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68
2020.10.17. (토) 07:30~13:13 (전체 거리 10.8km, 5시간 42분 산행, 53분 휴식, 평속 2.1km/h) 맑음
새벽, 아니 한밤중인 02:40에 일어나 샤워하고 밤참 먹고 03:40에 출발한다.
토요일인 오늘 설악산 울산바위 동, 서봉을 타고, 일요일에는 주전골
월요일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타고 장수대로 하산, 화요일에 안산을 거쳐 12 선녀탕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통제 구간이 있는 데다 설악산 고지대는 단풍이 별로 없겠단 생각이 든다.
최북단인 설악산 가는 길에 경유지인양 보이는 오대산부터 들리기로 한다.
첫 산행지로 오대산이 끼어들며 일부 통제구간에 묶인 설악산 울산바위는 산행 후보지에서 탈락시킨다.
월정사가 가까워지자 전나무 숲 향기가 좋은 선재길을 놓고 갈등이 시작된다.
산행하자면 상원사 주차장이 협소해 먼저 가야 주차가 가능하기에 갈등을 끝내고 상원사로 이동한다.
상원사 가는 길은 여전히 비포장도로이다.
그런대로 차량 통행량이 많아 도로는 딱딱하게 굳어 시멘트 바닥처럼 느껴진다.
비포장도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먼지가 일어나기 때문인지 첫새벽에 살수차가 물을 뿌렸다.
상원사로 가는 동안 바퀴에서 튀어 오른 흙탕물이 차량 외부 아래쪽 절반을 하얗게 만들었다.
오대산 등산 코스
아침에 출발할 때 30~40분간 비가 조금씩 내려 날을 잘못 잡았나 싶다.
이내 비가 그치더니 오대산은 날씨가 좋기만 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 먹는다고 시간 허비하고 상원사 주차장에 들어서니 벌써 만차다.
겨우 한 자리 남은 소형차 주차장에 주차하고 어물쩡 거리다 산행을 시작한다.
상원사 입구에 단풍 물이 잘 들었으니 정상은 이미 낙엽이 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부가 종점인 버스 시간표이다.
하산할 때 보니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거의 월정사까지 밀렸다.
드나드는 차량은 일방통행할 공간밖에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 차들이 다 빠져야 겨우 올라올 수 있으니
이런 단풍철에 버스가 시간 맞춘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왕이 되었다고 만사가 세조의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세조는 어린 조카의 왕권을 찬탈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단종의 어머니이자 형수인 현덕왕후의 혼백이 꿈에 자주 나타났고 어느 날은 세조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세조는 침을 피하려고 몸을 돌렸지만 등에 맞고 말았다.
그 뒤로 세조는 침을 맞은 부위에 등창이 나 평생 고생했다.
어느 날 세조가 오대산 월정사를 참배하고 상원사로 올라가다가,
계곡에서 잠시 쉬면서 몸에 난 종기를 보이지 않으려고 신하들을 물리치고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동자 한 명이 노는 걸 본 세조는 등을 좀 씻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목욕을 마친 뒤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어 주었다는 말을 하지 마라"라고 했다.
당시의 법도로는 왕의 몸에 아무도 함부로 손댈 수 없으므로 동자는 이를 어긴 셈이 된 것이다.
그러자 동자도 "대왕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조는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종기가 씻은 듯 나았음을 알았다.
세조는 기억을 더듬어 화공에게 동자로 나타난 문수보살의 모습을 그리게 했고,
이것을 동상으로 조성한 것이 현재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에 보관된 '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이라고 한다.
상원사에서 병을 고친 세조는 다음 해에도 상원사를 찾아 법당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이상하게 생각한 세조가 밖으로 나와 법당 안을 샅샅이 뒤지도록 하니 불상 밑에 자객이 숨어 있었다.
고양이 때문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상원사에 '고양이 밭'이라는 뜻의 묘전을 내렸으며,
서울 인근 여러 군데에 묘전을 마련해 고양이를 키웠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의 밭을 얼마 전까지 묘전이라 부른 까닭도 여기 있다.
(언젠가 스크랩한 글인데, 출처를 모르겠다.)
상원사 석탑과 연등
당간지주에 황금색 봉황이 걸렸다.
달마대사님이세요?
이 고목은 보통 사람 두 명이 팔을 둘러야 겨우 잡을 만큼 크다.
오대산 자락에서나 날 만큼 큰 나무다.
연꽃 우산은 받친 소년이 물고기를 방생하는 형상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사자암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났다.
산행을 오래 했어도 계단은 늘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단풍이 맞이해주니 걸을만하겠다.
즐풍이 산행하게 될 중심 지역만 찍은 사진이다.
이 길은 상원사 입구에서 난 오솔길인데,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몇 번을 다녔어도 아직 밟아보지 못했으므로 다음엔 꼭 이 길을 이용해야겠다.
