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7. 토 10:40~16:50(이동 거리 16.57km, 이동 시간 06:11, 휴식 시간 28분, 평균 속도 2.9km/h) 청명
겨울 산행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소백산의 칼바람에 맞서며 감상하는 상고대일 것이다.
물론, 덕유산이나 태백산, 함백산, 설악산, 지리산 외 수많은 겨울 명산의 상고대를 나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이 많이 오고 상고대가 자주 생긴다고 해도 때를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올해는 잠깐 전라, 충청 지역에 폭설이 내린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큼 큰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올겨울엔 덕유산과 남덕유산의 기막힌 상고대를 봤으니 그 둘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아직 겨울은 길고 갈 산은 많다.
2013년 1월 소백산 비로봉의 어마무시한 칼바람에 휘청거리고 연화봉으로 가며 본 상고대 숲를 잊지 못한다.
그 칼바람이 두려워서였을까, 이후 5년을 감히 소백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2주 전 덕유산의 기막힌 상고대를 봤어도 소백산의 상고대 기억을 잊지 못해 오늘 다시 소백산을 오른다.
소백산 등산코스
산행 들머리인 죽령휴게소는 해발 696m이니 평균 1,300m 급인 소백산 정상까지 벌써 절반의 높이를 오른 셈이다.
영동고속도로 죽령터널이 건설되기 전엔 국도를 이용해 이 죽령휴게소를 지났으나 터널이 개통된 이후 통행량이 많이 줄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엔 이 길을 이용하며 휴게소가 북적거렸겠지만, 지금은 등산객이 그 자리를 메꿔주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보다 70년 앞선 일제 강점기 때 중앙선 철길로 죽령터널이 건설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소백산은 단양과 영주를 갈라 놓았으나 현대 기술이 두 지역을 터널로 연결시켜 불과 5분이면 통과하게 되었다.
설악산의 미시령터널이 개통된 이후 미시령고개도 이제 거의 찾지 않는 데,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가 생겨 미시령터널도 위협받고 있다.
이젠 미시령터널 통행료 감소로 강원도가 보전해야할 손실보전금으로 재정적 손해가 많다고 하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높은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올라가던 고전적인 도로도 빠름을 추구하는 신기술 앞에 자리를 내주고 이젠 퇴물로 취급받게 된다.
1,383m인 연화봉까지는 소백산 천문대로 이어지는 도로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희방사 제2주차장이 해발 650m라해도 산길인데다 고도 차이가 커 더 힘든 코스다.
도로를 따라 어렵지 않게 오르자 약 4.2km 지점에 있는 소백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산상전망대)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강우레이더관측소 아래 백두대간길의 제2연화봉 표지석이다.
여기서부터 연화봉 직전 소백산천문대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천문대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제설작업이 되어 있으나 이런 눈길엔 사륜구동에 와이어체인을 감아야 올라갈 수 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차량이 한 대씩 내려가고 올라가는 걸 봤다.
푸른 숲일 땐 모르겠더니 이렇게 드러난 산을 보면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소백산천문대로 난 도로를 따라 맨 우측 연화봉을 거쳐 뒤로 보이는 흰눈 속 비로봉 정상까지 걸어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어떤 여성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연화봉까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올랐는데, 그 여성이 지나간 자리를 밟는 바람에 한바탕 넘어졌다.
눈썰매가 지나간 자리는 다져지고 매끄러워 밟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국천문연구원 소백산천문대
왼쪽 강우레이더관측소와 오른쪽 소백산천문대
죽령휴게소에서 연화봉까지 7.1km를 두 시간 5분만에 올랐다.
여기도 사진 찍겠다고 길게 줄을 섰으나 1초만 대기시키고 표지을 찍는다.
연화봉에 올랐을 때가 12:45이니 이미 점심 때라 식사를 해야하지만, 마땅히 바람을 피할 장소가 없어 가는 길에 먹기로 하고 내쳐 걷는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약 4km를 걸어야 하니 대략 두 시간 정도의 거리다.
천문대까지는 도로에 제설이 되어 쉽게 걸을 수 있었으나 연화봉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눈밭을 걷는다.
5년 전 이곳을 지날 땐 눈과 상고대로 기막힌 풍경을 보여줬는데, 오늘은 눈만 밟힐 뿐이다.
그날의 상고대를 보려면 ☞ http://blog.daum.net/honbul-/404
뒤돌아 본 연화봉과 강우레이더 관측소 방향
제1연화봉 표지목도 백두대간 인증에 필요한 이정목이라고 한다.
죽령에서 비로봉을 거쳐 어의곡계곡으로 하산하며 제2연화봉, 연화봉, 제1연화봉, 비로봉 순으로 만나게 된다.
연화봉 앞뒤로 1봉, 2봉을 배치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백두대간 인증에 필요하다고 하니 제법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다.
