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3.08.24.토 11:25-18:15(6시간 50분) 날씨 : 다소 흐림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에 걸쳐 있는 두타산의 명성은 산행기를 통해 산세의 수려함에 반했던 터라 살레와일산덕이산악회에서
산행지로 나왔기에 지체없이 신청했다. 큰딸은 8월초에 1박2일로 부산여행을 다녀오며 한동안 산행이 뜸했기에 이번 산행에
선뜻 동행하여 오랜만에 지방산행을 동행하기로 한다.
산행코스는 무릉계곡 탐방팀과 정상정복조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데, 의외로 정상정복조가 19명이나 되어 주최측을 당
황하게 만든다. 주최측은 내심 서너명 정도의 건각만으로 정상을 정복하고 나머지 인원은 편안하게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여유롭게 진행하여 오후 다섯시 반에 출발하려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도 산행을 하면 정상을 고집하지만 딸에겐 힘드니까 계곡에 남아있으라고 해도 아빠 없이 혼자 있는 게 마뜩치 않은 지 같
이 가겠다니 이제 겨우 산행을 시작한 딸이 은근히 걱정스럽다. 그런데 회원 중 두 명이 택시를 타고 좀 더 수월한 댓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기에 딸과 함께 동행하기로 하고 약 30분을 넘게 달려 택시로 댓재까지 이동했다.
댓재는 백두대간의 통로로 어느 정도의 고도가 있는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먼저 출발한 팀에 비해 산행이 수월한 편이
지만 그 팀과 두시에서 두시 반에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여 일정이 촉박하므로 선두가 걸음을 재촉하는 데, 아침도 거르고 온
딸이 좀 버거워 한다. 댓재에서 오르는 코스는 처음엔 무난하다 싶었는 데 산을 오를 수록 힘들어지니 딸은 점점 지쳐가지만
중간에 간식을 Dole에서 생산한 후룻볼 밀감을 먹고 다시 힘을 낸다. 사실 이 밀감 얼린 것은 달콤한 당분이 함유된 수분이
시원한 데다 밀감이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산행을 하면 두세 개를 뚝딱 해치우는 바람에 오늘은 특별히 딸
아이를 생각해 쉽게 녹지 않는 단열효과가 뛰어난 날진물통케이스에 네 개나 얼려왔다. 내가 하나 먹고 나머진 딸이 먹을 생
각이었지만 두 명의 동행이 있어 하나씩 드리고 나니 한 개 밖에 없어 결국은 딸을 위해 남겨둔다. 물론 반대급부로 동행인에
게 받은 견과로 만든 에너지바와 치즈의 맛에 감탄하는 행운도 얻는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지만 정상이 가까울 수록 치고 올라가는 고개가 가파른 데 선두와 딸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지만 그 간격을
좁힐 방법이 없으니 그들이 걸음을 늦추길 바랄뿐이다. 12시 50분에 식사를 함께 하고 다시 힘을 얻어 어렵게 정상에 도착하
니 주차장에서 출발한 팀이 한 10분 전에 먼저 도착하여 사진을 찍다가 우리가 합류하자 그제야 식사를 한다. 우리보다 40여분
먼저 출발하고도 식사를 거른 채 겨우 10여분 먼저 도착했으니 그들의 여정이 더 험란했음을 알겠다.
우리는 다시 그들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하산하는 데, 하산코스의 너덜길이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간단
치 않은 코스라 혹여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용케 잘 견뎠다. 하산길에 나무 사이로 간혹 보이는
건너편 능선의 절경을 담아 보기도 하고 계곡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혼자 떨어진 딸이 너덜길에
서 잠시 길을 잃고 계곡에서 올라온 아빠와 마주쳤지만 아빠는 그런 딸보다 주변 풍경에 더 관심을 있으니 딸이 돌연 화가 났
나보다.
지난 번 노인봉과 소금강계곡의 하산길에서도 그랬거니와 이번 하산길에서도 쌩한 딸을 쫓아가기도 버겁게 거의 쉬지 않고 내
달린다. 조금 오르막이면 따라잡지만 평지거나 하산길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빠르다. 험한 산행에서 어렵게 하산한
딸이 도도체 무슨 힘이 남아있길래 저리도 빠를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번 산행에서 엄마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는 데, 이번 산행에서 아버지의 산행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지치지않고 마지막 하산
길을 거침 없이 질주하니 놀랍고 대견하기만 하다. 늘 여리고 갸날퍼 험한 세상 살아가기에 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저런 마르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다니 때로 젊은 힘은 노련한 부모세대의 지구력을 앞지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후생가외다.
덕분에 하산길에 있는 무릉계곡의 아름다운 절경을 사진에 담기는 커녕 곁눈질로 겨우 힐끔거릴 뿐 딸과의 무한경쟁에 치인 채
하산을 끝내고 차에 올랐을 땐 녀석은 엉덩이에도 알이 배겨 의자에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들다니 심통부린 결과치고는 고소함
마저 느끼지만 집에 가면 아내에게 다리 맛사지 좀 시켜 피로를 풀어줘야겠다.
두타산은 한국의산하 접속통계에 당당히 22위에 올랐으며 여름철 무릉계곡을 중심으로 쌍폭포나 광음폭포, 용추폭포, 무릉반석,
학소대 등 계곡의 아름다운 절경으로 7-8월에 많이 찾는 여름 계곡 피서지로 굳이 산행을 할만큼 능선이나 산정이 빼어난 것은
아님을 오늘 산행을 하면서 비로서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 힘들고 어려운 코스를 밟을 필요도 없이 무릉
계곡에 발을 담그고 뼛속까지 시원하게 탁족이나 즐기며 계곡의 풍경에 빠져들었을 텐데, 정보가 부족한 점 많이 아쉽다.
정상정복조때문에 하산시간이 늦어져 당초 계획보다 한 시간 늦은 18시 반에 출발하여 일산에 도착한 게 오후 11시니 길고도
험란했다. 그래도 딸의 산행실력이 초보에서 어느새 중급으로 급성장한 과정을 보는 게 재미있고 놀라운 하루였다.
버스는 강릉을 돌아 동해를 따라 내려가며 동해휴게소에서 잠시 바다를 조망한다
한팀은 여기서 바로 능선을 치고 정상으로 오르고 우리 네 명은 택시로 댓재까지 이동한 다음 두타산을 오른다
드디어 오른 두타산 정상
박달재에서 무릉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말할 수 없는 너덜길로 산행내내 일행을 괴롭힌 힘든 구간이다
건너편 능선은 산 하나가 암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봉이다
기암절벽이 즐비하지만 흐린 날씨가 아쉽다
멀리서 잡아본 쌍폭포
이곳부터 시작되는 무릉계곡은 별천지이지만 아이가 힘든지 발걸음을 재촉해 볼 시간도 없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부녀의 하산전쟁은 삼화사에서 배고프다며 연꿀빵을 사 먹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학소대도 비가 많이 오면 폭포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겠지만 지금은 바위만 보인다
삼화사 일부
삼화사
이곳은 몇몇이 물 미끄럼을 타며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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