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은 일생에서 가장 혹독한 감기 몸살을 앓은 한 주 였다.
3.1절인 금요일과 다음날인 토요일까지 이틀간 산행을 잘 하고 일요일에 잘 쉬었으니, 모처럼 3일 연휴를 잘 쉰 셈인 데
월요일에 갑자기 시작된 몸살은 어깨나 등 위로 스치는 옷의 느낌에서 조차도 아프던 살갖이 화요일은 물론 수요일을 지나고
목요일에도 여전히 아프더니 금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풀리기 시작했다.
몸살이라면 아무리 혹독하다 해도 이틀이면 거뜬히 털고 일어났는 데, 몸살에 더해 목요일 오후부터는 갑자기 콧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다음날까지 코가 막히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산악회에서 강촌에 있는 삼악산을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기에 경의선을 타고 가려던 평소의 생각대로라면 절반
가량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여 몸살 와중에도 나도 주말에는 충분히 몸이 완성되리란 믿을을
의심치 않고 삼악산 등산을 계획하며 아침 6시가 좋을 까, 7시 차를 탈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웬놈의 몸살 감기는
끝까지 사람의 발목을 잡는 지 결국 이런 몸으로 등산했다간 등산끝에 다시 몸살 날 지경이라 포기하고 만다.
이제 나이를 먹어선가, 감기 몸살로 한 주를 완전히 망가지고 개고생 했으니 다음의 감기몸살은 어떻게 견딜런지....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다지만 겨우 8시 40분인 데 밀린 세탁물 돌려 널고, 공교롭게도 아내도 같이 감기몸살로 일주일
망가진 터라 엉망인 주방을 설거지하고 나니 오후에 접어드는 시각이라 그동안 이발을 미루고 미뤄 7주나 키워 너무 자란
머리를 이발하러 집을 나선다.
이젠 이발소에 앉아 있어도 재깍재깍 거리는 가위소리가 자장가로 들려 꾸벅꾸벅 졸기 일쑤고, 그러다 보면 고개는 자주
앞으로 떨어지면 이발사는 머리를 좌우로 자기가 이발하기 편한 자세로 고정시키며 잡아주면 잠결에 놀라 머리를 시키는
대로 고정시켜 보지만 재깍거리는 자장가 소리에 다시 고개를 파묻고, 이발사는 또다시 머리를 고정시키니 머리 깍는 내내
신경전은 계속된다.
그러다 상의에 씌워놓은 하얀 천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한 웅큼을 집어 가만히 살펴보니 이젠 흰머리가 더 많아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흰머리가 고르게 시어 보기 좋다는 말에 속고, 젊어 한 때 했던 염색이 귀찮아 그대로 두고 있지만 어쩌다 가끔은 검은 머리가 부러울 때도 있다.
한 때 노학자들의 은발을 부러워하고, 나도 저런 머리스타일을 갖고 싶다는 선망을 했던 적이 있으니 이제 그 꿈이 이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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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사람들의 팔이나 다리에 난 사마귀가 멋이어 보여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느 순간 정말 내 무릎에도
사마귀가 생겨 난 적이 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이젠 사마귀가 귀찮으니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날 정말 감쪽 같이 사마귀가 사라졌다.
흰머리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한참이나 먼저 시작된 새치가 이젠 도두라져 반백을 넘었으니 대머리보다야 낳다지만
남들과 특징 짓는 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도 오래 되었다.
집안의 내력인 새치의 시작은 중학시절부터로 기억된다. 고등학교 땐 이미 새치가 제법 많아 20대 초반에 염색을 하다 누군가 오디술을 담가 100일간 땅속에 묻은 뒤 꺼내 먹으면 검은 머리가 난다기에 정말인 줄 알고 먹었던 적이 있다.
결과는 어땠을 까?
정말 놀라운 일은 아주 쎈 놈 서너 가닥을 제외하곤 정말 흑발로 바뀌는 불가사의 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근 20여년을 버텨주던 놈들이 어느날부터 하나 둘 배신 하더니 이젠 절대다수 이상이 흰색으로 변색됐다.
몇년이 흘러 아이들이 결혼할 때 염색하기 보단 자연스런 흰머리 그대로 아이들 손 잡고 입장하겠다고 했는 데 과연 그리 될 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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