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강원도

가족과 함께한 홍천 팔봉산과 홍천강

by 즐풍 2020. 6. 29.

2020-47

 

 

2020.6.27. (토)  12:00~17:00 (다섯 시간 산행, 2.6km) 흐림

 

 

큰딸이 지난번 북한산을 다녀오더니 이번엔 홍천 팔봉산을 가자고 한다.

어디서 팔봉산 사진을 보더니 구미가 당긴 모양이다.

여름철이라 동해바다로 빠지는 길목인 홍천 가는 길은 무척 막히겠지만, 딸이 가자고 하면 어느 산이든 가야 한다.

이번엔 목우(아내), 큰딸(호도맘), 레니(작은딸)까지 가족 모두가 출동한다.

 

날씨를 보니 오전 6시 전후 비가 내리고 하루 종일 흐린 것으로 예보된다.

큰딸 집에서 8시 반에 출발했는데, 거북이걸음 끝에 11:40에 도착해 12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해수욕 시즌이 시작된 만큼 바다로 가는 길목은 한동안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넓은 주차장은 팔봉산 산행과 산 아래 홍천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석객으로 이미 만차다.

 

지난번 첫 산행 때 레니는 목우님 등산화에 깔창을 하나 더 깔고 산행했다.

목우님도 오늘 산행을 함께하므로 레미와 매장에 들려 가장 좋은 캠프라인 마나슬루 등산화를 사줬다.

게다가 두 딸을 위해 스틱도 세트로 두 개를 구입했으니 졸지에 거금을 지출했다.

등산에서 제일 중요한 용품 첫째는 등산화, 두 번째는 배낭, 즐풍은 세 번째로 스틱을 꼽는다.

 

 

비 온 뒤라 습도가 높아도 강원도 산인데다 1봉 오르는 길은 숲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한 맛도 있다.

 

목우는 블로그에 절대 가족 얼굴이 안 나와야 된다기에 사전 검열을 받아야 했다.

닉을 하나씩 지으라니 큰딸은 반려견 이름을 따 "호도맘"으로 정했다.

예쁜 딸들의 얼굴이 안 보이니 속상하다.

에제 레니 등산화는 구입했으나 상의는 여전이 목우 옷이라 좀 크고 색이 빠졌다.

다음엔 사진 잘 받는 빨간 옷으로 사주겠다고 하니 노란 옷을 고집한다.

자신이 좋다면 뭐라도 상관없다.

팔봉산은 제일 낮은 1봉이 오히려 제일 오르기 어렵다.

평지에서 1봉까지 제법 경사가 높고 제법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1봉만 오르면 나머지는 그만그만한 높이라 크게 어렵지 않다.

드디어 1봉에 올라왔으니 이제 한숨 돌린다.

 

 

모처럼 출동한 목우가 날이 더워선지 전혀 맥을 못 춘다.

거봐, 산행이 그리 쉽진 않으니 평소에 산행 좀 하지 그랬어.

 

산행 초보 호도맘은 스틱을 손목에 걸치랴 자일을 잡으랴 정신없겠다.

지나온 1봉을 바라보며...

 

□ 팔봉산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위치한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해발 327.4m의 나지막한 산이다.

기암과 절벽 사이로 연결된 등산로는 지루하지 않고 등산의 묘미와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정상인 제2봉에 오르면 삼선당(三仙堂)이 있으며,

매년 봄·가을에는 마을 주민과 전국 무속인이 모여 당굿을 하며 마을의 안녕과 소원을 비는 굿놀이로 유명하다.

 

제4봉을 오르려면 여러 번 통과할수록 오래 산다는 장수굴 일명 해산굴로도 불리는 바위굴을 통과해야 한다.

이 굴은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어야 쉽게 통과할 수 있어 낯선 등산객과도 쉽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코스다.

팔봉산을 감싸고 흐르는 맑고 깨끗한 홍천강의 비경은 봉우리마다 그 느낌을 형언할 수 없는 절경을 이룬다.

                                                                                                                            (안내문)

 

팔봉산 정상인 2봉에선 레니만 인증사진을 찍고 목우와 호도맘은 힘든지 쉬기 바쁘다.

2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3봉

팔봉산에선 3봉의 그림이 제일 좋다.

때론 이렇게 멀리서 조망하는 게 멋진 산이 많다.

 

팔봉산에서 3봉의 느낌이 가장 좋다.

계단이나 자일 등 손을 잡지 않고 오를 수 없는 구간이 많아 1봉부터 8봉까지 2.6km 밖에 안 되어도 힘든 코스다.

팔봉산을 처음 나서는 등산객은 산행을 끝내면 팔다리가 제법 뻐근할 것이다.

두 딸 모두 날씬하다.

호도맘

오랜만의 산행이라 힘들어하는 목우님

 

2봉이 정상인데도, 표지석이 제일 큰 3봉이 정상처럼 느껴진다.

딸은 서로 인증샷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고...

팔봉산이 홍천강에 한 발 묻어 강은 삼면을 휘돌아 흐른다.

곧은 강은 팔봉산을 반 바퀴 돌며 유속이 느려지며 강변에 모래를 토해냈다.

