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2.토 10:00-17:30(7시간30분) 날씨 : 오전 살짝 눈 온 후 종일 흐림(-5℃~2℃) 적설량 50cm 전후
일산로체산악회에 가입한 후 처음 가는 산행지로 광덕산이 올라왔기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상해봉 정도만 암봉이 좀 있고
그외 별다른 특징이 없기에 많이 망설였던 산행지였다. 누구나 개인적인 산행의 취향이 있어 워킹하기에 좋은 코스인 완만한
경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산은 아무래도 암봉이 적당히 섞여 바위에서 조망하는 산세라든지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
암봉을 타는 긴장감도 느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주일 넘게 고민을 하다 겨울 설산에다 미지의 산이라 1월 8일 화요일에 가겠다는 신청하고 드디어 들머리에 도착했
을 때 이슬비처럼 작은 눈이 내리다 그쳤고 워낙 오지에 있는 산이라 우리 외 등산객은 정상에서 한 팀만 만났을뿐 아직은 산
객이 많이 찾지 않는 한적한 산이다.
광덕산은 군 훈련장으로 쓰는 지 여기저기 훈련을 위한 지형지물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까지 길도 무난하게 잘 나 있다. 하지만
잠깐 내린 눈에다 안개까지 많아 시야가 좋지 않다. 능선에는 무릎 정도까지 눈이 쌓여 있고 조금 올라가니 날이 추워 나뭇가지
에 서리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으나 안개가 많아 시야가 좁고 조망이 전혀 없는 게 아쉽다.
이번 산악회는 다른 산악회와는 달리 부부팀이 많아 정겹게 느껴지는 반면 대부분 나이가 많으며 조금만 경사가 지면 눈까지
쌓여선 지 지체되기도 한다. 그래도 회장이나 대장은 봉사정신도 투철하여 험로가 나오면 먼저 길을 뚫고 바람가리개로 쓰던
천으로 로프를 만들어 회원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모습이 좋은 인상으로 남아 멋진 산악회에 가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3월 1일 방태산 눈이 허리까지 빠지던 날의 설경을 제외하고 이번 산행이 가장 멋진 기억으로 남으며 서리꽃 비경으론
최고의 산행으로 기억될 그야말로 몽유설원의 제대로 된 설경이었다.
광덕산 산행코스
산행 초입은 군사도로를 따라 올라가기에 아직은 쉬운 느낌이다.
들머리인 자등현은 해발 500m 정도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데 정상이 1,046m이므로 대략 500여m만 더 올라가면 된다. 잠깐 올라가니 자체 해발이 높아 새하얀 서리꽃이 반겨 힘든 줄로 모르겠고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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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서리꽃 비경은 광덕산 정상에서 절정을 이루며 다시 상해봉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날씨만 좋다면 이런 사슴뿔 모양의 상고대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영롱함을 보여줄 텐데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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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도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나무의 그것과 같은 색이다.
누가 이런 서리꽃 터널을 지나는 행운을 갖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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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떨어진 기온에 안개가 바람을 따라 나무가지에 흡착되며 얼어버리기를 반복하며 이런 절경을 만들었겠다.
서리꽃이 땅에만 있는 게 아니라 눈을 들면 하늘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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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라선 광덕산 정상의 표지석
안개가 우르르 지나가면 좀 시야가 넓어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몰려오면 꿈속같은 비경을 보여준다.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그렸다지만 난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몽유설원도」를 찍는다. 「몽유설원」은 내가 오늘 처음으로 만든 언어지만 많은 사람 들이 즐겨 사용하는 일상 언어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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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봄에 연초록 꽃보다 더 예쁜 나뭇잎을 보여주고, 가을이면 붉은 단풍으로 자신을 불사르다 겨울엔 뿌리까지 꽁꽁 시리도록 서리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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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리꽃의 설원은 적절한 산행지 선택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광덕산 정상과 상해봉 중간지점에 광덕산 기상대가 생겼고 좀 지난 곳엔 천문대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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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서리꽃 사열을 받아 보겠는 가?
눈밭은 서리꽃과 안개가 어울리는 별천지다.
순록의 사슴뿔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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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심해의 산호초 길을 걷는 느낌도 든다.
푸른 나뭇잎의 침엽수라도 보이는 건 흰색 일색이다.
자세히 보면 바람결의 방향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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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봉 옆에 있는 암봉을 올려다 보니 바위도 나무도 같은 색으로 시린 차가움이 보인다.
움크린 사슴의 순록에 핀 서리꽃 같다.
도저히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는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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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 숨어버린 서리꽃 비경
바위를 덮은 눈과 서리꽃
일행은 암봉을 힘겹게 올라와 상해봉으로 곧장 갔지만 난 마주선 건너편 암봉에서 남들이 느끼지 못한 비경을 혼자 독차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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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에서 내려다 본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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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후에 접어들며 바람도 가시고 날씨도 풀려 상해봉 정상에서도 추운 줄 모르겠다.
그간 정상의 바람이 얼마나 쎈지 서리꽃 방향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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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암봉에서 보는 상해봉 정상
상해봉 정상에 보이는 소나무는 소나무가 아닌 척 흰색 화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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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봉에서 내려가는 길이 뚫리지 않아 대장이 러셀로 길을 낼 때까지 기다리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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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려온 건너편 암봉
상해봉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산악인의 기상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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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철갑을 두른 게 소나무뿐이랴~~
▲▼ 상해봉 하산길에 보는 서리꽃을 뒤집어 쓴 바위
바위에 생긴 작은 동굴이 앙증스럽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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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서리꽃이, 땅엔 백설이 만건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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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도 겨울 나름이고 산도 산 나름이라 오늘 이 광덕산이 아니면 또 이런 풍취를 어디서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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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능선을 넘을 땐 이렇게 어깨까지 쌓인 설구를 뚫고 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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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더미에 내린 눈이 항아리에 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험로에 로프르 달아 회원이 안전하게 내려서도록 돕는 운영진
이제부터 임도를 따라 가면 되니 한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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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려온 저 봉우리 지나 상해봉이 있을 텐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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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선 어른도 동화속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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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물은 호수 아래로 침잠되어 있고, 깃털처럼 가벼운 눈만 호수위로 부유하고 있구나!! |
다섯 시간 정도의 예상 시간이 많은 눈으로 식사 및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7시간30분이 걸렸다. 허지만 서리꽃 비경과 설산을
걷는 색다른 느낌은 시운을 타고 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법인 데 오늘 원 없이 서리꽃의 비경을 만끽했다. 더우기 안개가 많
아 꿈 속에 설원을 걷는 듯한 몽유설원의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아 있으니 몇 번 더 경험헐 수도 있
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잊기 힘든 멋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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