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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지질공원 탐방/그외 국가지질공원

무더위와 싸운 울진 왕피천계곡 2구간

by 즐풍 2019. 8. 17.

 

 

 

 

 

 

2018.08.04. 토 09:18~19:15(전체 시간 09:16, 이동 거리 8.54km,  휴식 시간 03:20,  평균 속도 1.4km/h)  찜통 더위

 

 

모처럼 울진 왕피천계곡 여행기에 반해 왕피천계곡이 산행지로 나오길 기다렸으나 성원 부족으로 불발됐다.

아무 때나 가도 되나 싶던 왕피천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왕피천계곡 에코투어사업단" 홈피에 들어가 보니 예약제로 운영된다.

사무국장님에게 전화하여 휴가 첫날인 2코스와 숙박, 다음날은 1코스와 아침 점심 식사를 예약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무작정 출발했으면 낭패 볼뻔했다.

 

연중 가장 무더울 때라 늘 그렇듯 전국이 일시에 여름 휴가에 들어서며 도심은 오히려 한가롭다.

아내인 목우의 일정에 맞춰 휴가를 내고 함께 왕피천계곡 등 울진 일대에서 피서를 하기로 한다.

지난봄 하루에 불과했지만, 함께 포천 일대의 재인폭포나 비둘기낭폭포, 고석정 등을 함께 다닐 때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평소 같으면 휴가철에도 나홀로 산행에 나섰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왕피천계곡 2코스는 09:00부터 탐방할 수 있다기에 될 수 있는 대로 그전에 도착하려고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

나이가 드니 전처럼 운전에 자신도 없고 빨리 달리기도 싫어 천천히 오며 중간에 식사하다 보니 네 시간 20이나 걸렸다.

직업이 운전이 아닌 이상 집에서 왕피천계곡 들머리까지 꼬박 300km를 운전한다는 건 중노동이다.

장거리 이동이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딸아이 디젤차인 미니쿠퍼를 끌고 갔더니 차가 작아 운전이나 주차가 만만하다.

 

 

 

왕피천계곡

 

 

왕피천은 우수한 식생과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유한 낙동정맥의 중앙부에 위치한 녹지축이다.

이곳은 주변에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오랫동안 접근이 어려워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멸종위기종과 희귀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왕피천 유역 일부는 생태 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왕피천은 길이 65.9㎞, 유역면적 570.5㎢로 경북 영양군 수비면 금장산(848m) 북서 계곡에서 발원한다.

신원리에서 장수포천(長水逋川)이라 불리다가 울진군 서면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라 불린다.
태백산맥을 지나 울진군 근남면에서 매화천·광천의 두 지류와 합쳐져서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왕피천 주변은 풍광이 뛰어난 데다 유서깊은 곳이 많고, 지류인 광천과 매화천 주변의 경치도 뛰어나다.

광천이 흐르는 계곡은 우리나라 자연명승 제6호인 불영계곡이다.
왕피천계곡은 생태·환경적 보전 가치와 그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전국 ’12곳의 생태관광지역’ 중 한 곳이다. 

​                                                                                                (홈페이지 안내문 편집)

 

 

왕피천계곡 2구간 탐방코스  

 

 

 

 

협곡으로 가는 탐사의 길은

용소를 비롯해 학소대, 거북바위 등 왕피천 협곡의 모습을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굴구지마을을 거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굴구지"는 굴같이 생긴 아홉 구비를 넘는다는 뜻을 가진 구산3리 마을의 고유 이름이다. (안내문)

 

일산에서 울진으로 가자면 단양, 봉화를 거쳐 울진 초입인 금강송면과 가장 먼저 만난다.

금강송면 소재지에서 왕피천계곡 2구간 들머리까지는 불과 29km에 불과하니 30분이면 갈 수 있는 짧은 거리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불영사계곡을 지나 왕피천로에 이르면 길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논두렁 같은 도로를 타야 한다.

간혹 차를 만나면 기다렸다 가야 하는 길이 대부분인 데다 시멘트도로라 승차감도 안 좋다.

운전의 한계에 도달해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날 때 즈음 드디어 굴구지탐방센타에 도착하며 55분이나 소요되었다. 

 

 

 

왕피천계곡 2구간 이동경로

 

 

 

 

왕피천계곡 2구간은 지도에 표시된 대로 거북바위에서 원점회귀하는 게 제일 좋다.

