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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지질공원 탐방/그외 국가지질공원

고성 운봉산의 머리바위와 국가지질공원인 암괴류

by 즐풍 2020. 7. 20.

2020-53

 

 

2020.7.16. (목)  06:22~09:44(산행 거리 5.5km, 전체 시간 3시간 22분, 39분 휴식 포함, 평속 1.9km/h)  맑음

 

 

강원도 고성군에는 제주도만큼이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화진포, 송지호, 서낭바위, 능파대, 운봉산 현무암 지대 등 5곳이 국가지질공원이다.

이곳은 동해안 지역의 지질·지형 발달과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행에서 고성군의 지질공원 모두를 둘러보았다.

 

운봉산은 국내 대표적인 신생대 제3기 현무암 분포지역이다.

부서진 현무암 바위조각이 산비탈을 따라 암괴류들로 쌓여 매우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대단한 경관을 보여주는 것은 틀림없으나 이는 지질학자가 더 관심을 갖는 곳이다.

즐풍, 아니 대부분의 사람은 이 암괴류보다 머리바위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운봉산 등산을 위해 내비양이 알려주는 대로 학야리 22사단 정문에 도착했다.

22사단 정문에서 산을 오르다 보면 우측이 현무암 암괴류 지대이다.

달성군 비슬산의 암괴류나 광주 무등산 지공너덜의 암괴류 역시 화강암의 일종이다.

대부분 지역의 암괴류가 화강암인데 반해 운봉산은 현무암이란 특징을 갖는다.

 

 

고성 운봉산 등산코스

 

 

동해안 여행의 첫 날인 어제 오후에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능파대를 보았다.

저녁을 먹고 내비 양의 안내로 운봉산 들머리인 22사단 앞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운봉산으로 가는 안내도나 이정표가 없어 난감하다.

마침 부대 방문객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 관계자에게 운봉산 입구를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명색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인데도,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다는 게 아쉽다.

군인 아파트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이제야 작은 안내문이 보인다.

내비가 현지인보다 지역 정보에 더 밝고 똑똑한 셈이다.

 

운봉산 가는 길은 처음엔 군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때문인지 차가 지나갈 정도로 넓다.

이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우측에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다.

300m 정도 오르면 우측으로 암괴류가 보이는 데, 두어 군데 암괴류로 통하는 길이 있다.

암괴류를 자세히 보면 검은색의 현무암으로 육각형 기둥 형태인 주상절리다.

주상절리가 쓰러질 때 잘리고 끊어져 작은 형태로 변했다.

주변에 두세 군데  있다는 주상절리로 가는 연결 통로를 만들면 좋겠다.

 

22사단 상단에 있는 마을

 

지나가는 길에도 벌집 구조의 주상절리가 깔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상을 오른 후 머리바위로 내려갈 때 미륵암이란 바위가 있는 줄 알았다.

 

사단 앞 들머리에서 1.1km 지점의 운봉산 정상에 32분 만에 도착했다.

보통 산행에서 2km 가는 데, 한 시간 잡으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걸음이다.

동해의 송지호 해수욕장은 아직 물안개를 다 걷어내지 못해 희뿌연 시계를 보인다.          

 

그리 머지않은 곳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아직은 햇빛이 약해 이 역시 시계가 좋지 않다.

 

설악산 신선봉도 제법 가까이 보인다.

 

 

□ 운봉산의 유래

 

운봉산은 백두대간 정기가 흘러내려 한 점 불쑥 솟아 오른 명산으로

지역 주민은 물론 길을 가는 사람들까지 신성시 되어 우러르는 명산이다.

옛날부터 청운의 꿈을 안고 산에 올라 공을 들이고 호연지기를 쌓은 젊은이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특히, 운봉리 청년들은 일제 강점기 대한독립 애국단으로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쳤으니 운봉산의 정기를 짐작케 한다.

전설에 의하면 국운이 기울면 운봉산이 우르릉 우르릉 소리 낸다고 전해지며,

나라에 기근이 들면 전국민을 석 달간 먹여 살릴 보물을 품고 있다고 한다.

깨끗하고 곧은 절개의 운봉산 여신령께서는 운봉산에서 피를 부르는 부정한 일이 생기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퍼부어 씻어 내리고,

가뭄에는 청명한 날에도 부엉이를 울게 하여 사흘 안에 비가 내리게 해 덕을 베푸는 산이다.

운봉산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들어가려고 운봉산 장사가 힘깨나 쓰는 짐승을 불러 모아

산봉우리를 구름보다 높이 쌓아 올리던 중 이를 시기한 금강산 장사가 꾀를 내어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 다 지어졌다고 거짓 소문을 보냈다.

이 말에 속을 운봉산 장사가 산꼭대기 구름 속에서 석 달 열흘을 땅을 치며 울어

이때 무너져 내린 육각 돌은 너덜지대를 만들었고 눈물이 흘러 골을 이루니

이로부터 운봉산(雲峯山)이라 불리어 온다.

운봉산 부근에 산봉우리를 쌓다가 다치고 죽은 동물들의 형체가 굳어져 거북바위, 사자바위, 마족 바위가 됐고,

장사의 침실에 두른 병풍바위와 장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근바위가 하늘을 향해 지금도 뻗치고 서 있다.

(운봉산 안내문)

 

키 작은 운봉산에도 이렇게 멋진 스토리텔링을 만든 지역 주민의 노고가 느껴진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이야기꺼리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

 

운봉산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머리바위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암괴류는 암석에 관심 많은 사람이 좋아할만한 코스이고

일반인은 아무래도 재미있게 생긴 바위에 관심이 많다.

즐풍이 그러니 다들 그러려니 한다.

올라올 때 본 이 이정표로 가서 화살표 방향인 아래쪽으로 길을 두어 번 찾았으나 길이 없다.

