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토 09:52~16:47(산행 거리 16.6km, 산행 시간 06:56, 휴식 시간 01: 10, 평균속도 2.9km, 최저고도 423m, 최고고도 1,450m) 하산 후 비
산들은 서로 업고 업히며 줄기를 이루어 뻗어가고 있었다.
높은 산줄기는 그 높이만큼 또 다른 가지 줄기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산봉우리들은 층을 이루고 겹을 이루며 출렁거리듯 솟아 있었다.
그 소백산맥 줄기를 뚫는 철도공사는 산과 산 사이로 트인 가장 낮은 평지를 찾아 이어져 나가고 있었다.
지형이란 묘한 것이어서 산이 아무리 많은 곳이라도 낮은 산줄기들 사이로는 작으나마 평지가 있기 마련이고,
실개울이 흐르고 있었으며, 남향 산자락에는 마을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평지는 물론이고 경사 완만한 산자락은 논이며 밭으로 일구어져 있었다.
땅이 좁은 산길답게 산과 산을 감돌고 휘돌며 이어지는 길도 자칫 그 자취가 지워질 만큼 가늘고 좁았다.
때때로 산행기를 작성한다는 무척이나 귀찮은 일이다.
특히, 들어가는 첫머리를 어떻게 잡느냐가 제일 큰 문제다.
오늘은 이 귀찮은 걸 조정래의 소설 중 아리랑에서 소백산과 관련된 부분이 있기에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일제가 중앙선 철로를 놓던 1930년대 후반의 상황이다.
이럴 때 써먹자면 앞으로 책을 읽을 때 좀 더 기록하는 데 집중해야겠다.
소백산 등산코스
월요일 샌드위치로 낀 근무일에 휴가를 냈다면 오늘이 4일 연휴 마지막 날이다.
소백산 철쭉꽃 산행을 위해 산악회 버스는 크게 막히지 않고 단양 경계에 있는 죽령휴게소에 09:50에 도착했다.
이번 주말에 있을 소백산 철쭉제를 미리 보려는 사람들로 주차장엔 버스와 승용차가 꽉 찼다.
몇몇 산악회 회원들과 뒤엉켜 올라가지만, 연화봉 아래 소백산천문대까지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시작부터 어렵지 않다.
지난겨울에 왔을 땐 포장도로를 밟지 않고 눈길을 걷는다고 무릎에 무리가 오지 않았다.
이번엔 눈길 대신 도로 가장자리에 깔린 야자 매트를 밟으니 걷는 데 부담이 없어 좋다.
야자 매트는 짚으로 만든 멍석보다 싸고 질겨 요즘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 받는다.
야자 열매인 코코넛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섬유로 제작하여 배수가 잘 되고, 내구성이 강하고 보행시 피로를 줄여 준다.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은 희방사코스와 죽령코스가 대표적이다.
희방사코스는 희방폭포가 볼만하나 이내 깔딱고개가 있는 중급코스로 연화봉까지 4.4km라는 짧은 코스라도 이용을 꺼린다.
이에 반해 임도가 깔린 죽령코스는 7km로 제법 길어도 완만한 경사라 많은 등산객이 이용한다.
소백산 철쭉은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드문드문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고,
국망봉에 가장 큰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나 대부분 산행 편의상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코스를 선호한다.
임도를 따라간다 해도 산에서 산 구비구비 돌고돌아 걷는 7km 제법 지루하다.
제2연화봉의 기상관측소가 보일 때 잠깐 정신이 들긴 하나 이 고개를 넘으면 또 3km를 지루하게 걸어야 비로소 연화봉 정상에 도착한다.
연화봉 아래 소백산 천문대부터 철쭉군락이 시작되므로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던 걸음을 멈추며 카메라를 꺼내든다.
연화봉부터 비로봉까지는 중간중간 철쭉 군락지가 있으나 초봄에 계속된 이상기온으로 개화상태가 말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꽃잎이 몇 개 떨어졌다고 벌써 꽃이 진다고 했으나 몽우리가 더 많아 이제야 꽃이 피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이 상태로 보면 이번 주말에 있을 단양과 영주에서 각각 주관하는 철쭉제는 조금 이른 편이다.
