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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명상길로 북한산 둘레길을 시작하며

by 즐풍 2019. 5. 21.

 

 

탐방일 2015.12.8.화(공가) 북한산둘레길 명상길(일부), 평창마을길 6.9km   날씨: 맑음

 

 

어느 날, 제주 올레길이 생기고 걷기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다행히 좀체 갈 수 없는 제주 교육이 생겨 올레길을 걸을 기회가 있었다.

그래봐야 7, 8코스에 국한됐지만, 바다와 기암괴석이 즐비한 바닷길을 함께 즐기는 올레길은 충격이었다.

올레길의 성공이 광풍처럼 휩쓸고 지나가자 전국 각지에 둘레길, 누리길, 숲길, 마실길 등

지역특성에 맞는 이름을 갖고 하루가 멀다하고 생긴다.

 

제각기 지역 특색이야 있지만, 지금부터 탐방하게 될 북한산 둘레길 또한 좋은 목적을 갖고 생겨났다.

한양 도성을 둘러 싼 산이다 보니 여러가지 유적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러한 볼거리를 이용하여 산으로 올라만 가는 등산객을 평지로 끌어내려 북한산을 보호한다는 숨겨진

정책은 일단 대성공이다.

 

지방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런 산책코스는 그 지역의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탐방객을 끌어들임은 물론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지역 소득증대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가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거리도 창출하고

볼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이제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을 구간 순서와 상관없이 탐방함으로써 산에서 느끼지 못한 즐거움을 찾기로 한다.

때로는 산행과 연계한 둘레길 탐방에 나서기도 하고, 또는 날을 잡아 둘레길만 돌 경우도 있겠다.

71km나 된다니 전 구간을 다 돌자면 몇 달 잘 걸리겠지만,

오늘은 인왕산 탐방에 이어 북한산 둘레길 중 "명상길"과 "평창마을길" 구간을 맛보고자 한다.

 

 

인왕산을 거쳐 북악산을 오를 예정으로 신분증까지 지참했지만, 한달간 공사 중이라 탐방이 불가능하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국민대학교로 이동해 북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을 돈다.

여기서 "명상의 길"을 거쳐 "평창마을길"로 빠져나갈 생각인데, 평창마을길을 말 그대로 마을을 통과해야

하므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길을 걸어야 하므로 가장 어려운 코스 중 하나다.

 

북악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오는 길은 등산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산길이다.

400m를 올라오니 평창마을길로 가거나 명상길 마지막 구간인 정릉주차장까지 가는 갈림길이다.

 

구복암 방향으로 내려가면 명상길이 끝나지만, 이곳에서 두 지점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길에서 한참 떨어진 문바위와 동굴이다. 문바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풍화작용으로 자잔한 모래가 생겨나

오르기 쉽지 않은데, 누군가 계단을 만들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길에서 떨어져 숨겨진 바위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숨겨진 석굴을 찾아가는 길이다. 가로질러 가다보니 나무에 긁히고 때로 바위를 타기도 한다.

 

문바위에서 이곳까지는 약 400m 남짓한 거리다. 이곳은 무슨 기운이 쎈지 사이비 종교 신봉자가 알 수 없는

방언으로 중얼거리고 고래고래 소릴르 지르는 게 문바위까지 들린다. 바로 아랜 구복암이란 작은 암자가 있는데,

이교도끼리 으르릉 거리며 꼴 사납게 싸우는 형상이다. 이 바위 아래쪽에도 두 명의 신도가 중얼거린다.

 

북한산에서 가장 입구가 크게 트인 석굴이다 입구는 좌우로 약 7-8m, 높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가야 하니 약 1.4m에

깊이는 3-4m 정도된다. 여기도 그들의 기도 장소로 내 인기척에 옷가지만 하나 벗어놓고 어디로 자리를 비켰다.

천장에 불을 땐 흔적으로 시커멓게 그을리고 종교적인 낙서가 볼썽사납게 새겨져 있기도 하다.

 

남쪽으로 입구가 나 있어 겨울에 따듯하고 바람막이 기능도 좋다. 사계절 쉬어가기 좋은데, 길에서 떨어져 입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구복암 바위에 새겨진 "북두칠원성군"과 태극문양, 그 아래 석굴도 조성돼 있다.

 

성모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전통 불교라기 보다는 민간신앙에 더 까가운 구복불교인듯 싶다. 

 

구복암 입구에 있는 바위엔 "낙귀(구)"와 "하마"란 글자가 한문으로 새겨져 있다.

 

구복암을 끝으로 잠깐 내려오면 명상길 구간은 끝난다.

이 문을 통과하면 평창동 마을길을 따라 걸어야 하므로 차조심하며 주민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같은 문인데 방향에 따라 다른 구간의 입구이기도 하다.

문밖에 나오니 스템프와 고무도장이 있는데, 막상 찍을 종이가 없다.

마침 누군가 버린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감긴 종이 받침을 빼 스템프를 찍어본다. 스탬프를 찍자면 빈 종이나 수첩을 지참해야겠다.

 

연화정사

조계종이나 천태종에 속하지 않은 교단으로 어느 교단의 본원이다.

 

평창마을길에서 보는 보현봉과 사자봉, 북한산에서 가장 멋진 봉우리 중 하나다.

 

여긴 평창공원지킴터로 가는 길에 동령폭포가 있다. 일선사를 거쳐 대성문으로 올라간다.

 

집을 짓기 위해 암벽을 파낸 공력이 크다. 저 바위를 부수고 파냈으니 평당 건축비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겠다.

바위를 파냈으니 붕괴되진 않겠지만, 산의 정기를 끊은 느낌이라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어느 집안 감나무에 달린 감이 보기 좋다. 겨우내 배고픈 새들의 잔치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런 돌담길도 있고,. 

 

이 구간엔 여러 개의 사찰과 교회 수련원이 눈에 들어온다. 수련원이야 사진에 잡을만큼 건축미가 있는게 아니니 사진에 담지 않는다.

 

한쌍의 부부일까?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사자능선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청련사

 

소나무가 특이해 잡아본다.

 

도로의 돌담 위에 얹힌 석상. 머리가 깨져나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주인도 없이 이곳에 방치된 건가?

 

둘레길에서 보는 보현산신각의 층층이 난 담장이 예쁘다.

 

붉은 벽동 담장에 어울리는 소나무와 향나무, 저런 집에서 산다면 겨울에 눈 내린 소나무를 보거나

따듯한 봄남 나무 아래서 책을 보다 졸려 하픔을 해도 즐겁겠다.

 

 

 

전심사를 끝으로 큰길로 내려선다. 반대로 북한산으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하다.

북한산 둘레길을 처음 밟으며 약 7km 정도를 걸었으니 전체 거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둘레길을 걸으며 산에서 보지 못한 여러 풍경을 가슴에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