오늘 현재 상황으로는 사자암 주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우니 주변을 둘러보아야겠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삼성각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그 작은 오솔길에 달린 연등과 단풍의 조화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대부분 밖에서 적멸보궁으로 가며 찍은 사자암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안쪽에서 찍으니 더 멋지다.
좁은 면적을 최대한 이용한 사자암의 건축 기술이 기막힌 비례를 보여준다.
지금 생각하면 바쁠 것도 없는 데, 삼성각까지 안 간 게 속상하다.
그 길은 온통 단풍 천지였을 텐데...
비로전
비로전 전각으로 오르는 계단 옆을 막은 사자는 밟고 있는 돌부터 뒤쪽 원형 모양의 돌까지
모두 하나의 돌로 조각한 것이다.
알고 보면 대단한 작품인 셈이다.
사자가 받치고 있는 이 작품도 자세히 보면 위쪽 창살 모양의 둥근 모양은 하나의 돌로 만들어 얹은 것이다.
안쪽은 빈 공간으로 조각 하나하나가 섬세하니 현대 기술이 만든 걸작인 셈이다.
이제부터는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이다.
적멸보궁의 적멸은 번뇌의 불꽃이 꺼져 고요한 상태 즉 열반의 경지에 이름을 말하고,
보궁은 보배스러운 궁전을 의미하므로 적멸보궁이란 곧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궁전이란 뜻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법당 안에는 따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안내문)
우리나라에는 다섯 군데의 적멸보궁이 있다.
오대산 적멸보궁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하던 가운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은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봉안한 불교의 성지이다.
5대 적멸보궁
오대산 사자암 적멸보궁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영취산 통도사 적멸보궁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안내문)
주차장에서 꼭 4km 지점에 있는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까지 두 시간 8분 걸렸다.
중간에 상원사, 사자암, 적멸보궁을 들려왔으니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
정상 주변은 이미 낙엽이 진 상태라 내일 가게 될 설악산 단풍이 궁금하다.
정상 주변의 풍경
정상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상왕봉 가는 길에 만나 참나무이다.
이 나무는 쓰러지며 중간중간에서 난 가지가 별개의 나무처럼 올라갔다.
모두 다섯 개의 큰 줄기가 다 한 나무의 뿌리로 자양분을 빨아들이며 살고 있다.
나무의 생존본능이 뛰어나다.
주목 군락지인데, 태백산만큼 뛰어난 풍광은 아니다.
주목은 줄기의 색깔이 붉은 나무라는 의미의 朱(붉을 주)木이다.
주목은 강인한 생명력과 죽어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평양에서 발굴된 2,000년 전 낙랑고분 관의 재질이나,
공주 무령왕릉에서 나온 1,500년 전 나무 베개의 재질 모두 주목이었다.
국내 공인된 최고령 나무는 강원도 정성군 두위봉에서 자라는 주목(천연기념물 제433호)으로
이 주목의 나이가 1,400살이다. (안내문)
주목나무 뒤쪽의 등산객과 비교했을 때 주목나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주목나무가 주변에 있으나 별 특징 없이 반듯하게 자라고 주변에 잡목이 많다.
뿌리가 같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참나무이다.
이 나무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특이한 참나무로 같은 나무가 줄기가 갈린 것이다.
이 나무 역시 몇 백 년의 수령을 갖고 있겠다.
이 참나무는 가지가 쓰러져 받침대까지 있으니 오가는 등산객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한 뿌리에서 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서로 합쳐져 하나의 온전한 나무가 되었다.
6.4km 지점에 있는 상왕봉까지 3시간 45분 걸렸다.
오대산 정상까지만 오르면 상왕봉까지 작은 오르내림은 있으나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산행이다.
언젠가 눈 많은 계절에 다시 찾고 싶다.
즐풍도 이곳 평탄한 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더한다.
상왕봉에서 1km 더 온 지점에서 바로 하산한다.
그래도 주차장까지 6.1km나 되니 내리막 길이라 해도 제법 거리감이 있다.
오대산은 강원도의 심산유곡이라 거대한 고목이 꽤나 많은 편이다.
얼마큼 내려오자 다시 화려한 단풍이 맞아준다.
오대산 단풍은 즐풍이 산행할 때 절정을 보여줬으니 이번 주말에 방문한다면 끝물만 보게 될 것이다.
끝물 단풍이라 해도 상원사와 사자암 주변의 단풍은 볼만 하겠다.
북대사로 오르는 차도를 만났다.
여기서 조금 걷다가 바로 질러가는 길이 보여 그 길로 내려가며 거리를 단축시킨다.
이번 가을 강원도 오대산에서 만난 첫 번째 단풍이다.
산 정상은 이미 낙엽까지 진 상태이고, 중간 지점이 단풍 절정이다.
이번 주말은 상원사와 사자암 주변이 단풍 절정일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 주전골도 이번 주말이 단풍 절정이니 어느 쪽이든 원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
2020.10.18. 현재의 설악산 주전골 단풍 현황이 궁금하면...
산행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만난 월정사와 선재길을 따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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