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02
2021.1.13. (수) 09:29~13:12(전체 3시간 43분, 휴식 분, 전체 거리 8.6km, 평속 2.2km/h) 맑음
어제 퇴근 무렵에 흡족하지는 않지만,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눈길 산행을 위해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나섰으나 미역국인 컵밥에 필요한 온수를 준비하지 않을 걸 알았다.
전장에 나선 병사가 총을 들지 않고 나간 것과 무엇이 다른가.
깜박깜박하니 나이 탓인가?
당진 영덕 간 고속도로인 예산 고덕 IC에서 빠져나와 덕산시장을 지날 때 간식거리를 살 기회를 놓쳤다.
산행 들머리엔 가게가 없어 난감한 가운데 체력을 소모할 컵반과 휴대폰 충전기 등 무게가 있는 건 뺀다.
주차장에서 보덕사를 경유해 서원산~옥양봉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수정해 바로 옥양봉으로 오른다.
거리를 줄여 후다닥 산행을 끝내고 하산하면 점심시간이 지나도 견딜만한 거리다.
□ 가야산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옥양봉(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 등의 봉우리가 연결되는 다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등산로가 개설되어
노약자 및 여성, 어린이도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는 서해바다가 아련하게 보이고 봄철에는 철쭉과 진달래 등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등 사시사철 경치가 수려해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제시대 마애석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한 보원사지,
개심사, 일락사 등이 가야산 자락의 품에 자리 잡고 있다.
또 한 국보 1점, 보물 6점, 기타 문화재 4점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내포문화권의 핵심지역이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찾아 매년 5십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서산시청)
예산 가야산 등산 코스
남연군 묘역을 우측으로 돌아 옥양봉으로 향한다.
예산 가야산은 2016년 12월, 서산 개심사에서 시작해 일락산을 거쳐 석문봉으로 올랐다.
그때 옥양봉에서 올라온다는 어느 산악회를 만나며 옥양봉이 궁금했던 걸 이번에 확인한다.
옥양봉 9부 능선에 제법 큰 암봉이 보이는데, 너무 커 그 전체를 화면에 담을 수 없었다.
그 바위에 다 오르니 "쉰질바위"란 명칭이 붙었다.
"쉰질"은 "쉬흔 길(50길)"의 충청도 사투리로 매우 높다 혹은 매우 깊다는 뜻으로 우람한 바위를 말한다.
이 쉰질 바위는 일명 '징수 바위'라고도 한다.
옛날 어마어마하게 큰 장수가 이곳 쉰질바위에서 뛰어내린 발자국이
상거리 주차장 인근 바위에 찍혀 장수 발자국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아쉽게도 도로가 생기며 장수 발자국이 새겨진 바위는 깨어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안내문)
이 바위는 쉰질바위 위 작은 바위이다.
여기가 옥양봉인 줄 알았더니 왼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한다.
옥양봉을 지키던 소나무는 고목이 된 지 오래다.
멀리 가야산 정상인 가야봉에 통신탑이 보인다.
이 능선 끝 삼거리에 석문봉이 있다.
옥양봉까지 오르면 가야봉까지 다소간 오르내림은 있으나 600m 급의 낮은 산이라 어려울 것도 없다.
개심사에서 일락산을 거쳐 석문봉으로 연결된 능선
아침에 고속도로를 지날 때 주변 소나무는 서리꽃까지 폈으나 날씨가 풀려 금세 다 녹았다.
나무 위에 앉은 눈까지 다 떨어져 눈꽃은 찾을 수 없으니 무심하게 눈길을 걷는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으나 그 눈의 대부분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남쪽과 제주도에 국한됐다.
그 눈 보자고 눈길을 달릴 수 없어 이 눈으로 만족해야 한다.
석문봉으로 이동하며 뒤돌아 본 옥양봉 우측의 바위가 쉰질바위다.
쉰질바위가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니 허명이 아님을 알겠다.
두 시간도 안 돼 절반 거리인 석문봉에 도착했으니 허기지기 전 산행을 끝낼 수 있겠다.
어릴 때 젖이 귀해 튼실하게 자라지 못한 게 커서도 늘 체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한 끼 굶어 죽지 않으니 조금 더 참으면 하산길에 접어들 것이다.
석문봉이다.
