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6. (목) 오후에 탐방
강원도 고성군 여행을 끝내고 속초로 넘어가는 길목에 영랑호가 있다.
속초에서 정한 속초팔경 중 제2경에 해당하니 궁금증을 해결해야 한다.
카카오 맵에 사는 오랜 친구 내비 양의 안내로 통천군 순국 동지 충혼비가 있는 주차장에 주차한다.
호수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작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몇몇 군데에 주차장이 있다.
□ 영랑호
둘레 7.8㎞. 면적 1.21㎢. 수심 8.5m. 자연호수이다.
신라의 화랑 영랑이 이 호수를 발견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삼국유사에 근거하여 전해진다.
신라시대 화랑 영랑은 무술 대회장인 금성(지금의 경주)을 가던 중 이 호수에 이르렀다.
화랑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오래 머무를 정도로 호수의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예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통천군 순국동지 충혼비
통천군 출신으로 공산치하에서 자유·평화 ·정의의 깃발을 들고 북한 공산 도당과
생명을 걸고 싸우다 피 흘린 반공 전사자와 한국전쟁 당시 전몰용사 140여 명의
충혼을 기리고자 건립된 것이다.
속초에 왜 느닷없이 북한지역인 통천군 순국 동지 충혼비가 세워졌을까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장사동, 영랑동, 동명동, 금호동에 둘러싸인 둘레 8㎞, 넓이 약 1,190,088m²(36만 평)의 자연호수이다.
바다와 연결된 일종의 석호이다.
영랑호 숲길
화랑을 소재로 한 조형물
영랑호는 사방에서 들어올 수 있어 정문이 따로 없다.
한참 걷다 보니 이곳에 영랑호 표지석이 보인다.
양쪽에 석장승과 주변엔 잘 정리된 조경수가 눈에 띈다.
즐풍이 사는 일산의 호수공원은 전체 면적이 1,034천㎡에 호수를 중심으로 한
4.7km의 자전거도로와 메타세쿼이아 길 등 9.1km의 산책로가 있다.
영랑호가 자연적인 호수인데 반해 일산 호수공원은 인공호수이다.
이렇게 도심에 호수가 있으면 주변 사람이 산책로로 이용하며 여가를 즐기기 좋다.
제법 많은 향나무가 이렇게 잘 정돈된 게 보기 좋다.
보통 가을에 날아와 봄에 떠나면 철새인데, 이 녀석들은 지금도 있으니 텃새란 생각이 든다.
고려말의 문인 안축이 썼다는 「영랑호에 배 띄우고」 번역문을 옮겨본다.
잔잔한 호수는 거울같이 밝고 / 푸른 물결은 엉기어 흐르지 않네
놀잇배 가는 대로 놓아두니 / 갈매기도 배를 따라 둥실 떠 날아오네
마음 가득 맑은 흥취 일어나기에 / 물결 거슬러 깊은 골로 들어서네
붉은 벼랑이 푸른 바위를 안고 있어 / 아름다운 골이 고운 섬을 품은 거 같네
산을 돌아 소나무 아래 배를 대니 / 울창한 숲 그늘이 가을인 양 서늘하네
연잎은 씻은 듯 깨끗하고 / 순 채 줄기는 매끄럽고 부드럽네
해 저물어 뱃머리 돌리려 하니 / 흐릿한 기운 오랜 시름 자아내네
그 옛날 신선 다시 올 수 있다면 / 그를 따라 예서 놀련마는
영랑호는 바다의 일부가 사취, 사주 등에 의하여 바깥 바다와 분리되어 형성된 석호이다.
고성의 화진호, 송지호, 영랑호, 청초호 등이 석호에 해당한다.
갤러리하우스 콘도
영랑호의 자랑인 범바위와 영랑호 정자가 보인다.
이 너른 잔디밭을 묵힌다는 게 좀 아쉽다.
뭔가 의미 있는 테마공원을 만들면 좋겠는데...
범바위 입구
영랑정이다.
조선 후기 「신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영랑호에 옛 정자터가 있는데, 여기가 영랑 선도들이 놀며 감상하던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속초지역 수복에 공이 많았던 제11사단장 김병휘 장군의 공적을 기리고자
전쟁 후 범바위에 건립한 금장대가 1970년대 중반까지 남아 있었으나, 퇴락하여 6각으로 된 기단부만 남아있었다.
속초시는 영랑호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옛 금장대 터에 전통양식의 정자 목원을 결정하여
2005.9.5 착공 후 같은 해 11.25 준공하고, 시민 공모를 통해 영랑정이라 이름하였다. (안내문)
영랑호 정자에 걸린 「영랑정 중건기」 편액
영랑호 명칭이 생기게 된 유래와 한국전쟁 당시 속초지역 수복에 공이 큰 11 사단장을 위한 금장대,
그리고 새로 영장대를 세운 일련의 과정을 잘난 척 한자로 써 놓았다.
2005년에 준공했다면 절대다수가 한글세대인데, 한글세대를 위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범바위엔 범바위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바위가 눈을 끈다.
범바위 아래에도 큰 바위가 있고 둘레는 작은 연못이 둘러싸고 있다.
아래에서 보면 물개바위라고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다.
내려가서 다시 보자.
사진으로 제일 작은 오른쪽 바위도 높이가 3m가 넘는다.
사진과 실물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정자의 크기는 대충 가늠될 테니 그와 바위를 놓고 보면 대략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즐풍이 올라왔을 때 아무도 없어 사람을 기준으로 한 크기를 보여 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수련을 水蓮이라 하지 않고 왜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와 드리워져 졸다는 뜻인 睡자를 써 睡蓮이라 할까?
궁금해 찾아보니 정진규 시인의 수련이란 시가 보인다.
닫기는 고요로 피는 꽃, 꽃이 터질 때마다 꽃을 꿰매는 무봉無縫의 손을 보았다 닫기는 고요를 보았다 그렇게 터지는 또 다른 꽃을 보았다 한낮이 지나면 수련들은 어김없이 입을 다문다. 닫기는 꽃이여, 닫겨서 피는 꽃이여 터지는 고요여, 고요의 비수匕首여
출처_ [박제영의 꽃香詩향] 수련(睡蓮)|
범의 형상으로 보여 범바위란 이름이 생겼는데, 안내문엔 왼쪽 상단 바위를 물개바위
그 아래 작은 나무가 가린 바위는 뱀이 똬리를 튼 형상으로 소개한다.
즐풍이 봐도 물개와 뱀의 형상에 더 가깝다.
시대가 변하니 더 사실적으로 보고 느낀다.
범바위를 지나 여기까지 오니 8km가 넘는 영랑호를 다 걷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다.
차를 회수해 차로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모래톱이 낮아 모래에 내려앉은 청둥오리?
영랑호 설화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절반은 걸어서, 나머지 절반은 차량으로 돈 영랑호다.
봄에 벚꽃이 폈을 때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다.
영랑호가 화진포나 송지호처럼 석호라는 것, 그리고 화랑과 관련된 설화를 갖는다는 것도 알았다.
속초 시민은 이런 호수공원이 있으니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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