현재 개화상태를 고려한다면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 소백산 철쭉이 절정이겠지만, 굳이 찾는다 해도 큰 감흥은 없을 거 같다.
이번 주말엔 다른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소백산 국망봉을 가기로 했는데, 지금 신청한 회원이 많지 않아 산행이 무산될 수 있겠다.
차라리 성사가 안 되면 다른 산을 갈 수 있으니 되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다.
예년같으면 이 코스엔 철쭉꽃 사열을 받으며 지날 텐데....
폰사진을 구글포토에서 어시스턴트로 받은 사진이다.
도솔님이 올해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부터 다른 유명한 산의 철쭉 산행까지 다녀왔지만, 이상기온으로 제대로 된 꽃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나도 올해 들어 진달래꽃 산행은 생략하고 처음으로 철쭉꽃 산행에 나섰으나 철쭉제를 불과 며칠 앞둔 개화상태가 시원치 않아 실망스럽다.
기온은 매년 높아져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로 가는 게 아니냔 우려가 높다.
실제 5월 들어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며 아열대성 기후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는데,
그보다 앞서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떨어져 개화 상태가 좋지 않아 사과나 배, 복숭아 등 과일 농사가 제대로 될까 걱정이다.
소백산은 유장한 능선이 대체로 지리산을 닮았다.
그 중에 여기만 암봉이 조금 보이니 간혹 덕유산을 닮은 듯 하기도....
꽃섬 * 이대흠
먼 데 섬은 먹색이다
들어가면 꽃섬이다
이대흠 시인은 열 줄짜리 시를 두 줄로 줄이는 데 10년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시를 쓰는 게 어렵단 얘기다.
시인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말이 있다면, 지워버리는 게 좋다며 세 번째 줄에 "사람도 그렇다"는 표현도 과감히 삭제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를 쓴 조정래 소설가도 시를 쓰는 게 소설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아내인 김초혜 시인을 은근히 떠받들지 않던가.
이 시에 나오는 섬을 산으로 바꿔본다.
꽃산 * 즐풍
"먼 데 산은 먹색이다
들어가면 꽃산이다"
표절도 이런 표절이 없다. 우연히 꽃섬을 읽으며 표절 생각이 든 시다.
단 한 글자만 바꿨는데, 이즘은 소백산에 어울리는 짧으나 강렬한 멧세지를 던져준다.
그러나 꽃산인줄 알고 왔던 소백산의 철쭉은 냉해로 절반도 보여주지 못 하니 아쉽고도 애석하다.
최신형인 Photo Scape X를 다운 받은 게 기능은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크기를 리사이징하고 일괄편집하면 사진의 순서를 엉망으로 순서를 바꿔놓는다.
올릴 때마다 순서를 정렬한다고 제법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데, 오늘은 영 맘이 안 내켜 뒤죽박죽된 순서를 그대로 올린다.
언제 시간이 난다면 다시 정리해볼까.
소백산 철쭉축제가 코앞인 주말로 다가왔으나 먼데 산을 들어가도 꽃산이기는커녕 냉해를 입어 가련하기만 하다.
백두대간을 뛰는 사람에겐 중요한 인증장소인 제1연화봉 표지목
(월간 산, 김기환 기자 글 일부)
천둥리에서 올라오면 처음으로 만나는 암봉이다.
천둥리에서 오른 사람들은 처음 만난 능선의 암봉에서 탁 트인 조망을 보자 모두 탄성을 지른다.
각자 인증 사진을 필수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 예쁜척하기
비로봉에서 좀 더 내려가면 국망봉과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국망봉 방향을 보니 군락지에 철쭉은 보이지 않고 가장 아래쪽 고개에 제법 큰 군락지가 보여 내려가려다 올라오기가 귀찮아 포기한다.
그 길에서 만난 암봉이다.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국망봉 방향
소백산 대피소에서 비로봉 가는 길엔 주목 군락지와 구상나무 군락지가 모여 있다.
이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지 몰라도 나무의 품위가 제법 좋다.
이 여성 진사는 폼 제대로 잡고 사진 찍기에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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