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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소백산

소백산 칼바람과 눈꽃산행

by 즐풍 2019. 5. 22.

 


 

산행 일자 : 2013.01.26. 토 09:30-16:30(7시간)               날씨 : 청명, -18℃~-11℃  바람 15m/s

  

 

일산 흰돌마을에서 6:00에 출발하여 9:20에 소백산 어의곡에 도착했다.

눈이 많아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간단한 준비운동 후에 9:30분부터 등산을 시작한다. 

기상청의 소백산 날씨를 조회하니 오전 7시 전후에 -20℃, 낮 최고기온 -11℃에 풍속은 초속 15m이다. 

등산을 시작하고 10여 분 정도 지나 땀이 차이기 시작하여 고어텍스 재킷은 탈의하고 오른다. 

 

어제 소백산 국립공원에 적설량에 대해 문의하니 4일 전에 약 40cm 정도 내렸고 전날 5cm 정도가 내렸다고 한다.  

전부터 내린 눈까지 많이 쌓였으나 등산객이 다져놓았어도 등로를 이탈하면 무릎까지 발이 푹푹 빠진다. 

오르는 동안 잠깐 쉬는 데도 그새 추워 소백산 주 능선까지 내쳐 도착한다. 

 

비로봉이 가까워지자 바람이 심하여 날아갈 지경이라 9부 능선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꺼내 입는다. 

고어텍스를 걸친 상의는 괜찮지만, 바지로 스며드는 바람이 워낙 차가워 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다.

판초 우의를 뒤집어쓰니 무릎까지 커버되는 기장이라 다행히 엉덩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더 느끼지 못한다.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휘청거리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걷는다. 

 

작년 1월 첫 주에 왔을 땐 바람 한 점 없어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능선에서 식사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고 바람에 흩날리며 얼굴을 때리는 작디작은 눈가루에 얼굴이 따갑다. 

비로봉을 지나 천동리와 희방사로 가는 갈림길의 전망대에 이르자 비로소 바람이 잦아든다. 

어느 산악회의 40대 여자는 얼마나 추운지 징징거리며 울자 옆에서 장갑을 덧씌워 준다. 

 

이틀 전 70대 노부부가 선자령 산행을 나설 때 영하 4~5도라도 괜찮거니 하고 재킷을 차에 두고 내렸다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결국 조난 당해 할머니는 저체온 증으로 사망하고 남편도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작년 겨울 강릉에서 뜬 공군 비행기가 선자령 상공의 회오리바람에 말려들어 두 대가 추락하여 3명이 사망한 곳이다.

겨울 산은 4월까지도 스패츠와 아이젠 방한복 등 안전 장구 지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판초 우의를 입는다고 시간을 보낸 데다 사진을 찍다 보니 일행과 헤어져 이후부터는 혼자 탐방을 이어갔다.

천동 삼거리 갈림길에서 연화봉을 거쳐 20~30분 거리의 하산 지점까지가 상고대의 절대 비경 지역이다. 

다행히도 이 지역에선 바람이 심하지 않다. 

이 코스로 이동하며 평생에 몇 번 못 볼 소백산 눈꽃과 상고대에 파묻히는 행운을 가졌다. 

 

추운 날씨로 건설(乾雪)이다 보니 등산화에 달라붙지 않아 좋으나 발이 푹푹 빠져 해수욕장을 걷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피로도가 높아가지만 7시간을 산행하는 동안 식사시간 약 15분 정도 외에는 내쳐 걷는다. 

단축코스인 삼가리 탐방센터로 하산하는 코스도 있었으나 이를 알지 못해 희방사 계곡으로 하산한다.

희방사 쪽은 코스가 너무 가파른 데다 눈이 많아 비탈길을 어렵게 내려왔다.

 

훈민정음 원본이 있었다는 희방사는 명성에 비해 아주 작은 사찰이다. 

산행을 마치고 산악회 버스에 오르니 오르는 사람마다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박수로 환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색다른 환영이 고맙다.

 

  

소백산 심설산행 등산코스

 

 

두 시간 20분 만에 어의곡 갈림길에 도착하니 사방의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지나 강풍에 날릴 것 같다.
보이는 능선은 국망봉 가는 길이다.  

 

 

비로봉 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바위 아래서 잠깐 비로봉 방향을 잡아본다.

 

바람에 날려갈 듯 몸은 휘청거리고 내딛는 발길은 의지와 상관없이 헛디뎌 옆으로 한참이나 밀린다.
이런 추위와 바람이 만들어낸 설화와 상고대는 다시 보기 힘든 명품이다. 

 

정상인 비로봉에 오르니 잠깐 바람이 쉬어 가지만 그래도 서 있기조차 힘들다.

 

비로봉에서 연화봉 가는 길을 바라보니 능선길은 상고대는 더욱 두껍다.

 

 

 

 

 

대피소에서 만나기로 한 모양인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보이는 쉼터 우측으로 내려가면 천동계곡이고, 저 능선을 타면 희방사 방향이다.
잠깐 쉼터로 내려가니 웬 여성분이 너무 춥고 힘들어서인지 울고 있어 당황스럽다.

 

 

이 고개가 희방사로 가는 길목인 데 눈꽃과 상고대가 절경이다.  