이런 모래 변은 여름에 좋은 물놀이터가 된다.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바로 4봉으로 안착할 수 있다.

우린 왼쪽 계단을 통해 팔봉산에서 가장 힘든 해산굴을 통과함으로써 100세까지 장수를 꿈꾼다.

의학이 점점 발달당하니 100세 꿈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해산굴로 올라가는 통로는 아주 비좁다.

굴을 코앞에 두고 배낭과 스틱, 모자를 벗어 굴 밖에 놓고 뒤로 돌아 다리를 벽에 대고 밀며 손과 머리를 먼저 뺀다.

그래야 굴을 쉽게 통과하지 평소처럼 등을 위로 두면 나오기 어렵다. 

이 해산굴과 8봉 오르기가 가장 힘들다.

레니에 이어 호도맘도 어렵지 않게 통과한다.

이렇게 뒤로 돌아 나와야 쉽다.

목우는 이미 여러 번 다녀봤으니 식은 죽 먹기다.

해산굴을 나오면 바로 4봉 표지석이니 놓치지 않고 사진 한 장 남긴다.

 

 

벌써 5봉에 도착했다.

1봉까지가 힘들지 2봉만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금세 5봉까지 후딱 지나간다.

팔봉산은 이런 험로의 연속이다.

즐풍은 이제 극복했지만,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때 고소공포증이 많아 예전의 설악산 울산바위를 오를 때 무척 힘들었다.

아빠와 달리 딸들은 고소공포증이 없으니 다행이다.

팔봉산 암릉은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과 환상의 궁합을 갖는다.

탁 트인 시야

즐풍목우는 모처럼 함께하는 가족 산행이라 뿌듯하기 그지없다.

지지난 주엔 빠졌던 목우가 오늘 찬조 산행에 나서며 희희낙락 즐거운 산행이다.

팔봉산은 어디 한 군데라도 편한 등산로가 없다.

거친 바위틈을 걷거나 양 팔까지 움직이며 산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이런 명산이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이다.

6봉 인물사진은 너무 뚜렷해 생략...

레니와 목우가 지나는 구간은 칼날처럼 뾰족한 바위다.

늘 조심조심 칼날 위에서 박수무당처럼 춤을 추며 걷는다.

7봉이 눈앞에 있다.

지난주 즐풍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전 서산 팔봉산을 다녀왔다.

서산 팔봉산은 1봉부터 정상인 3봉까지만 다녀왔으나 불과 1주일 만에 홍천의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을 탄다.

홍천 팔봉산은 서산과 달리 전 구간이 모두 암릉이라 더 어렵다.

전체가 다 암릉인 만큼 더 화려하여 산타는 재미가 좋다.

 

카메라 구입한 지 만 6년 6개월이 흐르며 8만 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더니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렌즈에 기스가 많이 생긴데다 초점도 잘 안 맞아 교체 주기가 됐다.

모처럼 정면 사진인데, 알아볼 수 없는 정도라 검열을 무사히 통과한다.

그래 눈이 안 보여야 올릴 수 있으니 살짝 고개를 숙이렴...

 

팔봉산에서 가장 어려운 마지막 봉우리다.

호도맘과 목우가 힘들어해 안부에서 한참 쉬고 8봉으로 오른다.

8봉 오르는 구간 중 제일 쉬운 곳에서 겨우 사진 하나 담고

나머지 구간은 사진 찍기 어려워 그냥 통과한다.

날씨가 맑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을 남기며 화룡정점을 즐풍이 차지한다.

가족과 함께라면 어떤 곳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

어려운 곳에서 잡아주고 밀어주듯 앞으로의 인생도 그러하길 바란다.

우리 가족 만세~~

팔봉산 만세~~

 

그럼 즐풍도 뒤돌아 않을까...

8봉은 위험구간이므로 돌아가라는 안내문으로 많은 등산객이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워낙 안전시설이 잘 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하산길은 경사가 높아 다소 위험하나 안전시설을 잘 이용하면 문제없다.

다 내려오면 강변길은 이런 바위 밑으로 지나기도 한다.

머리 조심하시길...

 

이 구간은 출렁다리라 두 딸이 한바탕 춤을 추듯 흔들며 간다.

동심의 끝에선 나이에 마지막 동심을 발휘한다.

홍천강에 잠깐 들어와 발 담그며 피로를 식힌다.

깊지 않은 홍천강에 아이들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즐겁긴 마찬가지다.

통제소에서 깊은 곳에 들어간 아이들은 얼른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잦다.

모처럼 나왔으니 정신없이 놀다 보면 간혹 위험지역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강에선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간다.

 

산행 시작할 때 아이폰이 말썽을 부렸다.

갑자기 화면이 너무 크게 확대된 걸 원위치시킬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트랭글을 이용할 수 없어 목우 폰을 빌려 트랭글을 작동시켰는데, 8봉에서 확인하니 꺼져 있다.

다시 가동했으나 거리가 짧아 트랭글 지도는 올리지 않는다.

 

모처럼 가족인 함께한 팔봉산은 오랜 즐거움으로 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