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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영남알프스

간월산과 신불산의 공룡능선이나 타볼까?

by 즐풍 2019. 5. 10.

      

 

 

 

2018.05.10.토 05:58~12:22(이동 거리 9.06km, 이동 시간 06:24, 휴식 시간 55분,  최고 고도 1,159m, 평균 속도 1.6km/h)  비올듯 흐림

 

 

설악산 공룡능선이 너무 유명해서일까?

전국에 같은 이름의 능선을 가진 다른 산이 제법 많이 있다.

먼저 생각나는 게 영남알프스의 신불산과 간월산에 각각 공룡능선이 있다.

같은 영남알프스의 끄트머리에 "토하며 올라갔다가 곡하며 내려온다"는 토곡산에도 공룡이 산다고 한다.

천성산과 동악산에도 공룡능선이 있는데, 동악산과 연결된 최악산(초악산)에서도 공룡능선을 탈 수 있다.

이 외에도 동석산이나 신어산, 주작산, 아미산 등에도 공룡능선이 있으니 그만큼 험하다는 뜻이겠다.

 

공룡의 시조인 설악산 공룡능선은 다섯 번 밟아보았고, 천성산, 동악산, 동석산, 주작산, 아미산도 이미 섭렵했다.

신어산이나 토곡산은 워낙 외진 산이니 언제 뜰지도 모를 산행 공지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 억새가 한창이던 영남알프스를 1박 2일로 종주할 때 옆으로 흘러내린 공룡능선을 보며 입맛만 다셨다.

이제나저제나 나올까 여러 산악회의 공지를 기다렸는데, 의외로 일산그리메산악회에서 공지가 떴다.

명산의 명코스이다 보니 공지가 뜬 지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이미 만석이라 자리가 없다.

대기 신청 이후 취소자가 몇 명 나오면서 자리가 생겨 산행에 동참한다.

 

 

 

신불산 공룡능선 등산코스

 

 

 

밤새 버스를 타고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5:20분 경이다.

5:20이면 새벽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오늘 울산 지역 일출시각이 5:17이라 아침이라고 썼다.

이미 일출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벌써 생활전선에 뛰어들긴 이른 시각이다.  

먹어야 사니 차에서 받은 떡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등산화를 조인다.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시커먼 구름이 우리보다 먼저 산 고개를 넘나든다.

 

잠깐 인공포포를 만든 산수정원을 지나 제법 멀리 왔을 때 신불산이 자랑하는 홍류폭포를 만난다.

이 시각 서울이나 일산엔 비가 내리고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어느 휴게소에 내렸을 땐 비가 내려 내려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곳은 비는 오지 않으나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끼었으나 폭포를 담을 정도는 보여준다. 

 

 

 

또 얼마간 오르나 홈통만 없을 뿐 긴 로프 두 개가 걸려있어 수락산 기차바위 같은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오른쪽은 오르고 왼쪽은 내려오는 줄이겠지만, 이른 아침이라 등산객은 우리밖에 없으니 양쪽으로 오른다.

길이도 수락산 기차바위 정도로 본격적인 공룡능선을 타기에 앞서 전신 운동하며 몸풀기 딱 좋은 구간이다.

 

 

 

 

다음에서 검색하니 앵초일 확률 57%라는 데, 맞겠지.

하트 모양이 되다 만 꽃잎이 다섯 개다.  

 

 

드디어 공룡의 잔등을 올라타긴 했으나 시야는 불과 몇 발자국 앞이다.

모두가 지르는 탄성엔 드디어 공룡의 잔등을 밟는다는 것과 함께 시야가 좁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공룡의 등뼈는 마디마디 길게 이어졌으나 안개에 가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불면 놀란 공룡이 우르릉 거리며 뛰쳐나갈 기세다. 일부러 스틱을 쿡쿡 찍어 봐도 다행히 움직이지 않는다.

 

 

 

 

 

겨우 탈출했나 싶으면 더 큰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한 칸 아래 안전장치를 잡으며 걸어야 하고, 스릴을 즐긴다면 칼날 위로 걸어야 한다.

나는 당연히 칼날 위를 걸으며 꿈틀거리는 공룡과 교신하려 애쓴다.   

 

 

 

 

 

과연 공룡능선이란 이름이 헛되지 않는다.

 

 

 

 

 

카메라 캡을 열고 다녔더니 렌즈에 안개가 묻어 닦을 천도 없어 진작에 배낭에 넣었다.