 

 

 

 

나무에 내려앉은 눈꽃과 상고대의 환상적인 모습

 

 

이런 멋진 코스를 언제 다시 밟아볼까?

 

 

멋진 모습에 날씨까지 맑아 그 조망이 더없이 훌륭하다.

 

순백의 눈으로 영혼까지 맑게 치유되는 느낌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에 넋을 놓을 뿐....

 

 

 

 

 

 

지난 번 계방산과 광덕산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설국을 소백산에서 원 없이 즐기니 하늘을 날 거 같다..

 

 

산 아래와 산 위의 풍경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바람에 언 눈꽃은 웬만한 바람에도 끄떡 없으니 당분간은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의 탄성을 불러 일으키리라.

 

목화 솜뭉치를 쌓아 놓은 듯 한 나무가 지탱할 무게도 만만치 않겠다.

 

 

그 사이를 등산객은 산호초 사이를 지나는 물고기인양 스쳐 지나간다.

 

 

산은 온통 눈꽃 가득한 설국이다.

 

 

능선을 기준으로 좌우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니 차이가 극명하다.  

 

 

등산객은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는 데 날씨는 춥고 갈길은 멀다.

 

 

천문대가 좀 더 가까이 보이니 연화봉도 멀지 않겠구나.

 

 

 

 

 

 

 

 

산은 구비구비 능선과 계곡으로 이어지고 만나니 소백산도 제법 큰 산이다.!

 

이런 절경은 몸이 날려갈 듯 북풍한설을 이겨낸 자만이 비로소 볼 수 있는 특권을 갖는다.

 

 

산호초인듯 혹은 사슴뿔인듯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저 얼음의 냉혹한 겨울을 지나야만 예쁜 꽃과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리라.

 

 

 

 

침엽수가 눈의 무게에 짓눌려 늘어진 모습이지만 다시 봄이 되면 두 팔을 하늘로 벌릴 테지...

 

 

 

 

 

 

 

 

 

이젠 가야할 길보다 지나온 길이 더 멀 테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눈만 내놓은 채 온몸을 싸매고 가려야 이런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걷고 또 걸어도 기상대와 천문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걸음이 더딘 거냐 아니면 거리가 너무 먼 게냐?

 

몸을 날려 저 눈속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왜지?

 

 

분명 나무는 있으나 나무인지 눈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산은 사계절 중 여름만 빼고 계곡보다 능선이 더 아름답다.

  

계곡으로 뻗은 산의 모습도 여전히 흰색 일색이로다.

 

 

 저렴한 디카로도 이렇게 멋진 데, dslr카메라로 찍으면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겠다.

 

 

간혹 바위만이 까마귀인듯 검은색을 보일 뿐...

 

 

 

 

 

 

 

 

 

 

 

 

 

흰색과 짙푸른 남색의 대비가 멋지다.

 

 

 

다시 보기 힘든 절경이 로고...

 

 

 

 

 길을 지나 능선을 돌고 돌아도 늘 이런 풍광을 맞닥트린다면 얼마나 멋진 행운이냐.

 

 

지나온 능선 저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절반 이상이 눈속에 빠진 나무도 있고... 천상의 설원이 따로 없다.

 

너희가 솜사탕이냐 눈꽃이냐?

 

 

눈꽃 사열이냐, 눈꽃 열병이냐?

 

 

이런 혹한의 겨울 속에 봄기운이 잡히는 건 우리보다 자연이 더 빨리 눈치 채리라.

 

누구라도 이런 절경을 놓칠 리 없지...

 

 

 

 

 

 

 

환상! 환상!! 환~상!!!

 

 

이 구간 모두가 눈꽃 터널이다  

 

 

 

 

 

 

 

 

눈 열매 가득한 과수원길

 

 

 

 

 

 

 

 

 

 

 

눈꽃이 갈길을 잡기에 가끔은 길이 늦어진다.

 

 

 

 

 

드러나지 않은 눈 속은 얼마나 깊을까?

  

 

 

이제부터 점점 눈꽃이 얇아진다.

 

 

좌우 길안내 로프를 연결하는 나무기둥도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여전히 눈이 많다.

 

연화봉 전망대에서 본 지나온 능선 저 멀리 비로봉과 그 너머 국망봉도 보인다.

 

 

이제 연화봉이니 희방사까지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기상대와 우측 천문대

  

 

 

 

 

 

 

 

 

 

거의 마지막 구간에 있는 눈꽃 터널

 

 

 

 

 

 

 

천문대에서 기상대로 가는 길의 능선도 눈꽃 가득하고...

 

 

하산길은 전체가 미끄럼틀이라 여기선 남여노소 모두가 동심이다.

 

 

희방폭포도 눈과 얼음에 가려 제 모습이 안 나온다.

 

 

 

 7시간에 걸친 소백산의 눈꽃 체험은 몸이 날릴 정도의 북풍한설을 이겨낸 결과로 다시 보기 힘든 절경이었다.
칼바람에 넘어지고 북풍한설에 머리가 빠개지는 고통이 따른다 해도 이런 진경산수를 놓칠 수 없으니
매년 겨울엔 소백산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