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자 2017.10.21. 토 10:34~16:47(이동시간 06:13, 휴식시간 40분, 이동거리 13.22km, 평균속도 2.3km/h) 맑은 날씨
진작 가고 싶었던 산 중에 첫손가락에 마이산을 꼽는다.
마이산이라면 당연히 벚꽃 피는 봄에 가장 많이 등산객이 몰리지만, 가을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유난히 봄철 마이산과는 내리 삼 년 동안 탐방할 기회가 닿지 않아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이 가을에 떠난다.
봄엔 벚꽃과 진달래꽃 산행이 겹치는 데다 여러 일정으로 인해 마이산과 인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스마트폰에 카페 산악회에서 마이산이 공지되면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을 했다.
지난 9월엔 성원이 안 돼 갈 수 없었으나 다행히 이번에 빈자리 없이 만차로 떠나게 된다.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에 단풍 시즌과 겹쳐 신사동엔 산악회 버스가 끝을 모를 정도로 줄지어 서 있다.
죽전을 경유할 때도 등산객이 얼마나 많은지 다른 산악회와 뒤엉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잠깐 자느냐고 몰랐지만, 공주에서 차가 밀려 10시로 예상했던 버스는 마이산 들머리에 30분 늦게 도착했다.
애초 공지했던 17:00 마감 시간에 여유시간 10분을 더 줘 17:10까지 마감한다지만 되려 20분이 준 셈이다.
함미산성을 지나 마이산을 종주하는 A 코스엔 20여 명이 산행을 시작하고 나머진 쉬운 B 코스다.
함미산성은 한참을 걸은 다음 고개를 넘을 때 드디어 나타났으나 특별할 게 없는 담장에 불과하다.
마이산 등산코스
기대했던 함미산성은 그렇게 지나고 3km 지점에 있는 광대봉까지 무던히도 빨리 걸었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화 끈 매고 버프 둘러쓰고 장갑 끼고 하다 보니 벌써 다들 올라간 뒤라 부지런히 따라 걷는다.
함께 한 산악회 시그널을 따라가다 보니 이젠 시그널이 없는 다른 산악회까지 다 추월했다.
65분 만에 딱 3km 지점에 있는 609m 높이인 광대봉에 오르자 지금까지 와 다른 완전히 신세계가 펼쳐진다.
확 트인 시야에 마이산 정상인 암마이봉과 같은 지질구조를 가진 여러 봉우리가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신비롭게 펼쳐진다.
이 광대봉은 우회로가 따로 있다.
광대봉 경사가 심하여 눈이나 비가 올 때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문과 함께 출입금지란 문구도 있다.
가드레일은 있으나 계단이 없어 겨울엔 매우 위험하겠단 생각이 든다.
단풍나무처럼 고운 단풍은 아니어도 참나무에 든 노란 단풍이 암마이봉을 떠받들고 날씨는 그런대로 봐줄 만큼 청명하다.
남부주차장 주변에 벚꽃이 필 때 마이산을 방문한다면 이 코스는 포기해야 하므로 하나를 잃은 대신 이런 풍경을 얻는다.
사실 함미산성은 볼 게 없으니 저 아래쪽에 보이는 보흥사에서 바로 광대봉으로 오르면 산행 거리를 많이 단축시킬 수 있겠다.
산악회 버스가 보흥사까지 들어오느냐가 문제겠지만...
광대봉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삿갓바위가 있으나 되돌아와야 하니 그냥 직진한다.
암마이봉 앞에 있는 큰 암봉이 탄금봉(528봉)이 있는 봉우리다.
방금 내려온 광대봉
암마이봉과 앞쪽의 큰 바위 봉우리는 탄금봉
우리나라엔 북쪽에 한탄강·임진강 지질공원부터 시작해 제주도 지질공원까지 10곳의 국가 지질공원이 있다.
지질공원은 학술적 ·경관적으로 가치가 빼어난 곳을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국내 지질공원은 현재 제주도 한 곳뿐이다.
진안의 마이산을 포함한 무주 구천동 등 진안과 무주권도 공동으로 국가 지질공원을 신청하여 내년에 인증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진안군은 이와 별도로 마이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어느 곳이든 환경단체와 갈등이 번지고 있는데, 전북지역 환경단체에선 2017.9.21.
"진안군이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비 관련 공문서를 허위 작성했다"며 이항로 군수 등 4명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는 뉴스를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거의 성사되는가 싶었는데, 정부가 바뀌며 동력을 잃었다.
북한산국립공원에도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으나 환경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없던 일이 되었다.
