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191
2023. 10. 25. 수요일 오후에 관람
2023. 10. 20. (금) - 11. 11. (토)까지 평택북부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작품은
김동완 박성훈 박영호 쉘위댄스 등 네 분의 작가가 참여한 특별한 공예전이다.
평택시는 1995년 5월 10일 평택시, 송탄시, 평택군이 평택시로 통폐합되었다.
그때 각각의 지자체별로 있던 문예회관이 지금도 존속하여, 평택시에는 남부문예회관,
송탄시에는 북부문예회관, 평택군에 있던 문예회관은 서부문예회관이라는 명칭으로 남아 있다.
각 지역의 예술인들은 작품은 해당 지역에서 한 번 열 때도 있고 순환하며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카메라 하나 들고 훌쩍 북부문예화관에 들어선다.
전시실을 두 분의 여성 도슨트 님이 지키고 계신 가운데 즐풍 혼자 관람을 하고 있으니
한 분이 따라붙으며 안내를 해주신다.
쉘위댄스 님의 작품은 하나만 찍었다.
다음부터 볼 작품은 박영호 작가님의 drop Ⅰ, Ⅱ, Ⅲ...으로 이어지므로 제목은 따로 붙이지 않는다.
2022, 봉규산 유리 borodilicate glass 470 × 470 × 250mm
봉규산 유리 선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열을 가한 뒤 하나씩 접합해 만든 것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소중한 기억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글로 기록하거나, 그림 그리는 행위를 한다.
나는 기록에 중요한 요소인 잉크를 '기억'에 비유하여 잊힌 기억의 회귀 과정을 이미지화한다.
거대한 기억의 호수에 진한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시간의 전복 과정을 거치며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물과 섞여 희미해진 기억을 선명하게 하고, 그것을 간직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과 끝이 없는 순환 형태를 반복적으로 이용하였다.
온도의 변화에 따라 물처럼 흐르기도 하고, 한 순간 그 흐름이 멈추기도 하는 유리의 재료적 특성을 살려
'기억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구체화한다.
유리의 투명성과 굴절성은 물속에서 사라지는 잉크를 순간적으로 붙잡아 저장하는 이미지를 담아낸다.
(작가의 말)
작가는 물방울, 물방울보다 우리는 TV를 통해 우유가 한 방울 우유를 담은 그릇에 떨어지는 모습을
고속으로 잡아낸 화면이 흡사 왕비의 관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모양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며 안팎을 묶어 생각이 반복된다는 의미를 담은 듯 보인다.
유리에서 담아낼 수 있는 색상을 다양한가 보다.
이 작품은 거대한 연꽃잎이 막 벌어지는 형상이다.
우리의 생각도 갑자기 멋지게 피어날 때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블랙홀이다.
"Memory Drop"은 박영호 작가의 대표적인 미술 작품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기억이 유리선을 통해 신경세포의 핵심인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는 기억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 듯하다.
"Memory Drop"은 박영호 작가의 창의적인 예술적 표현과 공간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이번 작품은 세포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색상도 다양하다.
지금부터는 박성훈 작가님의 The Larval Stage-SEED란 일련의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유리를 그라인더로 갈고 다듬어 만든 작품들이다.
평소의 나는 매사 무엇을 하든 기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금 느리더라도 진심을 다해야 정확한 목표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 작업의 기본이 무엇인지 되짚었을 때,
유리를 처음 경험했던 강렬한 인상이 SEED의 형태적 영감이 되었다.
뜨거운 유리를 파이프로 말아 올려 숨을 불어넣었을 때 갖춰지는 구(球)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구(球)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이프의 롤링 과정 속에서 호흡으로부터 생명력을 발현시킨다.
뜨거웠던 유리가 열을 배출하며 식으면, 얕은 심도로 유리를 어루만지며 형태의 논리적 연속성을
나만의 질서로 치환하기 위한 구상에 돌입한다.
유리 내면의 공간에는 응축된 생명의 에너지를, 손으로 감각할 수 있는 표면에는 장차 펼쳐나갈
독립된 세계를 구축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작가의 말)
유리는 원형으로 만들기 쉽겠지만 속이 빈 볼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다.
둥근 유리를 잘라내 안에 또 볼을 집어넣는 작업을 했다.
절반 정도를 쓸어내고 구멍을 뚫고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작업에 조금만 더 충격을 가해도 깨지고 만다.
조심스러운 유리 작업은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겠다.
안에 있는 구체(球體)는 살짝살짝 드릴로 간 듯하다.
앞서 본 박영호 작가 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3차원이라면 이 작품은 평면적 작품이다.
단순한 형태의 꽃봉오리에 씨가 앉은 듯 보인다.
이제부터는 김동완 작가 님의 <유리 옻칠 항아리>와 <안개 시리즈>를 연속적으로 보게 된다.
유리 항아리에 옻칠을 여러 겹으로 하고 그라인딩 하여 표면에 추상적 그림을 만들어 낸다.
유리로 만든 건지 도자기로 만든 건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전통적인 도예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그림은 동양적이거나 서양적일 수도 있어 뭐라고 특정할 수 없다.
나는 유리 자체에서 오는 투명함과 신비로움, 빛에 드리우는 유리 그림자까지 그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뜨겁게 녹아 있는 유리는 존재하기 전의 무형의 상태와 같다.
이 뜨거운 유리를 파이프 끝에 말아 올려 표면에 기포 막을 입히고 그 위에 다시 유리를 감싸는 과정을 반복하면
유리 속 무수한 기포들이 시간을 가두고 겹쳐지며 하나의 결이 완성된다.
겹겹이 쌓여 빛나고 있다. 여러 겹의 신비로운 깊이감을 느끼며 함께 빛나유리에 옻칠을 하는 작업 또한
여러 겹의 옻칠을 쌓아 올리고 다시 깎아냄으로써 덮여있던 걸들 사이에 숨겨져 있던 유리를 보며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자세히 보면 옻칠의 결 사이에 빛나고 있는 유리의 빛깔과 무수한 기포로 기억을 떠올렸으면 한다.
(작가의 말)
이번엔 투명한 유리에 불량품처럼 기포를 집어넣어 안개 시리즈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옥의 티로 만들어 낸 특이한 작품인 셈이다. 이럴 땐 그림자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유리 작품에도 본차이나처럼 떨어져도 깨지지 않으면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
전구 또는 화병처럼 높아서 불안해 보이던 작품보다 낮고 안정적인 작품이 더 근사해 보인다.
작품 전시를 끝내며
네 분의 작품은 저마다 특별한 개성을 드러낸다.
그들만이 내공이 쌓여 독특한 작품을 드러내 작품을 열고 평가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젊은 작가분들이라고 하니 세월이 더할수록 작품의 완성도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열정과 세월이 더해져 더 많은 명작이 탄생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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