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3.7.7.토 10:00-17:00(7시간) 날씨 : 맑음
1989년 여름 휴가 때 우리가족은 직원가족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주에서 강릉의 소금강과 동해바다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우리는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각자 돌이 막 지난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텐트에 휴가장비, 취사도구, 심지어는 천 기저귀까
지도 배낭과 가방에 꾸려 메고 들고 마치 피란민처럼 돌아 다녔던 기억이 있다. 아직은 내 차가 없던 시절이라 밤 기차를 타고
버스로 환승하고 때론 택시로 바꿔타며 소금강으로 해서 동해바다까지 물 만난 제비처럼 이동을 했으니 지금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젊은 시절의 좌충우돌 여행이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그 아이를 데리고 카페산악회를 통해 오대산 노인봉과 소금강 계곡을 함께 하는 부녀여행을 다녀왔다. 큰딸과
네 번째 산행만에 아이 때 등에 업거나 안고 다녔던 그 소금강 계곡을 24년만에 다시 찾아보는 의미있는 지방 나들이를 시작한
것이다.(에공, 다시 생각해 보니 첫 지방산행지로 가까운 경기도 서리산과 축령산의 철쭉산행이 있다) 큰애야 기억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앨범을 꺼내놓고 그때 사진을 들춰보며 휴가지 텐트 옆에 걸어논 기저귀를 보니 "아, 그땐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거창해 지방산행이지 산악회 버스만 타면 두어 시간 영동고속도를 내달려 진부IC에서 빠져나와 산행 들머리인 진고개 정상
까지 약 세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오늘도 휴가철 행락차량과 맞물려 꽉막힌 도로를 겨우 탈출하여 네 시간만에 진
부령 정상에 도착했다. 여름철만 되면 강원도는 최고의 피서지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늘 붐비는 게 흠이다.
노인봉은 오대산 소금강지구에 속하며 처음 밟는 구간으로 새로운 풍경을 눈에서 가슴으로 새기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오대산국
립공원은 오대산지구와 소금강지구, 계방산지구로 나뉘는 데, 소금강지구는 노인봉에서 강릉방향으로 암반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구간으로 계곡과 바위산의 풍광을 금강산과 견주기에 소금강으로 불리는 천하절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1970.11. 소금강명승지로
지정 된 이후 5년이 지난 1975년 2월이 되어서야 오대산국립공원이 지정되었으니 오대산국립공원에서도 소금강의 절경을 앞서
공인 받은 셈이다.
그리고, 24년여 만에 다시 찾은 소금강은 기억의 심연에 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세월동안 계곡이 변했을 리도 없다.
다만, 주변의 나무가 더 크게 자라고 계곡에 흐르는 수량의 높낮이가 다를 뿐 편의시설만 확충된 정도이니 옛 시조 그대로 산천
은 의구하다. 산천이 그나마 이만하게 보존된 것은 박정희대통령 정부 때 만든 그린벨트 덕분으로 몇 십년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 해 분통터질 사람도 많겠지만 덕분에 많은 산천이 훼손되지 않고 유지된 것은 그의 많은 공과 중에서도 이것만은
세계적으로 자랑할만 한 치적이라 본다. 자, 그러면 소금강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노인봉과 소금강계곡 지도
한 때 화전을 가득 채웠을 고랭지채소는 지금은 묵밭이 되어 잡초만이 무성하다.
저 나무숲까지는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통과해야 한다
진고개 정상에서 올라오며 지금까지 만난 산행중에 가장 긴 약 500여m 이상의 계단을 지루하게 밟고 한 시간 반만에 올라온 노인봉 정상이다.
이곳까지는 나무 그늘로 등산하기에 거의 조망이 없는 단조로운 구간이라 지루한 느낌이 많다.