그런데 우이신설경전철이 지난 9월에 개통된 이후 낙후된 강북구를 중심으로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점차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기존엔 케이블카 사업을 하려면 지자체와 환경부, 산림청 등 정부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앞으로는 지자체의 승인만 받으면 케이블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궤도운송법"을 개정해 규제를 풀어준다고 한다.
이렇게 법이 느슨해지면 전국의 많은 명산이 또 한 번 케이블카 설치와 반대 운동으로 몸살을 앓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계종의 어느 교구 말사인 고금당의 노란 금기와
원래 금당사(金(金+唐)寺)가 있던 터라 하여 寺자를 쓰지 않고 고금당(金+唐)이라고 한다고...
고금당 바로 아래쪽에 작은 나옹암이 있다.
자연동굴을 이용한 암자로 고려말 고승인 나옹선사의 수도처로 알려진 곳이다.
이참에 나옹선사가 지었다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를 음미해보자.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 없이 가라하네
왼쪽 암봉이 나봉암으로 그 위에 비룡대란 팔각정이 근사하게 들어섰다.
비룡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꽤 높이 올라가는 동안 이런 둥근 형태가 계속된다.
비룡대에서 바라보는 고금당과 나옹암이 겨우 형태를 알아볼 정도로 작게 잡힌다.
저 능선을 좌우로 또는 직진도 해가며 이곳까지 왔다.
나봉암 비룡대까지 올라오면 암마이봉은 더 이상 거칠 것 없이 가까이 있다는 걸 실감한다.
왼쪽에 나즈막이 다섯 개나 되는 봉우리를 건너 삿갓봉을 가겠단 생각은 막상 봉두봉까지 가는 동안 길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길을 만나지 못했으니 망정이지 삿갓봉까지 다녀올 시간은 애당초 없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렇게 멋지게 비룡대를 잡지 못했다.
휘청대는 참나무를 타고 올라가 한 손으로 나무를 잡으며 겨우 찍은 비룡대 풍경이다.
나봉암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콩알만큼 작게 보인다.
봉두봉 가는 길에 다시 보는 비룡대
사실 저 하경봉을 따라 왼쪽으로 직진해야 좀 전에 보았던 다섯 개의 암봉이 있는 삿갓봉으로 가는 길이다.
길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큰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봉두봉이다.
다음 어느 해 마이산 벚꽃이 필 때 다시 오면 그때 삿갓봉을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마이산(馬耳山)
마이산은 전국 명산 중 가장 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 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속금산(束金山)이라 지었다.
내 생각엔 음양오행설에서 쇠가 나무를 이긴다는 이론에 따라 李씨 성에 든 나무가 金씨의 쇠에 무너지는 걸 피하고자
쇠를 묶어둔다(束金)는 뜻으로 지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선이 생기기 전까지 김씨는 금씨였으나 조선 건국 이후에 김 씨로 바꿔 쇠라는 의미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하여 지금도 음악가로 유명한 금수현 씨는 고집스레 원래 발음인 금(金)씨를 고수하고 있다.
안정기에 접어든 조선시대 3대 임금인 태종이 산봉우리가 흡사 말귀를 닮았다고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라 이름을 바꿨다.
(안내문에 내 생각 덧댐)
마이산은 금강산처럼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른데,
봄에는 안개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진안문화대전 인용)
여기서 보니 남쪽엔 별로 나무가 자라지 않고 서북쪽으로 제법 나무가 자란 걸 볼 수 있다.
사진이라 암마이봉은 낮아 보여도 여기서 탑사까지 내려가는 코스 또한 기니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탑사에서 은수사를 지나 천왕문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 꼬박 한 시간이나 걸리는 고된 길이다.
다른 장소에서 한 번 더
마이산 표면에는 '타포니'라 불리는 구멍이 많다.
자갈과 바위가 석회질 혹은 점토질로 구성된 기질에 의해 결합하여 형성된 암석을 역암이라고 한다.
세월이 지나며 지하수에 의해 역암내 결합물질인 석회질이 녹아 나온다.
겨울엔 역암의 균열부에 유입된 물이 얼어서 부피가 늘어나 균열을 더 크게 만드는 동결쐐기 작용으로 역암의 결합력이 떨어진다.
결국 자갈(역)이나 바위가 암석에서 떨어져 나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계속되고 커지는 타포니가 형성된다.
이러한 타포니는 동결쐐기 작용이 잘 일어나는 마이산 남쪽 면에 잘 발달되어 있다. (안내문 편집)
탑사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본다.
드디어 마이산과 함께 꼭 보고 싶었던 탑사에 도착했다.
탑사(塔寺)
탑사의 일곱 개 석탑군은 1880년부터 탑을 만든 이갑용 처사께서 30년에 걸쳐 만든 탑이다.
