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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여수 6개월 살이

아내 갖다 주려고 무화과로 잼 만들었어

by 즐풍 2021. 9. 7.

 

 

나 여수에 살고 있는 거 알지?

그렇다고 아주 사는 건 아니고 이제 한 달만 더 살면 귀가할 거야.

지금 5개월째 사는 데, 이젠 여수 주민만큼 여수를 잘 알아.

여수에 살다 보니 이 지역 식생이 중부지역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

바닷가라 해풍에 살아남아야 하니 나뭇잎은 두껍고 반짝거려.

갯까치수영, 해국, 갯무, 갯고들빼기 등으로 '해~', '갯~'과 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닷가에 산다는 뜻인데, 잎이 두꺼워야 바닷가 환경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어.

 

아참, 바닷가에 사는 소나무를 해송이라고 하는데, 보통 곰솔이라고도 해.

제주도 삼성혈에 가면 곰솔이 엄청 큰 거 봤지?

그리고 산천단에 있는 곰솔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소나무야.

곰솔은 해풍에 강해 방조림이나 해안사방에 주로 이용된 데...

그런데 가구 재료나 건축 재료로는 소나무만 못하대.

 

 

 

 

여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황칠나무, 동백나무, 무화과나무, 비파나무 등이야.

어떤 건 아직 이름도 모르는 게 더 많아....

북쪽에선 옻닭이나 옻오리를 만들어 먹는데, 여기선 황칠나무를 대신 써.

황칠나무 수액은 노란색이라 금속이나 나무에 도료로 쓰면 무척 아름답다고 해.

옛날엔 갑옷에 황칠 수액으로 색을 입히면 삐까번쩍한 황금색 갑옷이 돼 장군이나 걸칠 수 있었대.

도료뿐만 아니라 약효도 좋아서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야.

황칠나무를 이용해 약을 만들면 아스피린보다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약장수 같다고?

 

 

 

 

이번에 갓고을센터에서는 무화과로 잼을 만들었어.

이곳에서 생산된 토종 무화과로 잼을 만드는 건 여느 과일로 잼을 만드는 것만큼 쉬워.

우리는 껍질을 제거한 순수한 과일이라 당도가 높기 때문에 설탕 아주 조금 넣고 끓이면 돼.

끓일 때 눌어붙지 않게 계속 지어주는 거 알지?

다행히 주방은 영업용이라 화력이 좋아.

그런 만큼 약불로 하는 게 요령이야. 

캐나다에서 온 멋쟁이 친구가 이거 젖는다고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몰라.

무화과잼을 빵에 발라 먹었더니 완전 꿀맛인 거 있지.

나 이거 아내 주려고 뚜껑 꼭 닫아 놓았어, 흉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