달나라에 가서 계수를 찍고 왔다고 했다는데,

억산의 이름을 지은 사람 역시 뻥쟁이거나 이 산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 지역 주민이겠다.

화폐가치가 점점 떨어져 오만원권 지폐를 사용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화폐개혁 없이 가치가 더 떨어져 십만원권 지폐를 사용하는 날이 오면 덩달아 단위가 올라가 억산에 더하여

조산이니 경산, 해산이니 하는 등의  산 이름도 인플레가 유발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육백산 등산지도

 

일산에서 네 시간 반을 달려왔으니 꽤 먼 길이다.

강원도 삼척의 첩첩산중하고도 산 중턱에 떡하니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가 있다.

1939년 삼척공립직업학교에서 삼척대학교로 승격한 이후 2006년 강원대학교와 통합된 곳이다.

대학캠퍼스를 통과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대학교 경계에 있는 소나무와 쉼터

 

약 한 시간 정도를 이런 밀림을 지나 육백산 정상을 가는 능선과 만난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크게 험로가 없으니 산행은 아직 여유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등산객의 통행이 별로 없다보니 등로에 잡풀이 많아 반바지나 반팔인 사람은 수풀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육백산은 능선이 뾰족한 능선이 없어 좌우로 조망은 없다.

산행 들머리가 대략 700~800m 지점이므로 잠시 끙끙거리며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부근엔 읍 소재지 하나 정도가 들어 앉을 정도의 고위평탄면이므로 등산이라기 보다는 여유로운 트래킹이다.

 

여름 한철 이끼폭포를 보려는 탐방객을 위해 육백산은 부수적인 코스일 뿐이다.

오늘 함께 한 45명의 회원 중 23명은 육백산을 경유하고 22명은 이끼폭포만을 즐기게 된다.

 

오늘 걷는 육백산은 가도가도 끝이 없을 만큼 드넓은 고위평탄면이다.

웬만한 시골의 읍이나 면 단위가 하나 들어앉고도 남을만큼 넓으니 육백석이란 산 이름이 틀리지 않다.

화전으로 이용했을 이 고원엔 1970~80년대 치산녹화 사업이 한참이던 때 심은 나무인지 몰라도 속성수인 낙엽송이 빽빽하다.

이제는 좀 더 가치가 높은 고급 수종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끝없이 걷고 걸어 낙엽송지대를 벗어나니 시원한 참나무숲이다.

요며칠 비 온 끝이라 공기는 신선하고 숲의 기분 좋은 풀잎 향기로 상쾌하다.  

 

갑자기 마주한 거대한 참나무라 전체를 담지 못했다.

이 거대한 나무가 이 숲을 호령할만한 위엄을 갖췄다.

 

산은 이리저리 임도가 났다. 간간히 벌목한 구간의 목재도 이 임도를 이용해 날랐을 것이다.

 

낙엽이 질 때까지 이런 푸르름으로 등산객을 시원하게 맞아준다. 단풍든 가을에 오면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겠다.

 

육백산 정상에서 한참을 걸어야 1,235봉 고지를 만나고, 또다시 제법 걸어야 1,112 봉우리를 만난다.

어떤 지도에선 고지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산림청이나 관계기관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고위평탄면만 내내 걷다가 잠깐 조망 없는 봉우리를 오르자면 제법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얼마간 걷다 지칠 때 즈음 경사면을 따라 내려서면 이끼폭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이 생긴다.

이 폐가도 그때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도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하니 길은 끝없이 길기만 하다.

 

집 앞뜰엔 도라지와 옥수수, 망초대가 방치된 채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쩌면 이 산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좋은 먹잇감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 뒤쪽 능선을 따라 길게 타원형으로 돌아 하산하는 길이다.

 

이렇게 기운지 제법 오랜 된 모양이다.

나뭇가지는 위로만 자랄수록 그 무게에 짓눌려 본체는 점점 밑으로 쳐지겠다. 그래도 보기 좋은 그림이 된다.

 

끝없이 이어지던 하산길도 이 그림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이끼폭포가 나온다.

이끼폭포를 만나면 정상에서 흘린 땀을 보상받을 만큼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을까? 대체 어떤 모습인지...

 

드디어 등산로에서 500m 떨어진 곳의 이끼폭포 바로 아래 있는 폭포를 만난다.

물은 차다. 물에 빠지지 않고 왼쪽으로 가면 겨우겨우 물에 빠지지 않고 로프를 잡을 수 있다.

폭포 왼쪽으로 로프가 두 개 걸렸는데 우측통행이라지만, 왼쪽 로프로 내려오기는 위험하다.

 

로프를 잡고 올라오면 여기가 진자 이끼폭포다. 늘 습하고 나무 그늘이 져 이끼가 자라기 알맞다.

하지만 저곳까지 사람들은 수시로 드나드니 상처나고 훼손되기 십상이라 통제가 필요하겠다.  

 

 

 

하산길에 건너편 산비탈이 드러나기에 바라보니 소나무숲이다.

이렇게 꽉 찬 소나무숲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간벌을 하면 더 좋은 소나무숲으로 변할 텐데 다소 아쉽다.  

 

변산의 채석강을 보는 듯, 수 만권의 고서를 쌓아놓은 듯 보이는 암석

 

어느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의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의 하천이 저런 상태라니 개발도 좋지만, 침출수를 정화하는 방법이 없을까?

 

당초 14km로 알고 시작한 산행이 17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처음 들머리로 오르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하산길은 끝없이 계속됐다.

마지막 이끼폭포를 보고 나무로 정리된 계단을 오르기가 육백산을 걸어 내려온 길이 만큼이나 힘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하산길 역시 산구비를 돌고 돌아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거리였다.

이끼폭포만 본 B코스팀도 왕복 12km를 걸었다니 어느쪽도 쉬운 길은 아니다. 이렇게 푹푹찌는 여름 산행은 힘들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30여분 늦게 버스를 타고 귀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