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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도봉산·사패산

막내 딸과 함께한 도봉산과 Y계곡

by 즐풍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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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19. (수)  08:48~16:48 (8시간 산행, 12.7km, 2시간 15분 휴식, 평속 1.9km/h) 다소 흐림

 

 

작은 딸이 장마를 피해 이번 주 휴가를 냈다.

장마 끝이라 습도가 높고 미풍도 없는 염천인데도 산행 제안에 바로 가겠다고 하니 기쁘다.

북한산은 두세 번 다녀왔으니 이번엔 도봉산으로 방향을 돌린다.

도봉산은 산이 작아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산이니 그 기억을 안고 자주 찾아주면 좋겠다.

 

10월에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데, 두 딸은 이곳 일산에 그대로 산다.

이제 막 등산에 재미가 붙을 때 이사를 가게 돼 산행에 흥미를 잃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곳에 사는 동안 여러 산을 안내해야 하는 데, 9월에 2주간 여행 일정이 잡혀 함산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으니 흥미로운 곳 위주로 산행하여 등산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겠다.

 

 

도봉산 등산코스

 

 

장마가 끝난 지 며칠 지났어도 계곡엔 제법 물이 흘러 폭포도 보기 좋다.

 

 

회룡사 사거리에서 600봉 올 때까지 별로 볼 게 없다.

평소라면 뒤돌아서 사패산 정상도 찍고 주변도 눈여겨 보겠지만, 그러다 보면 산행이 지체된다.

빨리 갈 생각은 없으나 날씨가 더워 딸에게 한시라도 빨리 산행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다.

워낙 더워 이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패능선 산불감시초소에서 주변을 감상하며 쉴 생각이었으나 그늘이 없어 안부로 내려가 쉰다.

미풍이지만,  말복이 지났다고 벌써 시원한 느낌이 살짝 묻어온다.

 

좀 전에 지나온 산불감시초소

 

망월사를 병풍처럼 감싼 바위다.

평소엔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하는 데, 오늘은 모두 생략하고 오직 직진만 한다.

 

 

 

 

헬기장을 지나 잠깐 물개바위를 보러왔다.

딸이 인증사진을 찍어 큰딸에게 보내니 함께하지 못한 걸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인생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이다.

그런 사진을 보며 다음엔 어느 산으로 가자며 주문이 많은 큰딸이니 아쉬울 수밖에...

 

대부분 단독 산행을 하다가 딸과 함산 하는 날이라 즐풍도 사진을 찍어본다.

잘 생긴 물개는 등이 크고 넓어 안정감 있게 오를 수 있다.

 

다음 코스인 Y계곡을 타기 위해 포대능선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지나온 곳을 조망한다.

오를 수 있는 바위도 있고, 아예 오를 수 없는 바위도 많다.

이젠 이런 모든 풍경이 오래지 않아 추억과 블로그 속에만 남을 것이다.

 

맨 앞 왼쪽 바위가 좀 존에 다녀온 물개바위다.

들어가는 길이 막혀 바른생활을 고수하는 착한 등산객은 모르기 쉽다.

가끔은 호기심을 가져야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다.

 

 

포대능선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보다 한 칸 아래 사진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보는 자운봉 일대가 더 잘 보인다.

다소 역광인 데다, 가스가 많아 뿌옇게 보인다.

 

Y계곡 입구에서 딸에게 안전을 신신당부하고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는다.

오래전 Y계곡 아래에 높지 않은 곳에서 추락한 70대 노인을 봤다.

피가 흐르고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도봉산에 처음 온 딸이 가장 어려운 구간을 지난다.

워낙 운동신경이 좋은 딸이라 해도 이곳 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Y계곡의 경사도가 어떤지 보여준다.

왼쪽 바위를 이리저리 두른 쇠줄은 지진을 대비해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게 고정한 것이다.

성의는 돋보이지만 하나라도 이탈하면 무게를 감당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든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안정적으로 Y계곡을 탈출했다.

Y계곡 끝에 있는 전망대에서 자운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막 일어나는 순간이다.

 

저 전망대 제일 높은 바위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 바로 위에 사진이다.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은 오를 수 없으니 이곳 신선대를 정상처럼 느낀다.

하여 도봉산 정상이 아니라 신선대 정상이란 표지목을 세웠다.

실질적인 도봉산 정상 노릇을 한다.

정상이 아니라도 이곳에서 보는 조망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동쪽으로 만장봉과 선인봉

 

레고를 쌓아놓은 듯 한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은 너무 가까워 전체를 잡지 못한다.

 

에덴의 동산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인데, 딸이 염천에 힘들어하므로 이곳을 끝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건너편 뜀바위다.

 

에덴의 동산 방향으로 방향을 튼 신선대 끝단

오봉 쪽으로 이동하며 뒤돌아 본 신선대 방향

 

주봉이 여느 바위와 섞여 구분이 애매하다.

 

 

 

신선대와 주봉, 만장봉이다.

큰딸이 자기도 도봉산을 오고 싶다기에 그러자고 대답은 했는데,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일산에 거주하는 동안 수락산과 관악산, 삼성산, 불곡산 등 주변 명산을 다 보여줄 시간이 될까?

 

송추폭포 쪽으로 하산하려면 아직 산봉우리 하나를 더 돌아 내려가자면 제법 걸어야 한다.

그 봉우리를 오르기도 만만치 않아 생략하고 바로 하산할 테니 믿고 따르라고 했다.

최근 계속된 폭우로 주변의 낙엽을 쓸고 내려가며 길이 아님에도 선명할 정도로 길이 생겼다.

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거나 이끼 낀 바위를 지나기도 했으나 어렵지 않게 탈출하며 30여 분

시간과 거리를 줄였다.

 

송추폭포

 

들어갈 수 있는 송추계곡엔 많은 사람이 탁족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폭우가 각종 오물까지 다 휩쓸고 지난 다음이라 물은 어느 때 보다 깨끗할 것이다.

아이들은 신났고 함께 온 부모나 형제도 느긋한 오후를 즐긴다.

 

배가 고프다는 딸을 데리고 진흥관에서 탕수육과 짜장으로 허기를 달랬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둔 시점이라 아직은 한가하다.

서울 어느 교회에서 똥파리들이 분탕질하는 바람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

밀폐된 식당이나 상점을 이용하는 것도 이젠 용기를 갖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어리석은 똥파리들에게도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총명한 지혜가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