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태극종주와 억새 향연

 

 

 

 

 

산행일자 2015.10.09.금(한글날)~10.10.토    날씨: 맑음

 

 

 

산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설악산과 지리산 석 자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산 좀 탄다고 하니 이런 명산 외에 도 수없이 많은 여러 산이 눈에 들어오고 들린다.

다행히 근교에는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등 명산이 있다.

이들 명산을 묶어 불수사도북 종주나 강남칠산 종주와 같이 여러 산을 무박으로 종주하는 게 지금도 여전히 진행된다. 

한때 그 대열에 합류해 불수사도북이나 강남칠산을 종주하기도 했고, 강동칠산도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눈을 좀 더 멀리 돌린다면 보통 1박2일로 진행하는 지리산 화대종주나 설악산 종주도 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보다 짧게 1박2일로 종주하기도 했다.

산꾼들에게는 영남알프스라는 은빛 물결 출렁이는 억새를 따라 진행하는 태극종주가 또 다른 성지순례처럼 매년 반복된다.

작년엔 솔담님과 도솔님이 함께 했다며, 그 황홀했던 경험을 얘기할 때 나도 올핸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때가 되자 솔담님이 함께 하자는 연락이 온다.

작년엔 10월 중순에 가니 색깔이 좀 빠졌다며, 올핸 좀 일찍 가고 싶어 한다.

10월 첫째 주는 솔담님이 마라톤대회 참석으로 빠지고, 둘째 주에 진행하는 세미 백두대간을 포기하고 종주하기로 한다.

올해부터 다시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8일 밤에 출발해 금요일인 9일 새벽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종주하게 된다.

영남알프스를 태극종주하기엔 환상의 3일 연휴인 셈이다.

 

요즘 들어 장거리 산행이 잦다 보니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갔다.

9월엔 용화산~오봉산 연계산행에 속리산 종주, 구병산, 설악산 오색에서 공룡능선, 북한산 14성문 종주 등 별로 쉴 틈이 없었다.

영남알프스 첫날엔 대략 14~15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산행이라고 하니 긴장이 앞선다.

어느 산이라도 암봉이야 있겠지만, 영남알프스는 전체적으로 구릉이 많은 육산이라 어느 정도 감내할 정도는 되리라 생각한다. 

긴장감을 잔뜩 배낭에 넣고 그 비경 속으로 들어간다.

 

 

 

등산코스

 

 

운문산 정상에서 보는 어스름한 산 풍경

 

 

 

 

새벽 세시 25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는 석골사, 버스에서 산행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있었지만, 막상 산행을 할 땐 그놈의 안내가 기억날 리 없다.

함께 한 솔담님은 작년 석골사에서 운문산 오를 때 알바로 꽤 고생했다며 주의를 기울인다.

두 대의 버스를 타고 온 회원 중에 쉬운 B 코스 보다 어려운 A 코스를 선택한 사람이 더 많다.

이번 산행은 도면상 50km가 넘는 거리지만, 억산은 제외하고 바로 운문산부터 시작한다 해도 대략 45km의 거리다.

억산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예닐곱명을 제외한 회원은 바로 운문산으로 치고 올라간다.

운문산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는 데, 석골사까지 올라가니 비로소 이정표가 보여 큰 알바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거의 너덜지대인 데다, 가파르기까지 해 처음부터 빡쎈 산행이다.

산행 두 시간 반만인 05:56분에 겨우 정상에 올랐으나 아직은 일출 전이라 제대로 된 정상표지석을 찍지 못했다.

 

 

이 사진은 정상에서 가지산 방향으로 내려오다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가지산에 걸린 구름사이로 보이는 일출 광경이다.

 

 

 

 

 

 

위 아래가 같은 암봉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른 다른 모습이다

 

 

 

운문산에서도 거의 두 시간 반을 달려 가지산에 도착한다. 가지산 바로 턱 밑에 있는 암봉

 

 

 

드디어 두번째 정상인 가지산이다.