이곳의 80여 기의 석탑군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장관은 마이산의 볼거리 중 으뜸이다. (안내문 편집)
단풍이 들어 붉게 물든 담쟁이풀과 흰색의 부처님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멋진 풍경이다.
산에서 늘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곳의 나뭇가지가 톱으로 자른 듯 떨어진 걸 여러 번 봤다.
오늘에야 이 안내문을 보며 궁금증 하나가 해결되었기에 공유한다.
거위벌레는 날개의 길이와 비슷한 주둥이로 거위 입을 가졌다 해서 거위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도토리에 알을 낳기 때문에 도토리거위벌레라 부른다.
수마이봉을 배경으로 둔 은수사
이곳은 고려의 장수였던 이성계가 왕조의 꿈을 꾸며 기도드렸던 장소로 전해진다.
기도 중에 마신 샘물이 은같이 맑아 은수사(銀水寺)라 붙여진 사찰이다.
마이산 8경
화엄굴, 탑사(석탑군), 타포니현상, 탑영제, 역고드름, 금당사, 은수사, 이산묘
암마이봉은 천왕봉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암마이봉 정상까지 450m 구간은 일부 경사도가 70~80%에 이르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위험한 구간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오를 수 있으나 워낙 계단이 많고 힘들어 왕복 한 시간이 걸린다.
동절기인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눈이 내리거나 얼어있을 땐 통제하기도 한다.
암마이봉 정상에서 조망하는 북부주차장이 있는 마이산 관광단지 방면
마이산
국가명승 제12호
마이산은 말귀 모양으로 생긴 두 봉우리로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으로 이루어진 세계 유일의 부부봉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여행 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그림가이드에서 별 3개의 만점을 받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소로 각광받는다.
암마이봉으로 마이산 정상이다.
마이산의 최고봉인 이곳을 왜 암마이봉이라 지었을까 궁금하다.
내 생각엔 수마이봉 화엄굴은 석간수가 흐르는 자연동굴을 여성과 연결해 그곳이 암마이산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화엄굴의 안내문엔 옛날에 아이를 갖길 원다던 부부 꿈속에 남성을 상징하는 커다란 바위의 중간쯤에서 줄기차게 솟는 샘물을 보았다는 것에서 수마이봉이라 이름 지었겠단 생각이 든다.
암마이봉을 오르며 보는 화엄굴은 여성의 사타구니에 해당하는 지점에 화엄굴이 있고 그곳에 샘물이 있으니 여성에 더 가깝다.
하여 지금이라도 이름을 서로 바꾸는 게 더 형상에 부합된다는 생각이 든다.
암마이봉 남쪽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쪽 풍경
동쪽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수마이봉
수마이봉은 너무 경사가 심해 올라갈 수 없는 봉우리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수마이봉 중간에 화엄굴이 보이고 그 안쪽에 샘물이 솟는다.
수마이봉 150m 지점에 있는 화엄굴은 석간수가 흐르는 자연동굴이나 낙석사고로 길이 막혔다.
낙석이 늘 발생하는 게 아니니 용기를 내어 잠깐 올라온 화엄굴이다.
안쪽으로 제법 깊은 곳에 석간수가 보이나 조명시설이 없어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화엄굴 (이야기)
먼 옛날 아이 갖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 꿈속에 남성을 상징하는 모습의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그 중간쯤에서 줄기차게 솟는 샘물이 보였다.
부부는 꿈속의 그곳을 찾아 기도를 드리기 위해 전국을 헤맨 끝에 찾아낸 곳이 바로 이곳 화엄굴이다.
이 굴에서 기도를 드린 덕분에 득남한 부부의 소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안내문 편집)
마이산 북부주차장 상가엔 내일까지 이어지는 홍삼축제로 차량이 뒤엉켜 난리가 났다.
우리가 내려가던 오후 다섯 시 10분에도 올라오는 차량이 많아 꿈적 들 않는다.
다행히 내려가는 길을 뚫렸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마이산 주차장에 갇힐 뻔했다.
마이산의 두 봉우리를 꼭 담고 싶었으나 하산길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주차장 뒤로 돌아가 부족하나마 잡아본다.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단풍 든 마이산 풍경을 벅찬 감동을 받으며 즐기고 왔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벚꽃이 화창한 어느 봄날 다시 오련다.
오늘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연세가 일흔두 살이라는 데 작년에 불야 100 명산을 시작해 벌써 70개를 넘겼다고 한다.
은퇴한 분이라 많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까지 다니니 빠를 수밖에 없지만, 그 나이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게 부럽다.
버스엔 여든두 살 되셨다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또 한 분의 등산 애호가도 오셨다고 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마라톤이나 등산, 운전, 생업의 종사 등이 노인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노년을 즐긴다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만, 또 다른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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