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133
2023. 8. 16. (수) 07:45~12:00, 4시간 15분 산행, 1시간 휴식, 7.5km 이동
아산에 있는 영인산성이 눈에 들어와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했더니 환승하는 게 귀찮다.
영인산성은 조성된 철쭉군락지가 있어 꽃 피는 봄이 아름답겠단 생각에 뒤로 훌쩍 미뤄 놓는다.
가장 만만하기로는 국철을 이용해 안양에 있는 삼성산으로 가는 것이다.
지난번에 봐 둔 삼성산 국기봉의 남릉선을 아직 밟아보지 못했으니 오늘 산행할 코스다.
일산에 살 땐 만만한 게 북한산, 도봉산 두 곳을 합쳐 300번을 넘게 다녔다.
이젠 접근이 쉬운 게 삼성산이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몇 번 가면 골골샅샅 모두를 꿰뚫을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면 이곳 또한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먼저 능선 중심으로 오르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계곡도 섭렵해야겠다.
삼성산 국기봉 중심 남릉선 코스
안양예술의공원 주차장에서 조금 더 오른 뒤 등선을 잡아 탔어야 했는 데, 한 칸 앞서 올랐다.
한참 오르다 보니 지난번에 하산한 코스와 만나게 된다.
삼성상 제2전망대와 연결된 암릉구간이 멋지다.
지난번에 하산한 구간의 암릉군락
능선을 내려와 염불사를 코앞에 두고 옆 능선으로 올라간다.
조선을 개국하며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후 경복궁에 궁궐을 지었다.
궁궐을 지키기 위하여 북악산을 중심으로 낙산, 남산, 인왕산을 연결하는 한양도성을 쌓았다.
그 둘레가 18km를 넘으니 서울 사대문을 감싸는 거대한 산성이다.
한양도성은 전부 튼튼하게 석성으로 쌓았는데, 이때 사용한 돌은 모두 성 밖에서 조달했다고 한다.
다행히 한양도성을 감싸는 산은 모두 돌산이라 성을 쌓는 데 필요한 석재는 차고 넘쳤다.
이에 더해 행궁으로 쌓은 북한산성과 그 외성에 해당하는 탕춘대성까지 전부 석성으로 쌓았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한양도성의 상당 부분은 훼손되고, 건물과 도로가 생기며 또 철거되었다.
한국전쟁을 거치고 민족 중흥기를 지나 나라살림이 나아지자 한양도성이나 북한산성, 탕춘대성은 물론
나라 안의 내로라하는 산성이나 읍성도 계속 복원 중이다.
수원 화성이나 남한산성은 복원을 거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관악산이나 삼성산은 한양도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산성에 쓸 석재가 동원되지 않은 만큼 산세는 온전하다.
바위가 많은 산은 양기가 좋은 산이라고 한다.
서울에 있는 산과 서울을 감싼 대부분의 산은 바위가 많은 골산이다.
산을 타다 보면 다이내믹한 게 제법 등산하는 재미가 좋다.
수도 서울이 나라를 끌고 간다면 이런 서울의 산세가 우리나라를 역동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정치나 사회, 경제는 늘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런 게 사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는 말과 같은 건 아닐까.
경사진 암릉에 바위는 구를 듯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버티며 나름대로 균형을 잡고 있으니
거대한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지 않는 한 이 바위는 모래가 될 때까지 이 자리에 있으리라.
이곳 바위는 엄청나게 크다.
몇 장의 사진은 그 단면을 겨우 보여줄 뿐 전체를 담아내지 못한다.
암릉 상단에 있는 바위
같은 암릉이다.
이 소나무는 이리저리 가지를 잘리며 상처를 입고 더 이상 서지 못하고 누우며 자란다.
누운 모습은 애처로우나 바위와 어울리는 풍경을 보여준다.
바위는 이곳에서 또 하나의 불꽃을 피워낸다.
멀리 보이는 능선은 지난번에 오르고 가까운 능선은 하산한 구간의 암릉이다.
바로 아래엔 염불사가 이 구간에 고즈넉이 자리한다.
오른쪽 끝에 삼성산 국기봉이 파리처럼 작게 보인다.
여름 날씨는 변덕스러워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컴컴해진다.
천둥·번개라도 치면 이렇게 높은 국기봉은 철봉이라 벼락 맞기 십상이다.
국기봉이라고 오래 머물 이유가 없으니 서둘러 자리를 뜬다.
국기봉을 지나며 방향을 돌리는 날씨는 좀 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아이고, 멋진 즐풍이 지나가기로서니 그렇게 고개 숙이고 맞을 필요는 없는데,...
이 바위틈에 시멘트를 발라 계단을 만드는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지그재그로 쇠사슬을 걸었으니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배려가 좋다.
내려가는 구간도 처음이라 멀리 이런 불꽃 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이라 더위가 물러가는 가을 이후에 직접 다녀와야겠다.
왼쪽 바위 끝엔 메뚜기가 한 마리 앉은 듯 보인다.
사실 관악산이나 삼성산은 주요 코스를 다 다니며 전부 안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코스를 오르고 내리며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바위를 두 발자국 더 가면...
이렇게 넓적하고 긴 바위다.
관악산 사당능선의 거북바위를 닮았다.
제법 큰 바위가 대패로 민 듯 반듯한 기둥처럼 하늘을 떠받친다.
내려온 구간의 암릉지역은 위험하여 우회로가 있다.
물론, 즐풍에게 위험한 곳이 아니니 그냥 지나쳐 왔다.
계곡엔 최근 설치한 듯 페인트 칠이 선명한 출렁다리를 건너 제법 많이 걸을 후에 원점회귀했다.
몇 번을 더 가면 삼성산을 완전히 알게 될까?
같은 구간이라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의 느낌이 다르다.
지방으로 멀리 가지 않는다면 국철로 다니기 쉬운 삼성산이나 관악산 등 근교로 많이 다닐 것이다.
삼성산은 작아도 볼 게 많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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