운문산에서 가지산까지 겨우 두 개의 산을 정복하는 데 다섯 시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가지산부터 오늘, 내일의 하이라이트인 억새가 처음으로 헬기장 주변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운문산에서 가지산으로 넘어오던 길을 뒤돌아 보니 올 때 안 보이던 암봉이 나타난다

 

 

 

정상 주변엔 알록달록 단풍이 들었지만, 단풍나무는 없고 참나무라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없다

 

 

 

가지산 바로 아래 돌로 지은 쉼터엔 잠시 쉬며 막걸리, 라면, 오뎅 등 요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칠 땐 제법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허름해 보여도 지붕엔 태양열 발전설비도 갖추어져 있어 허름함과 최신 문명이 대비된다.

 

 

 

가지산 쉼터에서 보는 운문산 방향

 

 

 

가지산 정상 표지석은 두 개다. 

뒤로 보이는 작은 표지석은 한자로 표기했고, 이 표지석은 영남알프스란 로고를 새로 넣었다.

산행하는 동안 몇 개의 표지석에 이렇게 "영남알프스"란 표지석을 새긴 게 제법 많다.

 

해발 1,241m인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이다. 내륙 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으며,

쌀이 꿀방울 흐르듯 나온다는 전설을 가진 쌀바위도 유명하다.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이자 '울산 12경'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사시사철 빼어난 절경을 가진다.

                                                                                        표지석 뒤에 새긴 안내문을 요약이다.  

 

 

 

 

 

 

 

능동산으로 가며 보는 가지산 원경, 가운데가 정상이다

 

 

 

이 능동산을 지날 때가 11:42이니 산행을 시작한 지 여덟 시간 15분 정도 지났다.

영남알프스 종주와 억새 풍광을 함께 보는 산행이라 어차피 종주하지만,

억새만 본다면 운문산, 가지산을 제외하고 석남터널에서 이 능동산으로 오르면 산행이 더욱 수월해지고 억새군락을 처음부터 보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

 

 

 

능동산을 지나며 꽤 오랫동안 임도를 걸으면 서서히 억새군락을 만나게 되고 드디어 샘물산장이 나온다.

이 샘물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서면 천황산 정상까지 가는 내내 황홀한 억새군락을 지나게 된다.

 

 

 

 

 

 

 

천황산 정상

 

 

 

뒤로 보이는 왼쪽 가지산을 거쳐 가운데 능동산을 지나 긴 능선을 따라 왔다.

 

 

 

천황산에서 이 암봉을 우측에 두고 하산하면 재약산 가는 길에 영남알프스 구간 중 제일 넓다는 하늘 널마루인 사자평을 만나게 된다.

 

 

 

내장산처럼 단풍나무 그득하다면 더 많은 인파가 몰렸겠지만, 억새와 영남알프스란 이름만으로도 등산객의 행렬은 끝이 없다.

 

 

 

내려가며 보는 천황산 정상

 

 

 

저 아래 너른 억새밭이 사자평이다.

 

 

 

이 사자평이 약 100만 평이라니 일산 호수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내가 보기엔 100만 평은 좀 과하고, 20-30만 평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천황재에서 수미봉으로 올라가 보면 100만 평의 광활한 사자평을 볼 수 있겠지만, 진행방향이 틀리니 그 전부를 볼 수 없음이 아쉽다.

수미봉을 통과하는 종주코스 개발이 필요하다.

 

사자평(獅子坪)의 '사'는 광원을 이르는 옛말이고, '자'는 산의 옛말이다.

즉, 산에 있는 들판이란 의미가 되겠다.

이 사자평엔 교사 한 명에 학생 두세 명이 전부인 하늘 아래 가장 높은 학교였던 '고사리분교'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병훈련을 시키던 훈련장으로 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안내문 편집)

 

 

 

 

 

 

 

 

 

영남알프스 첫날에 보는 억새군락의 극치다.