 

 

 

사무국장님에게 탐방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 컷 찰칵

 

 

 

우리가 거북바위를 지나 그 위 둔재마을까지 다녀오겠다고 하니 사무국장님은 이 지도를 보여주며

실질적인 탐방 들머리인 초소까지 2km를 차로 이동해도 된다며 길을 안내해 주신다.

산악회에 오면 굴구지탐방소부터 걸어야 하는데, 이런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선 걷기도 힘든 거리다.

초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비포장도로도 통과하고 이게 길일까 싶을 만큼 좁은 길을 지나기도 한다.

결국, 땡볕에서 걸을 40여 분 이상의 거리와 시간을 단축했다.

 

 

 

잘생긴 이 소나무 아래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차량을 진행한다.

 

 

 

차로 이동할 때 보이던 계곡 풍경

 

 

 

 

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전신을 감싼다.

그 열기에 놀라며 오늘 걷게 될 왕피천계곡 2구간도 쉽지 않음을 예감한다.

2구간은 간혹 계곡으로 난 길을 걷기도 하지만 숲을 오르내리며 걷는 구간이 더 많다.

 

초소에 주차하고 나니 들머리엔 공공근로에 동원된 마을 노인 몇 분이 나와 의자에 앉아계시고

그중 한 분이 탐방 인원 등을 용지에 적고 들어가라고 한다. 

 

크기는 작아 보여도 10여 m 높이의 바위다.

 

 

 

 

 

 

 

 

 

 

 

이 바위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 2구간 최고의 절경을 보여주는 용소가 있다.

 

 

 

 

왕피천계곡을 통털어 가장 멋진 풍경인 용소다.

용이 아가리를 벌린 모양과 기가 막히게 닮았다.

그 안에 한 모금 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같기도 하고...

 

 

 

내려가면 좋겠으나 한참 위에까지 다녀오려고 일단 보류하고 원점회귀할 때 용소로 들어갈 생각이다.

 

 

 

얼마만큼 더 오자 이번엔 학바위(학소대) 가는 코스가 나와 혼자만 내려가 본다.

물길 건너 학소대라고 쓴 바위가 뒤쪽 나무와 겹쳐져 구분이 좀 어렵다.

 

 

 

바위가 학이 살았다는 학소대다.

뭐 그냥 물 건너 바위에 지나지 않지만, 예전엔 제법 학이 찾아와 서식했을지도 모르겠다.

학소대를 보기 위해 등로에서 벗어나 제법 들어온 거리가 있어 되돌아가자니 귀찮다.

하여 바로 산비탈을 치고 올라가는데, 경사가 심해 상당히 고생하며 아슬아슬하게 올라갔다.

결국, 다 올라갔을 때 더 걷기도 힘들 만큼 진이 빠졌으나 목우 앞에선 태연한 척 여유를 부려본다.

 

 

 

왕피천 2구간은 용소와 같은 협곡이 많다.

지금은 가물어 물이 적어도 용소를 건너자면 제법 긴 자일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멀리서 조망하기만 한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 마지막 구간의 우측에 있는 바위가 거북바위다.

그 우측에 송이버섯바위가 있으나 거리가 멀어 제대로 태가 나지 않는다.

아래쪽으로 참나무가 죽어 있는데,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며 참나무까지 함께 무너진 것이다.

저렇게 잎이 잘 자란 뒤의 낙석에 의해 죽은 것이므로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닌듯...

 

 

 

 

 

 

 

좀 더 가까워진 거북바위

이곳까지 오면 상류 방향으로 더 올라갈 필요가 없다.

괜한 마음에 더 멋진 풍경이라도 있을까싶어 둔재마을 까지 올라갔으나 특별한 것은 없다.

 

 

 

 

 

 

 

 

 

 

 

워낙 심심산천이라 숲이 우거져 제주의 어느 곶자왈을 걷는 느낌이다.

 

 

 

 

 

 

 

 

 

 

 

둔재마을 코앞에 있는 계곡

 

 

 

 

 

 

 

둔재마을에 피서온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물가로 내려섰으나 탐방로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어 바로 위쪽으로 이동해 개울을 건넜다.

 

 

 

 

 

 

 

둔재마을엔 반대방향에서 차로 들어올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다.

가족따라 캠핑 온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고, 우린 등산화를 벗어 손에 쥐고 이 개울을 건넜다.

날이 워낙 더워 물도 미지근하여 물속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덥긴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 보호자가 식사하자고 불러내 아이들이 돌아간 뒤 개울은 일순간 적막에 잠긴다.