다시 올라가 앞서 본 용천사, 미륵암 이정표를 따라 내려간다.

정상에서 약 70~80m 정도에서 우측으로 안내된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이 이정표를 제대로 고치고, 들머리에도 운봉산 안내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

 

멀리 머리바위가 보이지만, 왼쪽으로 미륵암 가는 이정표가 있어 미륵암을 먼저 들려 갈 생각을 한다

 

미륵암을 미륵바위라 생각하고 내려가는 데, 길을 야무지게 풀을 깎아 마음이 흐뭇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 앱 지도를 보니 미륵암은 바위가 아니라 사찰인 걸 확인했다.

그제야 길을 돌려 머리 바위 방향으로 길을 바로 잡는다.

바위를 좋아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다.

주상절리는 100m 거리에 있으나 길이 없어 갈 방법이 없다.

고성군에선 이정표만 만들지 말고 주상절리로 갈 수 있게 길도 만들어야 한다.

 

운봉산 바라보기

머리바위가 한결 가까워졌다.

 

 

왼쪽 바위가 머리 형상이다.

 

턱이 좀 앞으로 돌출되어 강한 의지가 엿보이고 코와 이마가 뚜렷하다.

 

머리바위 뒤쪽엔 미륵불이 보인다.

 

뒤에서 본 오른쪽 머리바위

 

 

 

즐풍은 이 작은 여성형 머리바위가 더 마음에 든다.

먼저 본 거대한 머리바위가 영웅형이라면 이 여성형 머리바위는 영웅을 사모하는 연정을 품은 듯 다소곳하다.

눈과 코, 턱이 도드라지고 눈 위에서 얼굴 옆으로 생긴 선이 여성의 머리를 보여주는 듯 곱게 생겼다.

 

 

머리바위를 반대편에서 보니 코의 선이 더 확실히 살아 있고 주걱턱은 고집이 강해 보인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미륵불 앞에서 보는 머리바위

 

미륵불 뒤로 가본다.

 

고즈넉한 마을

 

앞서 미륵불 바위라고 한 것은 뒤에 이렇게 미륵불이라고 새긴 글자를 봤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래에 올 미륵불을 간절히 바라고 새겼나 보다.

우리나라 역사상 지금이 가장 살기 좋은 때이니 어쩌면 미륵불이 우리 주변에 나타났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정상에서 살펴본 운봉산 유래에서 장사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그 남근바위다.

방향이 위쪽으로 바뀌고 뒤집어졌다면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겠다.

 

여기까지만 오면 들머리에서 2.8km 지점으로 한 시간 45분 거리다.

주차는 22사단 앞이 여유로운 데다, 국가지질공원인 암괴류로 바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머리 바위가 운봉산의 포인트이므로 이 마을 아래에 주차하면 편하다.

암괴류까지 본다면 차량 회수 문제가 발생하므로 주차 편의를 생각하면 22사단 팡이 정답이다.

산이 낮아 왕복한다고 해도 기껏 세 시간 반이면 뒤집어쓰는 산행이다.

 

 

 

차량 회수를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색상이 예쁜 붓꽃이 더 필 여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세히 보니 예쁘다.

 

미름 암 방향은 이렇게 폭넓게 예초작업을 끝내 다니기 편하다.

 

다시 올라온 운봉산 정상

 

 

 

강원도 고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생대 제3기 알칼리 현무암 분포지역이다.

그러나 현무암의 분포면적은 넓지 않다.

고성의 제3기 현무암은 북쪽으로부터 고성산(298.5m), 오음산(290m)-뒷배재(225m)-운봉산(285m) 등을 따라서

산지의 5~7부 능선 이상에 분화구(噴火口, Crater: 땅속의 마그마와 화산가스에 운반된 마그마 등이

지표로 뿜어져 나오는 출구)가 메워진 둥근 돔(dome) 형태를 이루며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산출되는 현무암은 다양한 종류의 맨틀* 포획 암(捕獲岩, xenolith: 기존의 암석 조각들이

마그마 속에서 굳어져서 이루어지는 암석)과 하부 지각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고성의 현무암 분포지에서는 지각 깊은 곳의 물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성의 제3기 현무암에서는 주상절리가 특징적으로 잘 나타나며,

이들이 부서진 덩어리들이 쌓여서 형성된 독특한 지형(애추, 암괴류)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현무암 쏟아져 내리다

고성지역의 제3기 알칼리 현무암에서는 주상절리가 특징적으로 잘 나타난다.

이와 함께 주상절리가 깨어져 산 정상에서 밑 부분까지 여러 갈래로 흘러내린 모습을 나타내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 덩어리에 육각의 주상절리가 형성되고,

이 주상절리가 부서지면서 사면의 골짜기나 능선을 뒤덮은 것이다.

이러한 지형을 애추(崖錐, talus: 절벽에서 떨어진 돌 부스러기들이 절벽 아래 사면을 쌓여 이룬 지형)

암괴류(岩塊流, block stream: 많은 양의 돌 부스러기들이 사면의 경사방향 또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상태로 쌓여 형성 지형)라고 한다.

애추와 암괴류는 산간지방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지형이지만 현무암으로 구성된 애추와

암괴류는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된다.

                                                                                     출처: 국가지질공원 홈피

 

머리 바위는 화강암인데, 국가지질공원인 이 암괴류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이다.

높이 겨우 289m인 낮은 산인데도 한족은 현무암 한쪽은 화강암 지대이다.

화산 분출 시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암괴류 아래쪽에 군인 아파트가 보이고 오른쪽 넓은 운동장은 22사단이다.

 

 

 

작은 운봉산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의미 있는 산이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암괴류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머리바위가 더 매력적인 운봉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