 

 

 

이제 사자평을 지나 고개를 오르면 저 암봉 뒤가 재약산 정상이다.

 

 

 

오늘의 마지막 구간인 재약산 정상

 

 

 

정상에서 보는 나무데크 전망대, 아래쪽엔 평원이 보인다.

 

 

 

 

 

 

재약산을 마지막으로 죽전삼거리를 거쳐 날머리로 빠지며 영남알프스 첫날의 산행을 마치게 된다.

가는 길에 산악회의 산행리본을 잘 따라갔으나 길이 아닌 거 같다기에 다시 돌아와 죽전삼거리에 있는

주막의 주모에게 길을 물으니 아까 그 길이 맞다고 한다.

주막에 들린 김에 막걸리 한잔 하며 잠시 쉬고 배내고개로 내려간다.

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아 한참을 돌아가는데,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높아 나선형으로 길을 이리저리 돌려놔 한참을 고생했다.

영남알프스 첫날 구간은 약 30km 거리를 세 시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꼬박 14시간 5분 걸렸다.

 

 

 

 

영남알프스 억새산행 두 번째 날이다.

청수골산장에서 숙박을 하며 저녁과 아침 그리고 점심도시락까지 받아 오전 07:41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사유지인 산장 뒤로 진입해 산 허릿길과 너덜길을 근 한 시간 반 정도 걸어 아홉시 6분에 영축산과 만나는 억새 군락지에 도착한다.

 

 

 

뒤로 보이는 능선 우측이 재약산의 한 켠인 수미봉 정상이다

 

 

 

주초 일기예보엔 토요일인 오늘 오후에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되었지만, 주말이 가까워지자 맑은 것으로 바뀌었다.

아침 산행 시각, 서울 등 수도권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는 데 다행히 영남알프스는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어제오늘 산행은 기가 막히게 청명한 날씨에 잘 끝냈다.

산행이 끝난 후 귀로에 간간이 비가 내렸으니 이런 다행도 없다.

 

 

 

햇빛에 반사되었다면 은빛물결 출렁일테데 방향이 틀린건지 거대한 억새군락이긴 하나 제 모습이 아닌게 아쉽다.

사실 한 열흘에서 일주일 정도만 빨리 왔어도 흰색 물결 더 아름다웠을 텐데, 벌써 물이 빠져 제 빛이 안 나온다.

 

 

 

 

 

 

영축산 오르며 뒤돌아 본 저 능선길 따라 신불산을 갈 예정이다.

 

 

 

드디어 경남 양산군 경계인 영축산 정상이 보인다.

 

 

 

이 영축산 아래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산 이름에 불교의 의미가 숨어 있다.

 

 

 

 

 

 

 

정상을 따라가는 능선엔 좌우로 억새군락이 있어 가는 내내 행복한 걸음이 된다.

 

 

 

 모처럼 내 사진

 

 

 

 

 

 

언젠가 다시 온다면 한 열흘 앞당겨 보자

 

 

 

 

 

 

누구라도 이 억새 평원을 걷는다며 그 마음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고, 그 발길은 나비처럼 사뿐해지 않을 수 없다.

 

 

 

 

 

 

 

 

 

 

 

산정에서 한 칸 아래는 또 붉게 익어가는 단풍의 색깔이 점점 더 진해지니 억새와 단풍을 함께 보는 재미가 좋다.

 

 

 

 

 

 

 

 

 

 

저 봉우리가 잠시 후 도착하게 될 신불산 정상이다.

영남알프스는 첫날 코스보다 두 번째 날 코스가 더 환상적이다.

신불산에 오르기 전 고개로 내려가면 신불평원의 억새밭이 또 기가 막히다.

 

 

 

 

 

 

 

신불평원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는 억새군락의 비경

 

 

 

저 안에 들어가면 누구라도 동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사람이 없다.

 

 

 

신불산 오르며 지나 온 곳을 보니 신불평원이다.