가야산으로 가기 위해 이 석문봉을 지나야 하는데, 돌문처럼 바위 사이를 지나기에 붙여진 이름일까?
석문봉으로 지날 때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누런 고양이를 회색 고양이가 거칠게 공격한다.
누런 고양이는 배를 드러내며 납작 누워 항복 의사를 표시한다.
새끼 고양이는 잠시 자리를 피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등산객이 많지 않은 산이라 이렇게 눈이 쌓이고 먹이가 부족할 땐 신경이 곤두서겠다.
이럴 때일수록 서열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길냥이 등 유기묘나 유기견에 먹이를 주는 건 인간에 대한 의존도 높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산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들개를 보면 무섭기도 한 데다, 이젠 사람을 공격한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책임지지도 못 할 걸 분양받은 후 버리는 사람들 참 고약하다.
석문봉을 지나면 바위가 거칠고 높아 이리저리 바위 문을 지나듯 통과해야 한다.
겨울철 눈이 왔을 땐 아이젠 필수 지역이다.
석문봉을 지나며 점심때가 되자 출출한 기분이다.
며칠 전 육포를 배낭에 넣어놓고 TV 보다가 심심해 꺼내 절반을 먹었다.
남은 육포를 꺼내 오물거리며 씹으니 달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배낭에 육포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땐 갑작스레 행운이 굴러들어 온 느낌이다.
지나온 옥양봉
석문봉에서 한동안 암릉 구간이 이어진다.
2주 넘게 시베리아의 북풍이 불어오며 전국의 동장군으로 몰아넣더니
날씨가 풀리며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에 미세먼지가 말이 아니다.
하늘이 뿌여니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어느 봄 푸른 숲이 충만할 때 암릉이 더욱 돋보일 구간이다.
지나가는 길손이 하나둘 소원을 담은 돌을 얹으며 소원을 빌고 갔겠다.
하여 "소원바위" 란 이름이 붙었다.
제법 큰 바위로 앞쪽까지 연결되었는데, 뒤쪽만 겨우 절반 정도 담았다.
이 바위 이름이 있으려나, 없다면 바위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줘야 할 텐데...
가야산 정상인 가야봉이다.
군 통신탑이 있어 정상 대신 울타리에 정상석에 세워져 있다.
지나온 석문봉 방향
가야봉에서 계속 직진하면 원효봉이 나온다.
원효봉엔 전에 봤으니 여기서 하산한다.
이곳엔 제법 긴 구간에 암괴류가 형성돼 제법 큰 바위가 계곡을 다 차지한다.
이 암괴류에 쌓인 눈이 제법 근사하게 보인다.
비슬산이나 무등산, 고성 운봉산의 암괴류가 유명하다.
가야산에서 바로 하산하는 200~300m 구간은 매우 경사가 급해 눈이 많으면 위험하다.
반대로 이곳으로 오른다면 거친 곳이라 숨이 목구멍까지 꼴딱 차고도 남는다.
하산이 편하긴 하나 까딱 잘못하다간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니 조심하시길...
꽁꽁 언 삼가저수지
저수지 제방 따라 걸으면 상당히 돌아가므로 제방뚝으로 하산하며 거리를 줄인다,
남연군 묘
독일인 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에 많은 보물이 껴묻기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오페르트와 두 천주교 신부는 이 보물과 시체를 손에 넣으면 통상 조건과 천주교 자유를 쉽게 얻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덤 반쪽을 허는 데 다섯 시간이 걸렸다.
야심찬 도굴은 실패로 끝났다.
무덤 내부가 굳은 회벽으로 둘러싸인 데다 무덤 입구를 큰돌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도굴사건은 어떤 점에서 보면 병인양요보다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국왕의 할아버지 묘를 훼손한 일은 왕조의 체모가 깊이 관련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정에서는 즉각 이 사실은 청나라에 알리고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과 천주교도들을 가혹하게 수색하여 죽음을 내렸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중 해당 부분 압축)
비교적 근세에 만들어져 문양이 정교한 편이다.
가야산 도립공원은 산이 낮아 그리 어렵지 않은 산행이다.
도시락은 준비했으나 온수를 준비하지 못해 계획한 코스 일부를 포기한 산행이었다.
눈꽃은 없었어도 눈길 산행한 의미 있는 산행이다.
가야산은 덕산 도립공원 가야산지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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