오대산은 강원도 산 치고는 능선이 완만한 육산인데, 노인봉에서 소금강계곡으로 떨어지며 점차 골산의 형태를 보인다
날씨가 흐린데다 안개까지 밀려야 조망이 선명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노인봉대피소 옆 쉼터
드디어 첫 번째로 만난 낙영폭포
낙영폭포를 필두로 계곡의 비경이 하나둘 눈으로 들어온다
계곡은 대부분 바위나 암반으로 이루어졌다
이곳 계곡도 덕풍계곡만큼은 아니지만 갈색 물색이 난다
녹음에 단풍이 들기까지 계곡은 이렇게 녹색 일색으로 계곡을 지켜낼 것이다
굄돌로 바쳐논듯 한 백운대를 보면 신기하기만 하니, 그 신기함으로 백운대란 이름을 얻었겠다
이곳 소금강이 초보코스로 다섯 시간 걸린다기에 큰딸을 데려왔는 데, 식사 때나 잠깐 쉬었을까 많이 쉬지도 않고 하산하고 보니
일곱 시간 걸린 구간이다. 제일 늦게 하산한 팀은 오후 여섯 시가 다 되어 하산했는데 그들보다 한 시간 일찍 하산한 셈이다. 산악
회원들은 스물여섯 살 아가씨가 산에 온 건 아빠가 평소에 덕을 많이 쌓은 결과라며 많이들 기특해 하며 내내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 아이가 한껏 많이 한 산행이 불과 너댓 시간에 불과했는 데, 오늘은 거의 쉬지도 않고 일곱 시간을 걸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하긴 4년 전에 한라산을 여덟 시간에 걸쳐 종주했던 이변을 많든 경험이 있긴 하지만 한라산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쉬운
코스이긴 하다.
오늘 새로 산 등산화를 오늘 처음 착용했는 데, 매장에선 양말 두 겹을 껴 신고 약간의 여유가 있는 걸 구입한 걸 오늘은 덥다고
양말 한 켤레만 신겼더니 발이 논다기에 하산길에선 발이 앞으로 쏠리면 발가락이 아프고 심한 경우엔 발가락이 피멍이 들 수 있
어 꽉 동여맸더니 한참이 내려와 발목고통을 호소하기에 느슨하게 풀어줬다. 게다가 소변이 마렵다며 내가 사진을 찍는동안 서둘
러 내려가더니 군데군데 사진을 찍으며 이동하고 보니 어느새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속도를 높여 구룡폭포에 와서야 바위
에 쉬고 있는 걸 발견하고서야 안심이 된다. 마침 옆에 계신 회원분이 자기가 잘 데려왔다기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그분도
아빠와 떨어진 아이가 내심 걱정이 되었나 보다.
여기서부터 아이가 먼저 떠나고 있다
소금강 계곡은 계류와 폭포의 연속에다 암반과 바위의 다양한 모습에 보는 내내 눈이 즐겁지만
큰딸이 급한 마음에 서둘러 하산하여 주위풍경에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 테니 그 점 많이 아쉽다
만물상
자연을 파괴하지 않은 최소한의 시설인 아치형 교각이 맘에 든다
구룡폭포, 드디어 이곳에서 부녀상봉을 한다
삼선암 아래
삼선암
삼선암에서 잠깐 쉬고 나오는 사이, 큰애가 쐐기에 쏘였는 지 팔이 마비되는 느낌을 호소한다. 얼굴엔 벌레가 쏘았는지
금방 콩알만큼 불어난다. 팔은 벌레의 독소가 풀어질 때까지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나을거라 했는 데, 그 바람에 좀 전부
터 아프다던 머리의 두통은 잊어버렸다.
식당암에 새긴 옛 선조들의 친목계 회원명단
이곳에도 친목계 회원의 명단이 보인다
금강사 앞 계곡의 비경
연화담
낙영폭포부터 소금강 입구까지 끝없이 이어진 절대비경은 이곳이 명승지 1호라는 위상을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후미팀과 같이 좀 더 여유롭게 하산했다면 더 많은 풍경을 조망했을 텐데, 다음부터는 좀 더 여유로야 겠다
여름산행은 계곡을 중심으로 한 테마산행이 주류를 이룬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은 없어도 계곡물은 뼛속까지 시원함을 선사하니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방울도
발로 전해지는 한기로 어느새 쏙 들어가 버린다.
소금강 입구엔 멀리 올라가지 못 하는 가족단위의 행락객이 물속의 시원함을 즐긴다.
'■ 국립공원 탐방 > 오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대산 산행 후 월정사와 선재길 탐방 (0) | 2020.10.28 |
---|---|
설악산에 앞서 오대산 단풍부터 볼까? (0) | 2020.10.23 |
오대산 단풍과 선재길에 가득한 피톤치드 (0) | 2019.06.27 |
오대산 심설산행 (0) | 2019.05.22 |
계방산 눈꽃산행 (0) | 2019.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