이 평원의 규모가 어제 본 천황산과 재약산 중간에 있는 사자평보다 더 크고 좋다.

 

 

 

 

 

 

신불산 정상이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얻은 사진이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전히 줄은 길게 늘어져 있다.

나중에 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 카톡으로 사진 세 장을 받는다.

전에 살레와산악회에서 몇 번 산행을 함께한 보리님이 이번 산행을 우연히 함께 하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신불산의 내 인증샷을 찍어 보내온 것이다.

만남 자체가 반가운데 또 그분의 성의가 말할 수없이 고맙고 또 고맙다.

 

 

 

산 아랜 황금빛 들녁에 벌써 벼베기를 끝낸 논도 보이니 풍요로운 계절이다. 

 

 

 

 

 

 

 

저 봉우리만 내려가면 간월재에 있는 억새평원이 또 장엄한 모습으로 그 신비를 보여줄 것이다.

 

 

 

간월재다. 저 곳에서 컵라면과 함께 준비해온 점심을 먹는다.

어제부터 왼쪽 무릎 뒤가 저리고 아픈 솔담님은 결국 임도를 따라 하산하기로 하여 혼자 산행을 이어 간다.

 

 

 

보이는 초지는 모두가 억새밭이다.

명성산이나 민둥산 억새가 유명하다고 해도 이곳 영남알프스에 대면 겨우 한 귀퉁이 정도에 불과하니 이곳의 규모가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이곳 간월재에 가장 많은 산객들이 북적이니 아마도 이곳이 제일 접근하기도 쉽고 좋은 곳인 모양이다.

 

 

 

영남알프스 간월재 휴게소에서 일단 점심을 먹고 마지막 힘을 내본다.

 

 

 

식사를 하며 어깨 너머로 담아보는 풍경

 

 

 

간월산으로 오르며 간월재를 다시 본다. 

 

 

 

산행은 이런 여유로움을 즐기는 게 좋다.

 

 

 

 

 

 

 

대패로 민 것처럼 매끈한 나무화석엔 선명한 나이테가 보인다.

 

 

 

간월재로 오르내리는 길

 

 

 

간월산 정상 표지석 인증사진을 찍으려다 포기하고 하산하는데 한참 아래서 어떤 사람이 이쪽은 알바 구간이라며 소리친다.

그제서야 잘못 들어서는 걸 알고 고맙다며 뒤돌아서니 그새 사람들이 많이 빠져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그분이 아니면 괜한 고생할 뻔 했다.  

 

 

 

이쪽이 하마터면 알바할 뻔 한 구간이다.

 

 

 

다시 궤도를 수정하여 이 방향으로 발길을 잡는다.

 

 

 

저 뒷산은 어제 걸었던 영남알프스 1구간

 

 

 

영남알프스 2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배내봉이다.

여기부터 마지막 하산길은 끝없는 나무계단으로 지루하고도 지루한 구간이다.

 

 

 

첫날 14~15시간의 긴 산행코스라는 안내에 따라 잔뜩 긴장하며 나선 영남알프스는 다행히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두 번째 코스는 일곱 시간 만에 끝내며 첫날 30km, 둘째 날 15km 등 총 45km를 31시간에 종결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영남알프스를 돌게 된다면 종주를 하는 극한보다 운문산과 가지산은 제외하고 나머지 구간만 산행하는 수월한 코스를 염두에 둔다.

영남알프스의 억새는 9월 말이 정답이니 기간 고려도 함께 생각한다.

 

영남알프스 구간에 속한 가지산, 신불산, 운문산, 재약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도 속해 있다.

영남알프스 종주를 한다면 한꺼번에 네 개의 100명산을 해치우는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이틀에 걸친 산행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다 담을 수 없어 줄이고 줄이기를 몇 번, 그래도 한두 장 중복된 사진이 있기는 하지만, 올린 사진은 영남알프스의 정수만 담았다.

많은 사진보다 간결하되 핵심만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

진 몇 장으로 모두를 담아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