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2.06.03.일 산행시각 06:10 - 11:15 (쉬엄쉬엄 5시간, 법흥사 입구까지) 날씨 : 맑음
어제 저녁에 모처럼 부부모임으로 저녁을 먹은 후 원주 행구동 카페촌에서 초여름의 열기를 팥빙수로 달래면서 영화보기로
의기투합하여 선택한 영화가 「내 아내의 모든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추기남 부부와 우리부부만 보게 되었는데 내용
은 다소 코믹하며 거의 섹스리스로 살아가는 부부에게 칠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다. 여자의 외로움은 남편에게 지나치도록
불평불만을 쏟아붓게 되자 이를 참지 못한 남편은 카사노바를 고용하여 아내를 유혹에 빠트려 이혼의 빌미로 삼으려는 시도
는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해피앤딩 결말이다. 늘 모임을 주선하고 영화비까지 부담한 기남
님께 감사드린다.
영화는 밤 한 시 10분이 좀 넘어 끝나 산행 예정지인 구봉대산을 코앞에 둔 영월군 주천면 소재지에 도착했을 땐 벌써 한밤
중인 2시를 좀 넘긴 시각이라 여관에서 숙박하기도 애매하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차에서 쪽잠을 잤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주변 식당을 찾으니 여섯 시 반부터 아침이 된다기에 다른 식당을 찾는 데 마침 영업중인 건너편 식당에서 다슬기국과 순두
부국을 주문했다. 주인은 칠십이 훨씬 넘어보이는 할머니로 음식을 조미료로 간을 맞춰 너무 느끼하여 먹기가 부담스럽지만
다섯 시간 정도의 산행이 예상되므로 꾸역꾸역 식사를 마쳤으나 아내는 조금만 먹고 끝내 숟가락을 놓는다.
사자산 아래 법흥사 일주문 입구에 주차하고 오전 6시 10분부터 구봉대산을 9봉부터 반대로 등산을 시작한다. 오르는 길 양
옆으로 질경이가 많고 강원도 오지 산인데도 길이 제법 잘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산을 찾는 산객이 많다는 뜻이겠다. 길고 굵
게 잘 자란 재래종 소나무가 아름답고 길도 흙과 바위가 적당히 깔려 아내는 산이 예쁘고 기운도 좋게 느껴진다고 한다.
산이 높고 양 옆은 절벽 구간이 많으며 각 봉우리 마다 조망이 좋을뿐 아니라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웬만
하면 산을 안 가려고 하는 아내가 봄 가을로 자주 찾아보자고 할 정도로 멋진 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
지에 위치하여 한국의 100대명산에 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구봉대산 산행코스
▼ 법흥사 일주문 근방에 주차하고 바로 왼쪽 음다래기골로 올라가 무명봉에서 9봉에 이어 1봉까지 꺼꾸로 돌게 된다. 사자산 법흥사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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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문 바로 위엔 멋진 석비 앞을 지나 등산을 시작한다 |
▼ 산악회 마다 지나간 흔적인 리본은 산을 경배하는 징표다. 구봉대산이 갖는 특징 중의 하나는 산행하는 내내 거의 이런 키 높은 나무 터널을 통과하므로 굳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햇볕에 탈 염려가 없다는 점이 이 산의 매력이다. |
▼ 이런 너덜길과 푹신한 흙길이 반복되는 예쁜 등로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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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오르면서 보게 되는 봉우리는 6봉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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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험란한 구간을 지나기도 하지만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
▼ 무명봉 쉼터엔 돌무더기가 있어 심심치 않다 |
▼ 날씨가 맑긴 하지만 먼산은 가스로 더 멀게 느껴진다 |
▼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자 마지막 봉인 9봉은 윤회봉(閏廻峰)으로 지난 날의 삶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의 내 모습이 내 미래를 만든다는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를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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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봉 정상의 구봉대산(九峰臺山) 표지석 8봉은 북망봉(北邙峰)으로 죽음은 삶을 완성시키는 거룩한 순간으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욕망이 남은 탓이라며 욕망이 떠난 자리에는 평안과 안락이 남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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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봉은 쇠봉(衰峰)으로 무릇 태어난 것은 소멸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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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만나게 될 육봉 미리보기
