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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꿩 대신 닭, 도드람산

by 즐풍 2019. 5. 9.

 

 

 

 

 

 

내가 언제 처음으로 치악산을 넘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치악산 넘어 횡성군 안흥면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을 간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할머니를 따라 고둔치를

넘은 것을 시작으로 서너 차례 되는 거 같다. 벌써 4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신발도 변변치 않아 고무신을 끌고 험한 산을 넘

었으니 쉽지 않은 기억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두어 번 버스를 갈아타고 횡성과 우천을 지나 강림까지 돌고돌아 80리 길

인데, 산을 넘으면 40리 길이니 시절이 곤궁하던 때라 산을 넘는 게 경제적이었겠다.

 

이 고장에서 저 고장으로 가는 큰 산을 넘을 때 산의 가장 낮은 고개나 재를 넘으니 진정한 산행은 아니라지만 치악산은 원체

높은 산이라 어린 시절에도 정상 부근엔 나무도 별로 없고 초원처럼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기억이 있으니 치악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사다리병창을 넘어 비로봉 정상을 오른다 해도 여느 산과 달리 긴장되지 않는 것은 어릴 때부터 몇 차례 치악

산을 넘던 기억때문일 게다. 이런 추억이 있는 치악산 산행에 딸을 데려가고 싶었으나 친구 생일이 있다니 혼자 산악회를 따라

간다.

 

산행기점은 고향땅 행구동에서 10리 거리에 있는 소초면 흥양리에 있는 입석사다. 중학교 때 20리 길을 걸어 입석사 인근인

석경사에 소풍 왔을 때 주변에 있는 고려의 충신 원천석 묘지의 유래를 원주 원씨 중중에서 잠시 소개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치악산은 까치의 보은 설화가 전해지는 상원사부터 조선의 태종 이방원을 가르친 바 있는 스승 원천석의 출사를

간청하러 왔으나 거부당하면서 지나가는 곳에 태종대, 주필대, 노구소 등의 일화도 남겨놓은 것을 비롯해 순국선열을 모신

충렬사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룡사, 상원사 등 고찰에 이르기까지 참 많이도 있다. 산이 깊고 강원감영이 있던 유서깊은

역사의 도시라 당연히 유적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주초부터 예보되는 주말날씨에 비 소식이 있자 하나둘 꼬리를 내리더니 급기야 그 숫자가 여덟 명에 이르더니 추가로 두 명이

들어왔다.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온다던 가을은 벌써 한참 전에 우리곁을 점령했고 이젠 귀뚜라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침 저녁으론 찬바람이 이니 정상에서 비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체온을 떨어지고 마음도 심란해질 텐데.... 하지만 어쩌랴!!

이미 회비도 냈고 신뢰의 문제도 있으니 주최측에서 취소를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폭우라도 견딜 각오는 돼 있다.

 

이런 간절기에 비를 맞아 감기라도 걸리면 나만 손해니 준비물을 챙겨본다. 우비, 레인팬츠에 스패츠, 고무장갑에 어차피 젖을

등산화니 이럴 때 신으려고 버리지 않은 등산화까지 꼼꼼히 챙긴다. 추석을 앞둔 주말이라 미리 다녀오는 성묘나 막바지 벌초

등으로 붐빌 줄 알았던 도로도 비가 와선지 한산하여 크게 밀리지 않고 들머리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우특보 발효로 입산통제가 되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자 대안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원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감악산을 가려는 데, 이왕이면 귀로에 있는 산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여 도드람산을 제안했다. 이의 없이 도두람산으로 산행

지를 정하고 산행에 앞서 점심부터 먹으려는 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중에 다행히 한 주민이 농가창고를 빌려줘 편안

하게 점심을 먹자 일부회원은 고맙다고 고구마를 사주기도 했다.

 

치악산 산행을 했다면 정상의 비로봉이나 하산길에서 만날 사다리병창, 구룡사 입구에 있는 구룡소, 구룡사계곡 등 볼거리가 풍

성한 데, 꿩 대신 닭이라고 손바닥만 한 도드람산이라니 볼 게 없겠다싶지만 막상 처음부터 가쁜 숨소리 뱉어가며 암봉을 기어오

르려니 고봉준령과 다를 바 없다. 예전, 새순 돋는 4월 중순에 정상에서 조망되는 산 아래 연초록 나뭇잎의 비경은 보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들머리는 SK텔레컴 연수원 옆 길을 따라 올라가다 우회로를 타지 않고 바로 올라가니 암봉을 통과하는 코스로 1봉부터 순차적