파노라마 사진은 물론 대부분의 사진이 폰으로 찍은 것이다.

이런 장엄한 바위능선을 담기엔 폰카가 더 어울릴 때가 많다.

 

 

저지대엔 이미 꽃잎이 다 떨어졌는데, 이곳은 이제야 활작 피어난 산철쭉이 우리 회원을 맞는다.

좀 더 올라가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몽우리만 맺혔으니 아직 일주일 정도 산철쭉 꽃을 볼 기회는 남아있다.  

 

 

드디어 공룡이 거대한 이빨을 드러낸다.

거칠고 험해 보여도 모두가 그 이빨 속으로 들어가며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낀다.  

 

 

신비한 여체를 탐하듯 속살을 헤집고 다니자면 황홀경에 도취되어 때로 비틀거리기도 한다.

 

 

 

 

 

 

 

 

비경에 도취되어 한 발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그럴수록 두눈 똑바로 뜨고 진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디뎌야 한다.  

 

 

 

 

 

아~, 저기를 또 올라가야 하는 거야?

 

 

그렇다니까.

정상에선 사람과 곰이 벌이는 용호상박의 대치상태를 보는듯 하다.

저런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한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 넘어 산이라고 험로를 겨우 탈출했더니 더 큰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나니 잠시 달콤한 현실이 기다린다.

청순한 산철쭉이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뜨리며 반갑게 맞아준다. 

 

 

 

겁 없이 공룡의 꼬리를 올라타고 등뼈를 지나 이빨까지 쑤시고 나오려니 고생이 말이 아니다.

겨우 탈출했을 때 철쭉이 반겨주나 싶더니 어느새 신불산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이제부터 간월재까지 능선을 따라 내려가 산장에서 잠쉬 쉬며 요기를 하고 신불산 공룡을 다시 만나게 된다.

 

 

제주에서 흔히 보던 방사탑이 신불산 정상에도 생겼다. 설마 제주 해녀가 쌓은 건 아닐테고...

 

 

신불산, 간월산 등 여러 산을 묶어 영남알프스로 칭하며 새로 세운 표지석이 근사하다.

 

 

태강님이 간월재로 내려가며 마지막 암릉을 즐기고 있다.

 

 

계절은 봄도 지나 여름으로 달리는 데, 갈색 억새가 좌우로 정렬하니 가을인듯 보인다.

 

 

억새에 맞서 한 무더기로 핀 들꽃이 아직은 봄이란 걸 증명한다.

 

 

 

여기서 잠시 대피소로 들어가 간단히 요기를 하는 사이 안개비가 사정없이 휘몰아 친다.

잠깐 폰의 파노라가 사진 한 화면에 같은 인물 두 번을 넣는 기능 얘기가 나오자 노매드 대장님이 여성회원들과 사진찍기 놀이를 즐긴다.

나도 그 틈에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신불산과 간월산에 막힌 바람이 그 사이에 있는 간월재로 빠지는 바람의 통로가 되었다.

바람이 간월재를 사정없이 때리며 지나가자 간월산으로 올라 간월산 공룡능선으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간월산 공룡능선은 날 좋은 가을에 다시 오기로 하고 구불꾸불한 임도를 관통하는 험로를 따라 하산하기에 이른다.

 

 

간월재로 사정없이 지나가던 안개 바람도 하산길에 만난 임도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풍경이다.

이 임도는 간월재 대피소로 오르는 길이기도 하다.

 

 

 

 

 

임도에서 올려다 본 공룡능선

 

 

 

 

 

삼삼한 소나무

 

 

드디어 원점회귀 종주를 마쳤다.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간월산 공룡은 만나지 못했고, 신불산 공룡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드러낸 신불산 공룡능선의 거친 암릉은 안개에 가려 순하게 보이기만 했다.

날 좋을 때 영남아프스를 조망하며 다시 공룡의 등뼈를 밟을 날을 기대한다.  

 

 

 

 

 

동굴 안에서 본 풍경 

 

 

 

 

 

 

 

 

 

 

가지산 쌀바위, 신불산 공룡능선, 파래소폭포, 홍류폭포 등 영남알프스 일대 자연경관을 함축하는 "산수정원"이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포스터를 모아놓았다.

올해는 2018.09.07(금) ~ 2018.09.11(화)까지 열린다니 기회가 되면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아래 사진은 지금도 전시되어 있는 사진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