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0
2021.2.11. 오후에 8km 잠깐 산책
설 명절을 맞아 원주 형님댁에 왔다.
조카는 지난 주말에 미리 다녀갔고, 이번 명절엔 우리 부부만 왔으니 형님까지 겨우 세 명이다.
코로나로 여전히 거리두기가 진행 중이라 고향 가는 게 자제되자 도로는 뻥 뚫렸다.
혼자 사시는 형님이 외로울까 봐 안 갈 수 없는 형편이다.
함께 점심 먹고 치매가 진행 중인 형님에게 퍼즐 그림 맞추기를 드렸다.
모서리부터 외곽을 중심으로 채워가라고 해도 금세 잊어버린다.
다음엔 그림을 맞춰가라고 해도 상관없이 맞는 대로 끼운다.
이에 앞서 집에서 즐풍도 그림 없는 백지로 된 100 피스 짜리 퍼즐을 맞추는 데 무척이나 힘들었다.
104 피스 애니멀 지도도 막상 해보니 쉽지 않다.
이제 1,000 피스로 된 판도라를 해야 하는 데, 색상이 거의 비슷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원주시가 혁신도시로 선정되며 천지개벽을 했다.
어쩌다 고향에 오면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때도 더러 있다.
오늘도 가까운 백운산 임도를 걷자기에 따라나섰는데,
중앙선 원주역을 이전해 주변은 온통 공사 중이라 자리 잡히면 또 다른 천지개벽을 보게 생겼다.
임도를 약 두 시간에 걸쳐 8km 산책을 끝내고 형님 차에 올라타며 트랭글 저장하는 걸 깜박 잊었다.
5km를 이동 후 아차 싶어 껐더니 속도 초과로 트랭글 기록이 자동 삭제된다.
포스팅을 하며 지도를 찾으려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구글 포토로 보며 구글맵 좌표로 위치를 확인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난다.
사진을 선택하면 구글 지도에 좌표가 찍히고 좌표도 표시된다.
4km 지점에 산에서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 여러 작품을 만든 게 보인다.
임도는 구불구불 산이 생긴 대로 편안하게 길을 냈다.
늘 산에선 능선을 고집하는 편이지만, 이런 임도는 비포장 도로라 걷는 데 부담이 없다.
제법 많은 사람이 여유를 갖고 삼삼오오 걷거나 혼자 걷는 사람도 보인다.
이런 여유 있는 산책도 좋다.
화장실을 가린 가림막이다.
이곳까지 꼭 4km 거리다. 여기선 돌아갔으니 8km를 걸었다.
형님이 치매가 걸려 기억력이 점차 줄어들어도 예전 일을 뚜렷이 기억한다.
책을 읽었던 내용이나 역사 이야기는 즐풍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형님에게 준 두 개의 퍼즐 맞추기 그림 ①
②
이건 즐풍이 맞춘 그림 없는 퍼즐이라 좀 어려웠다.
고급형인 셈이다.
이 퍼즐은 치매가 걱정스러워 큰딸이 사온 퍼즐로 104 조각이다.
문제는 이 퍼즐이다.
판도라란 이름을 가진 이 퍼즐의 뚜껑을 여는 순간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느끼 게 된다.
힌트는 이 그림 한 장뿐이다.
누군가 잘 맞추고 올린 사진인데, 내 생전에 끝낼 날이 오긴 오려나...
퍼즐 맞추기에 이어 형님을 따라나선 백운산 임도 걷기였다.
맑은 숲을 걸으며 예전의 형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1946년생이니 625전쟁 끝머리에 우리 집에 들이닥친 인민군들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봉평면에서 큰집이던 우리 집에서 수십 명의 인민군에게 꼼짝없이 식사를 제공했던 일이며
미군기가 쌕쌕거리며 상공을 지날 땐 혹여 집에 폭탄이라도 떨어질까 봐
형님을 업고 변소로 숨던 큰고모님 이야기 등 낯선 과거를 더듬었다.
그렇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와 이제 호강 좀 하려니 치매가 와 우울한 장래가 기다린다.
이일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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