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 22권 한질을 구매한 후 묵혀놓고 있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22권이나 되다보니 중압감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그렇게 묵혀두길 6년이 넘다보니 책장 앞을 지날 때마다 죄진 기분이다.
노안을 핑계로 어느 순간 책과 벌어진 거리가 좀체 좁혀지질 않는다.
하기야 그동안 바꾼 안경이 또 몇 개냐?
어찌어찌하여 누진다초점 안경을 구매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다 마지못해 1권을 집어들긴 했지만, 선시시대부터 나오는 역사가 재미있을 리 없다.
중간쯤 읽다 다시 서랍에 집어놓고 한동안 잊고 살았다. 아니 잊으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집어들고 1권을 마친 후에 2권부터는 제법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예는 꽤 많다.
1997년 kbs 1tv에서 방영한 '용의 눈물' 원작이라던 박종화의 '세종대왕' 12권도 근 10년을 지나 읽었다.
한 번 손을 대면 무던하게 읽는데, 이젠 나이가 들다보니 그놈의 용기를 내기가 그렇게 어렵다.
책장엔 아직도 읽다가 만 '로마인 이야기'가 절반이나 남아있고, 아이들에게 사 준 해리포터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외 손도 안 댄 책이 대략 50여 권이 넘으니 당분간 도서관 대출은 피하고 책장부터 뒤져야겠다.
그렇다고 그동안 독서를 멈춘 것은 아니다.
사무실에서 아람누리도서관은 길만 건너면 되는 잛은 거리라 단행본부터 장편 대하소설까지
최근 2년 동안 근 70여 권을 대출받았으니 제법 읽은 셈이다.
오래전 3권까지 읽었던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과 북한편까지 끝냈고,
조정래의 대하소설인 아리랑 12권, 한강 10권, 정글만리 3권 등을 읽은 게 기억에 남는다.
지난 1년동안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 중에 하나가 이른바 '국정교과서' 문제였다.
그것은 우주의 불온한 기운으로 똘똘 뭉친 마녀가 국정을 농단하며 저지른 여러 만행 중 하나다.
이제 그는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었고, 국정교과서도 사용도 1년 유예되는 등 동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는 영원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역사는 '국정교과서'란 미명으로 분칠한다고 바뀔 역사가 아니다.
역사를 바로 안다는 것은 또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고 건실한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장구한 역사에서 백성은 그지없이 나약했으나 때로는 들불처럼 일어나 역사를 바꾼 예도 많다.
가진 자의 폭력과 혼돈이 계속될 때는 속상한 마음에 책을 덮어버릴 때도 많았다.
세종을 읽을 때 밀려오던 감동, 그리고 영·정조시대를 읽을 땐 당쟁을 비켜가지 못한 게 안타깝다.
역사를 읽으며 느끼는 많은 부조리는 결국 백성이 온전히 부담할 몫이었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는 기전체와 편년체가 섞여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
당쟁의 원인과 흐름을 제법 파악했고,
역사의 뒷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그동안 잘못 알았던 인물들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성리학자인 송시열이 역사에 남긴 오점과 폐해,
대문장가로 알고 있었던 정철이 일으킨 여러 사건과 사화로 죽음에 이른 사람들이 수 백 명에 달한다.
22권이나 되는 방대한 '한국사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러한 사례 이외도 수없이 많은 역사적 사건을 다시 보게 된다.
게으른 끝에 읽은 한국사 이야기로 올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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