연분홍 철쭉이 가득할 때 천상의 화원, 소백산
철쭉은 한자로 척촉(躑躅)이라고 하는 데,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추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소백산 철쭉꽃은 연분홍색인 이유는 일교차가 크기때문이다.
아고산의 기온과 강한 바람으로 5월 중순 이후에 꽃이 핀다.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안내문)
이 길을 오가는 등산로로 철쭉나무가 빽빽히 들어섰으니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천상의 화원이 된다는 말씀이니 그때도 와야한다.
전망대에서 둘러보는 풍경
육산에 드물게 보이는 바위
5년 전와 달리 눈꽃이 없으니 걷는내내 아쉬움이 몰려온다.
올겨울이 가지 전에 이곳에 눈이라도 쏟아지면 그 주말에 다시 와야겠다.
산 아래 가스층이 생겨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 난다. 이런 멋진 풍경으로 잠시 위안을 받는다.
상고대에 대한 설명이나 상고대가 보이지 않으니 아쉽....
한결 가까워진 비로봉
주목감시초소에서 점심을 먹자면 앞으로도 제법 걸어야 하니 허기진 배를 울릉도 호박엿으로 당분을 채우며 달래본다.
이 눈마저 없었다면, 소백산은 너무 쓸쓸했을 거 같다.
해발 고도 1,300m 이상인 소백산의 아고산지대는 바람이 세고 비나 눈이 자주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키가 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지대이다.
아고산지대는 아한대기후 특성으로 바람과 추위를 잘 견디는 신갈나무, 철쭉꽃 등의 야생식물이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서늘한 기후 특성으로 자연이 훼손될 경우 자연적인 회복이 느리다.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무리 모두 각별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 (안내문 편집)
천둥계곡으로 오가는 길목이다.
대부분의 산악회는 천둥계곡에서 비로봉을 찍고 어의곡계곡으로 가거나 그 반대로 도는 코스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이 가장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지나온 코스
14:20에 주목 감시초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감시초소는 집의 형태를 갖췄지만, 문을 열어 놓아 찬바람이 들어온다.
차라리 비닐 텐트에서 식사를 하면 온기가 그대로 남아 더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신사동에서 산악회 버스가 출발할 때 찜바를 먹어 쿨렁쿨렁 하더니 가다가 고장으로 멈추면 사고가 날 거 같아 다른 차를 불렀다.
대차로 시간이 지체되어 꼭 한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죽전에서 기다리던 다섯 명 중 네 명은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에 식사를 하고 나온데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동안에 우동 한 그릇 먹는 바람에 이 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이 눈앞이니 저기서 하산만 하면 된다.
비로봉 올라가며 손가락 장갑 속에 얇은 장갑을 하나 더 꼈더니 오히려 더 손이 시리다.
장갑 안에 여유 공간이 없어 공기층을 형성하지 못해 손이 시려 벙어리 장갑으로 바꿔 낀다.
이 벙어리장갑 안엔 손가락 장갑으로 되어 있는 데, 안에도 벙어리장갑으로 되어 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을 해본다.
손가락장갑 보다 벙어리장갑이 겨울엔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방금 식사 장소였던 주목 감시초소
소백산은 연화봉부터 비로봉까지 몇 개의 고개를 오르내린다 해도 크게 어려운 곳이 없는 능선이다.
오늘 16.57km를 6시간 11분에 걸으며 평균 2.9km의 속도로 걸었다.
이곳에서도 잠깐 표지석만 찍고 바로 하산한다.
이 표지성르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자 뒤쪽 이정목의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인다.
오른쪽이 국망봉으로 연결된 능선이다.
저 국망봉을 찍고 우측으로 하산하면 풍기 쪽 초암사로 하산하게 된다.
아고산 지역이라 나무는 별로 없고 왼쪽엔 식재된 주목이 보이기도 한다.
하산하며 뒤돌아 본 비로봉
거의 나무가 없는 허허벌판
어의곡 갈림길에서 국망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비로봉으로 가기 전 작은 봉우리와 암봉
이쪽은 바람이 심해 눈을 말끔히 뒤로 넘겨 뒤쪽은 눈 언덕이 생겼다.
심한 바람 덕에 나무는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소백산 칼바람의 명성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소백산의 마지막 풍경이다.
이후 하산길은 나무 숲을 통과해야 하니 내세울 풍경은 없다.
눈이 제법 내린데다 워낙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5년 전의 기억으로 상고대를 볼 수 있겠단 생각으로 소백산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상고대는 전혀 볼 수 없었고 쌓인 눈을 밟는 재미로 등산을 마쳤다.
소백산의 칼바람이 두려웠으나 날씨 예보와 같이 크게 춥지도 않고 바람은 견딜 수 있는 정도라 다행이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이라도 한 번이라도 소백산의 칼바람을 맞으며 상고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7시간 30분 시간이 주어졌지만 모두 선수들만 모였는지 30분 일찍 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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