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15
2021.8.7 (토) 13:30 이후 탐방
사도와 추도 탐방이 무산되면서 오후 내내 낭도 탐방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은 갯바위마저 달궈 위에선 햇빛이 내리쬐고 바닥에선 갯바위 열기가 올라온다.
모처럼 나온 목우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오르며 연신 땀을 훔쳐낸다.
몇 년 전 왕피천 계곡에서도 더위에 지쳐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었다.
그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날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 해도 이곳은 조금만 탈출하면 도로와 연결되니 부담은 적다.
적당한 휴식 공간이 있을 때마다 쉬어가며 부담을 줄인다.
낭도등대 옆 용암지대를 벗어나면 바로 천선대와 이어진다.
이 해안은 만조 때 바다에 잠겨 이동할 수 없으므로 물때를 보고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
이 큰 바위를 지나면서 바로 천선대의 비경을 보게 된다.
낭도등대에서 이 바위를 넘어오며 천선대와 만나게 된다.
천선대는 저 끝에 보이는 신선대와 연결된다.
천선대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면, 신선대는 신선이 된 사람의 놀이터인 셈이다.
어느 쪽이든 비교 우위는 없을 만큼 멋진 곳이다.
천선대로 가는 길을 막아선 듯 보이는 거대한 바위
넓은 바위가 놀기 좋은 마당인 셈이다.
위아래 모두 평평한 암반이니 어디든 상관없이 앉으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세상사 걱정 모두 내려놓기만 하면 그곳이 어디든 지상낙원이다.
비취색 바닷물과 암갈색 해안절벽의 환상적인 궁합이다.
낭도나 사도, 추도는 어딜 가든 쉽게 공룡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언젠가 이곳이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될 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목우는 제주도 수월봉보다 이곳이 더 멋지다고 한다.
수월봉은 규모가 작은 데, 이곳은 길이나 높이가 훨씬 커 비교가 안 될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월봉은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쇄설암층에서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가 관찰되어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 여러 명소와 함께 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이다.
공룡이 어느 방향으로 몇 마리가 갔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발자국 화석이다.
이 거대한 암벽 아래 그늘이 져 잠시 쉬어간다.
더위에 지쳐가던 목우는 다시 활기를 띤다.
어딜 가든 잘 발달된 층리를 볼 수 있다.
옆으로만 층리가 발달한 가운데 세로로 줄을 늘어트린 듯 흰 암맥이 지나간다.
긴 합판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 보이든 암반 단면
그리 길지 않은 천선대 구간이나 평소엔 바닷물로 닫혀 있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시기적절하게 물때 맞춰 들어오면 누구나 신선이 되는 곳이다.
이곳은 층층이 계단식으로 된 암반이라 로마의 어느 원형경기장의 관중석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야외 공연이라도 하면 훌륭한 객석이 되겠다.
수없이 많은 공룡발자국은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한다.
공룡은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졌어도 우리의 과학자들은 발자국만 보고도 크기나 살던 시대 등
여러 가지 정보를 하나씩 끄집어내며 퍼즐을 맞춰간다.
가운데 암반은 물결모양의 연흔이 보인다.
당시에 이곳이 진흙더미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어느 순간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 진흙을 덮쳤고, 오랜 세월 동안 용암이 퇴적되며 사라지자 이 연흔이 드러났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졌을까?
길게 보이던 천선대로 어느덧 거의 다 지나간다.
앞쪽 가파른 바위로 올라가면 이번엔 신선대가 맞아줄 것이다.
잠시 후 신선대에서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좀 더 확실하게 보이는 연흔(물결 모양의 암반)과 공룡발자국 화석
굿바이, 천선대~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낭도는 세 번째 방문이지만, 천선대는 두 번 탐방했다.
다시 보아도 새롭고 멋진 곳이다.
여수 제 1경인 거문도 못지않은 절경을 가진 곳이다.
몇 년 후 사도는 물론 추도까지 방문이 자유스러워질 때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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