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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노적봉에 품은 연정

by 즐풍 2019. 5. 21.

 

산행일자 2013.9.17.화.연가     날씨 : 맑음

 

 

노적봉은 정상이 두 개다.

동봉에 올라서면 만경대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백운대와 파랑새능선을 타고 내리면서 염초봉, 원효봉을 아우를 수 있고

우측으로 용암봉에서 주능선을 타고 멀리 의상능선이 조망되지만, 압권은 만경봉과 백운대 전경을 즐기는 것이다.

물론, 만경대능선이 가로막고 있으니 서울을 볼 순 없지만 용암문과 위문을 연결하는 만경대 허릿길을 지나가는 산객을

볼 수 있는 것은 노적봉이 유일하다.

 

서봉에서도 동봉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하나의 특권이 더 있다면 서쪽 풍경을 발 아래로 굽어보는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뜨기 전까지 서봉에 올라 선다면 노적봉 그림자가 숲속을 길게 늘어뜨린 장관을 목도하는 행운을 갖는다.

산에서 산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북한산에서 제일 높은 백운대에 올라도 지형적인

특성상 그림자를 볼 수 없고, 인수봉은?

글쎄, 인수봉은 올라가보지 않았으니 모르겠고, 보현봉이라면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오후가 되면 인수

봉이나 만경봉, 용암봉, 왕관봉 등은 서울쪽으로 긴 그림자를 남기겠단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 노적봉을 기린봉에서 오르다 전에 얼핏 봐 두었던 바위 틈새로 난 나무와 그 공간을 이용하여 오른 후 카페 산행

정보에서 본 안내도를 따라 올라가면 되겠단 생각에 자일과 슬링을 준비해 간다. 노적봉능선을 타기 위해 북한산성계곡으로

올라가다 선봉사를 좀 지난 지점에서 좌측 산으로 올라가니 길은 없고 나무와 바위, 암봉이 겹겹이 방어막을 치며 입산을

방해하지만,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암봉을 타기도 하며 겨우 활로를 뚫고 능선길과 만났다.

 

작년까진 전혀 문제없이 산을 헤집고 다녔지만 올초부터 불거진 살인진드기로 인한 사망 보도 이후 오늘 같이 길 없는

곳을 돌파 할 때 괜히 나뭇잎을 스치기라도 하면 혹여 진드기가 몸에 붙지나 않을까 은근히 신경쓰이는 게 영 개운치 않다.

아무래도 내일 연천과 철원에 걸쳐있는 고대산과 금학산 연계산행은 산객이 적어 수풀이 우거졌을 테니 스패츠라도

착용해야 좀 안도감이 들겠단 생각도 가져본다.

  

그런데, 가끔씩 말썽을 부리던 카메라가 더이상 구동이 안 돼 노적봉을 지척에 두고도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낭패다.

노적봉이 잘 보이는 바위에 앉아 어떤 코스를 이용해 올라가야 할 지 그려보니 한 군데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구간이

보이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봐도 전혀 답이 안 나온다.

아래서 보는 것과 실제 올라가며 부딛히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겠지만, 혼자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돼

오늘 산행은 접고 상운사계곡으로 하산했다.

 

 

  

 하늘색 점선이 보다 수월하단 생각이고, 노란색은 건널 방법이 없어 보인다

 

 

여름철처럼 수온이 올라가지 않으니 청태가 끼지 않아 계곡물이 맑은 게 보기 좋다

 

 

건너편 용출봉과 의상봉

 

 

 

 

 

 

 

 

건너편 국녕사 대불

 

 

쉬운 코스를 선택해 암봉을 헤쳐가고...

 

 

원효봉도 제법 경사가 있어 보인다

 

 

살짝 고개를 쳐든 노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