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3.9.1.일 09:20-16:30(놀며 쉬며 8시간 10분) 날씨 : 흐림
멀지 않은 곳이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산이 있다. 일부러 찾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원주나 춘천 갈 때 들려오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는 수타사를 품고 있는 홍천의 공작산이다. 그런 공작산이 마침내 덕이사레와 산행공지에 올라왔다. 같은
홍천의 팔봉산은 작은 산이지만 여덟 개의 봉우리를 넘는 재미가 있어 공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지만 공작산이 공지에 나오
긴 쉽지 않기에 열일 제체두고 길을 따라 나섰다.
버스는 공작산 뒤로 넘어가 300m 고지인 공작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이 887m니 600여m 정도만 더 올라가면 될 테니
크게 어려울 건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결코 쉬운 산이 아니다. 늘 산에서 자주 속는다. 아니 속는다기보
다는 내 자신의 체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쉽다고 생각한 산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암릉이 많아 내심 걱정했던 산이 의
외로 산을 타는 재미에 쉽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주말엔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산행을 했지만 지방산행을 하고부터는 일요일은 쉬어야 다음 일주일
근무가 수월하기에 가급적 토요일 산행만 하는 데, 오늘같이 일요일 산행을 할 때면 다음 날을 위해 산행속도를 줄여 체력부
담을 최소화 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가급적 뒷줄에서 천천히 산행을 해 보려 애써보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하거나 산행초보들
이 쳐지면서 그들을 추월하기 시작하면 금새 또 중위권을 넘게 된다. 한 때 속도위주의 산행을 했지만, 그것은 어느 산을 다녀
왔다는 증거 외에 그 산이 갖는 특징을 온전히 알기엔 무리가 있어 이젠 가급적 즐기는 산행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산은 인생을 닮았다.
힘들게 올라가면 또다시 내리막이 있고 어렵게 올라가 탁 트인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면 내가 갈길이 명확한 데, 막상 그 길
을 가려면 어느 순간 험로가 앞을 가로막아 적당히 우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암봉이나 험로를 만났을 때 우회로가 너무 멀거
나 스릴을 즐기려 굳이 통과 해야 한다면 대단한 각오와 인내로 험로를 헤쳐 나가야 하며 때론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할 때도
많다. 여러 번 암봉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 해 꼼짝달싹 하지 못 하다 퇴로를 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야 겨우 탈출했
을 때의 안도감과 성취감은 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푸는 과정과 흡사하다.
그러기에 산행은 산을 탄다는 의미 외에도 작은 인생을 경험하는 곳이다. 같은 코스를 타면서도 갈래 길에서 어떤 코스를 선택
하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만 하더라도 궝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양쪽 계곡위를 따라 등산로가 있었지만 이 두 개의 활로를 버리고 계곡으로 들어섰다. 계곡엔 길이 없어 수많은 수풀을 헤치거
나 절벽을 만나면 돌아서 건너편으로 가야하지만 이 역시 물이 깊으니 쉽지 않다. 때론 이끼 낀 바위를 만나거나 자칫 중심을
잡지 못 하면 물속으로 빠질 위험이 도사린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럼에도 계곡을 선택한 이유는 산이 깊어 수량도 제법
되거니와 수타계곡의 명성을 제법 알기에 남들이 가지않은 계곡의 비경을 훔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타계곡은 암반 위를 잔잔히 흐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바위 사이를 격랑을 만들며 헤쳐나가는 물줄기가 있기도 하고 넓게 퍼
진 곳은 정강이 정도의 낮은 수심이라 어린아이가 놀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수타계곡의 아름다움은 탁한 느낌으로 반감되
기도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내내 감탄하게 된다. 나중에 주차장에서 주민들에게 물이 탁한 이유를 들어보니
상류에 있는 마을의 생활하수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북한산성계곡 상류에 있던 음식점을 공원입구로 끌어내려 계곡을 정비한
것처럼 수타계곡 상류에 있는 마을도 이주를 시키거나 완벽한 정화시설을 갖춰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많은 피서객들로 지역
경제 활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공작산을 계획한다면 수타계곡은 필수다.
공작산 등산지도
때때로 만나는 험로
공작산 정상과 맞닿아 있다시피 한 암봉
공작산 정상은 정상답게 다소 난코스라 제법 용력을 써야 오를 수 있다
한 칸 건너편에 있는 정상표지
여기서 정상까진 약 50-60m 정도 다녀와야 한다
정상에서 보는 구비구비 능선
중간대장
군대를 가기 전 엄마와 함께 산행을 나선 아들이 몇 년 된 등산화를 신고 온 게 밑창이 떨어져 나가
다른 끈으로 임시방편 묶어대긴 했지만 너덜거리는 밑창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말이 아니다
임도까지 내려와 다 내려왔나 싶은 데 마지막 약수봉이 떠억 버티고 있는 게
제법 높기까지 해 다들 골탕에 아우성이 높다.
나무는 바위를 가르고 언제가 느끼지 못할만큼 조금씩 밀어낼지도 모른다
궝소출렁다리에서 바로 계곡으로 떨어져 길없는 길을 간다
이 정도 깊이라면 멋진 물색을 보여줘야 함에도 탁한 물색이라 많이 아쉽다
상류에 마을이 있어 생활하수가 흘러 이 모양이니 많이 아쉽다
탁류만 아니라면 얼마나 멋질까마는 혼탁한 물이 수타계곡을 기피하게 만드는 한 요소다
물만 청정하다면 다른 유명한 계곡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텐데, 많이 아쉽다
아쉽고 아쉬움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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