우린 이곳까지 쉽게 생각하고 왔으나 더위에 지쳐 쉬엄쉬엄 오다 보니 벌써 13:30이다.

이곳까지 왕복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간단한 간식만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식사를 하고 내려가야 할 느낌이다.

이곳에 캠핑 온 사람들에게 마을에 식당과 매점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기에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목우는 개울을 건너며 다리에 쥐가 나 하산길은 느리고 힘들 테니 점심은 필수가 됐는데, 이를 어쩐담...

 

뭐, 당장 급한 건 마음을 추스르고 지친 몸을 회복할 휴식이다.

그늘에 수건을 깔고 누워 쉬고 있는데, 부산에서 왔다는 일행분들이 측은해 보였는지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라며 버너를 함께 내주신다.

고맙게도 라면 두 개를 끓여 먹는 데, 밥까지 주시니 더욱 황송할 뿐이다.

이어 차가운 식수도 좀 얻고 옥수수까지 덤으로 두 개를 더 얻었다.

워낙 식사량이 적어 라면 두 개로 충분해 밥은 못 먹고 옥수수는 비상식량으로 배낭에 넣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목우는 얼마나 감사했던지 블로그에 이분들께 꼭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한다.

부산분들의 선행으로 하산을 끝낼 때까지 배곯지 않고 잘 내려왔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부터 올라 온 길을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하산길에 꼭 내려가 보려던 용소는 너무 가파르다.

앞서 올라올 때 학소대에서 힘을 뺀 데다 목우는 계속 다리에 쥐가 나 걷는 것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

아쉽게도 용소로 내려가는 건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올 기회를 잡아야겠다.

 

 

 

다시 봐도 멋진 용머리

 

 

 

사실, 학소대까지 내려왔을 때 더 큰 쥐가 나 한참을 누워있다가 개울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얼마나 힘든지 119에 쥐가 났을 때 대처 방법을 알아보라고 한다.

119에 전화를 하니 구조대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지는 서비스 불통 지역이라 두 번을 걸었으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화가 끊어지고 바로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했다."는 문자가 도착한다.

위치를 확인했으면 곧 온다는 뜻일까?

다시 한 시간 10분을 더 내려와 다시 119에 전화해 응급조치방법을 물으니 우리가 이미 실행했던 발가락 꺽기와 수분, 당분을 많이 섭취하라고 한다.

배낭에 있던 포도를 먹으며 당분을 섭취하고 물을 더 먹어보지만, 특별한 효과는 없다.

119를 부르자니 이 더위에 민폐를 끼칠 수 없다며 한사코 걷는다.

치~, 내가 연간 소득세로 내는 게 대략 800만 원 정도이니 실컷 불러도 되겠구만...

 

등산앱에 일몰 30분 전 알람을 설정했더니 오후 6시 52분에 일몰 30분 전이라며 서둘러 하산할 것을 권고하는 알람이 울린다.

일몰 이후 30분 동안은 여전히 활동 가능한 생활 여명이니 시간은 충분하지만, 워낙 걸음을 딛기도 힘든 상태라 다소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일몰이 바로 코앞이라고 얘기하면 오히려 서두르다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어 함께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거의 일몰 시각에 맞춰 19:15에 차량을 회수한다.

다행히 차량으로 이동거리를 줄였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밤길을 걸을 뻔 했다.

짧은 왕피천계곡 2구간을 휴가 첫날을 가장 힘들게 보내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하산이 늦어 시골길을 따라 50여 분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한두 군데 막국숫집이 보이긴 했으나 저녁을 막국수로 때우긴 그랬다.

민박집이 있는 금강송면 소재지에 오면 제법 괜찮은 식당이 있겠거니 하며 면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8:25이다.

시내 같으면 한창 북적거릴 시간인데 몇 채 되지도 않는 식당은 이미 불이 꺼져 있어 찾기도 어렵다.

하나 밖에 없는 슈퍼에 식당 위치를 물어보니 이 시간이면 이미 식당이 다 문을 닫아 식사하기는 곤란할 거란다.

목우가 컵라면 두 개를 사며 물을 끓여주면 비용을 내겠다고 하니 그러마 해놓곤 계산을 끝내니 끓여줄 수 없다고 한다.

 

참 야박한 인심이다.

결국, 여분으로 산 황도 통조림으로 저녁을 먹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점심은 한 끼 라면에, 저녁은 겨우 복숭아 통조림 한 캔으로 때웠으니 휴가 첫날 일정을 피난민처럼 보낸 하루였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