으로 올라가 4봉이 정상이며, 5봉가는 코스는 사망 등 사고가 빈번하여 길을 막아 놓았다. 오봉은 봉우리 아랫길을 따라 거의 한

바퀴나 돌아 올라가야 하지만, 암봉이 스릴 있게 보여 무작정 타고 올라 시간을 단축했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시작된 산행이 15시에 하산했으니 채 세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코스지만 암봉을 헤치고 오르기에 어쩌다

오른다면 제법 팔다리가 제법 뻐근하게 느낄 것이다. 도드람산은 산은 작으나 1봉부터 4봉까지 철옹성 같은 야무지고 단단한 암

봉을 기어오르고 넘어야 한다. 그 시간이야 두어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지만 우회하지 않고 암봉을 타고 오른다면 사방으

로 조망되는 시야가 좋아 제법 산 타는 재미가 있어 작지만 강한 인상이 남는 산이다.

 

 

 

치악산 입석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치악산은 호우특보 발효로 관리사무소에서 입산을 통제하는 바람에 새벽길을 달려 온 보람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한 시간 달려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사진에 보이는 도드람산을 타야하는 데, 크기는 작아도 산이 품고 있는 산세가 제법 험하여   

정상까지 4개의 암봉과 싸워야 하고, 전망대에서 5봉으로 넘어가는 암봉엔 사고가 많아 등록를 폐쇄하기까지 한 제법 험란한 코스가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부터 서서히 워밍업은 시작된다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제1봉 가는 길, 제법 결기를 갖고 올라야 한다

 

 

역시 험란코스는 여지없이 정체가 된다  

 

 

 

 

 

 

산 아래 있는 SK텔레컴 연수원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도 걸어서 5분 거리라 언제가 한 번은 휴게소에 차를 대고 산행을 했던 기억도 있다  

 

 

 

 

 

 

 

 

건너편 산 정상은 안개구름이 집어 삼키고...

 

 

 

 

 

 

 

 

 

 

 

이 암봉을 빠져 나가야 제1봉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제1봉 표지석

 

 

오늘 구간 중 제일 험한 코스인 1봉 넘어오는 길

 

 

 

 

 

길은 또 계속되어 정상을 찍어야 비로서 하산할 수 있으니 정상을 향해 치닫는다

 

 

보이는 곳이 제3봉인 데, 회원 절반 이상은 우회를 했고 나머지 몇 명만 3봉에 발을 딛는다

한두 방울씩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한두 웅큼씩 흙이 모여 산을 이루지만 그 산은 또한 거대한 암봉조차 지켜낸다  

 

 

 

 

 

제2봉도 암봉을 타고 오르면 쉽지 않은 코스다  

 

 

 

 

 

건너편 안개 낀 산

 

 

 

 

 

 

 

 

3봉 올라오는 구간

 

 

 

 

 

제3봉은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1993년부터 만 3년을 이천에 살 때,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막내 딸이 이쪽 바위능선을 타고 내려가보자는 걸

안전하게 우회를 했던 기억이 있는 데,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니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이다     

 

 

 

 

 

이쪽 암봉능선은 처음 타는 코스지만 바위를 타는 재미도 있고 군데군데 조망이 좋아 도드람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제4봉으로 이 산의 정상인데, 도드람산으로 불리게 된 유래에 의미를 부여하여 효자봉이라 하는구나!!

 

 

 

 

 

 

 

 

 

 

 

전망대에서 보는 오봉 가는 길은 잦은 사고로 폐쇄된 게 아쉽다, 안전장치를 보강하여 어서 빨리 길이 뚫리길 기대한다 

 

 

 

 

 

 

 

 

일부 회원은 5봉 언저리를 돌고돌아 오르고, 난 직벽을 타고 오봉에 오른다

 

 

 마지막 봉우리인 오봉 정상의 풍경

 

 

 전망대에서 넘어오는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좀 전에 오봉을 내려다 보며 찍었던 암봉이 위험하여 막아놓았다

 

 

 

 

 

하산길에 보는 돼지굴

 

 

이 암봉만 내려서면 오직 하산길만 있을 뿐이다

 

 

 

 

 

 

 

 

하산길은 어제부터 내린 비로 길을 따라 파인 골로 물이 흐르지만 잠깐이면 내려서니 크게 위험할 것도 없다

 

 

원점회귀하여 다시 보는 도드람산

등산이 연례행사일 땐 도드람산도 제법 큰산이라 느껴졌지만, 이젠 아무리 암봉길이 어려운 코스라 해도

쉬지 않고 산행한다면 불과 두 시간이면 충분할 테니 트레킹 내지는 산책코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산행 이후 10여년도 넘어서 다시 찾은 도드람산은 암봉을 타고 즐겼으니 산행 한 번 제대로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