▼ 이런 기암도 보게 되고
▼ 제법 경사가 있는 곳엔 로프를 설치했다
▼ 드디어 육봉으로 건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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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봉 바위 아랜 작은 돌탑을 쌓아 운치를 더하며 제일 볼거리가 많다
▼ 전망이 좋아 눈을 돌려 주위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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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서도 육봉을 지키는 소나무 고사목이 운치를 더한다 육봉 관망봉(觀望峰), 모든 인연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주므로 선행에 힘써야 한다
▼ 저 산 아랜 아직 피어오르지 못 한 안개가 마을을 삼키고 있다 |
▼ 육봉을 한 20여M 건너 뛴 곳의 암봉으로 잠시 후에 오른다
▼ 순록의 사슴뿔을 연상시키는 고사목이 아직 불끈 흙을 움켜쥐고 있다
▼ 구봉대산의 종합정리판
▼ 육봉은 지금까지 지나친 봉우리 중 가장 볼거리가 많다 |
▼ 육봉 건너편의 바위에 올라와 방금 내려온 육봉의 산객을 서로 멋있다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 잠시 후 만날 오봉
▼ 봉우리가 높아 초봄의 연두색 나뭇잎이나 가을의 단풍이 예쁘겠다며 자주 오자는 아내 |
▼ 어느 쪽으로 가든 법흥사와 법흥사 입구가 3.5km이니 중간지점이다
▼ 위부터 말라 죽지만 아랜 아직 숨이 붙어 살고자 안간힘을 쏟는다
▼ 어! 겁도 없이 어떻게 올라갔지?
▼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어렵게 능선을 치고 올라 왔지만 더 나갈 수 없는 험란지형이다 |
▼ 험란코스 같은 암벽군
▼ 험로를 즐겨타는 아내
▼ 이 봉우리는 뒤로 내려갈 수 없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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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우회한 암봉이 멋지다
▼ 양 옆은 낭떠러지기지만 로프가 있어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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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암봉도 지나오고
▼ 기묘한 형태의 고사목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 드디어 도착한 오봉 정상엔 나무가 바위를 가른다
▼ 오봉은 대왕봉(大王峰)으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선 온갖 노력과 인고의 시간은 물론 삶을 뒤돌아보는 진지함도 필요하다 |
▼ 사봉 관대봉(官帶峰), 꿈을 이루기 위해선 목표를 설정하여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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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봉인 장생봉(長生峰), 부모님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위하여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말씀
▼ 지나온 능선
▼ 장생봉 앞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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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인 아이봉(兒以峰), 지금의 나는 내일을 결정하는 근원이 되므로 마음을 바로 세우자
▼ 일봉인 양이봉(養以峰),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의 마음은 아이가 건강하고 기운 찬 미래를 소망하듯
소중한 꿈을 꽃피우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이제 막 능선의 시작인 널목재로 올라와 잠시 쉬는 산객들
▼ 계곡을 내려와 법흥사로 빠지는 길목
▼ 사방댐 위로 보이는 사자산
▼ 드디어 법흥사 경내에 도착
▼ 법흥사에서 등산을 시작했다면 1봉부터 9봉까지 순차로 등산을 했겠지만 반대로 돌았기에 각 봉우리 마다 설치된
봉의 의미를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을 보며 그 의미를 다진다. 표지판을 설치한 지 오래되어
일부는 글자 색이 바래 잘 안 보이는 것은 인터넷에서 찾아 편집했을음 밝힌다.
구봉대산을 오른다는 것은 봉우리 마다 갖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생각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문구가 함께 설치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산이다. 산을 하산하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법흥사 경내를 한 바퀴 돌며 찍은 사진은
별도로 사찰편에 수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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