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34
2021.4.11. (일) 8:02~16:46 (탐방 거리 21.2km, 8시간 44분 탐방). 맑음
다른 듯비슷한 풍경이 이어진다.
적당한 높이의 바위나 암봉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이다.
이런 바다와 만나는 섬은 온통 바닷물에 드러난 바위산이란 생각이 든다.
바위에 달라붙은 흙은 파도에 쓸리고 쓸려 이젠 더 내어줄 것도 없는 바위뿐이다.
사막에서 죽은 거대한 동물이 살을 내어주고 마지막으로 드러난 뼈만 보이는 느낌이다.
더 얻을 것도 없는 뼈만 보이는 해변을 즐풍은 오늘도 눈을 반짝이며 어슬렁거린다.
가끔 남녀 할 거 없이 두세 명씩 고동을 잡는 게 보인다.
바위엔 석화가 하얗게 들러 붙었지만, 그저 고동만 줍는다.
이런 곳은 어촌계 관리하지 않는 외진 곳이다.
어촌계 있는 곳은 그들의 바다 농장이므로 엄연히 주인이 있는 곳이다.
주인이 없는 곳은 해산물도 별로 많지 않는 외진 곳이다.
간혹 낚시꾼도 보이지만, 외진 곳에 벼랑을 타고 가야하는 어려운 곳이 많다.
어쩌다 서너 명씩 보이는 곳은 방파제처럼 쉬운 곳이다.
외진 곳을 찾는 사람은 지리를 잘 아는 지역 사람이고,
방파제처럼 쉬운 곳은 어쩌다 한두 번 오는 외지인이겠다.
갑자기 길게 언덕이 있는 암봉군락이 보인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풍경으로 제주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이 떠오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야 제대로 사냥감을 만난 느낌이다.
가까이 다가가 얼마나 멋진 놈인지 자세히 살펴 보아야겠다.
이 구간을 돌아 300m 정도 거리에서 월전포란 마을을 만난다.
어느 주민을 만나 이곳 이름을 물으니 굴바위라고 한다.
그분이 어렸을 때 소 몰고 나가 바위에 있는 굴에서 놀았다고 한다.
그분 외 다른 분을 만나지 못해 굴바위가 지역에서 통용되는 이름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바위와 달리 이곳은 용암이 굳은 현무암 지대이다.
현무암이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며 제주의 어느 해안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 해안에서는 건너편 여수 예술랜드가 바로 보인다.
20여 장씩 사진을 올리다 보면 늘 이렇게 엉뚱한 사진이 끼어들며 뒤죽박죽이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섯 장씩 올려 시차를 줄여야겠다.
마을 주민 얘기한 이런 굴이 많은 바위라 굴바위라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굴바위는 대략 100여 m 정도의 길이로 언덕 위에 생긴 여러 형태의 굴과 요철을 보여준다.
혼자 보기는 아까운 비경이므로 여수시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겠다.
다만, 드나드는 도로가 협소하고 휘어진 도로를 펴고 넓히는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한참 위 사진에서 보이던 작은 굴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용암이 사람 서너 명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너비로 언덕이 있는 데다 만조에도 물이 차지 않는 곳이다.
언덕과 용암의 다양한 형태를 한눈에 조망한다.
굴바위를 돌아가자 멀리 월전포 마을이 보인다.
오늘 탐방을 월전포 마을에서 끝내고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굴바위가 있는 곳과 전후 지점이 여수 갯가길에서 가장 환상적인 구간이다.
며칠 후 공동체 마을에서 함께 지내는 분들과 이곳에 왔을 때 여수에 산다는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갯가길은 민트 껌을 씹을 때 민트향이 톡톡 터지는 듯 한 비경이 도처에 숨어 있다."라고 한다.
갯가길을 3일 동안 속속들이 파고든 결과를 보면 그 말에 동의한다.
바위 사이 구멍이 밧줄을 감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여수에 있는 동안 형님이나 아내가 방문할 때 이 코스는 필수 코스로 선정함은 물론이다.
마을에 들어설 때 담장 밑에 크로바 잎처럼 생긴 식물에 크로바 꽃과 전혀 다른 앙증맞은 꽃이 폈다.
잘 있거라
갯가길 최고의 비경인 굴바위야, 돌산도를 떠나기 전 몇 번 더 오마.
굴바위는 단심가와 월전포 사이에 있는 명소이다.
월전포 마을은 워낙 외진 곳이라 버스가 하루에 여덟 번 밖에 안 들어온다.
버스가 언제 들어오는지 몰라 일단 마을을 벗어날 목적에 중심도로까지 걷는다.
마을을 빠져나가며 보이는 소나무 두 그루가 멋지다.
이렇게 이틀째 갯가길을 탐방하며 최고의 비경인 굴바위를 지났다.
일부 구간은 도로를 이용하기도 했으나 21km가 넘는 장거리 탐방이었다.
좁은 대한민국에도 알고 보면 절대 비경이 차고 넘친다.
그중 한 구간을 즐풍이 오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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