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6 (목). 오전 작업
오전에 고추밭에서 고추 뽑는 일을 도와달라는 데 어렵지 않은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고추 뽑기에 앞서 첫 고랑의 고추 지지대를 뽑을 때까지는 식은 죽 먹기로 쑥쑥 잘 뽑힌다.
이렇게 쉬우면 두어 시간이면 쉽께 끝내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원걸 다음 고랑에 들어서자 이놈의 고추 지지대는 좀처럼 빠질 생각을 안 한다.
좌우로 몇 번씩 돌려야 빠지는 게 있는가 하면 그래도 안 빠지는 게 많아 있는 힘을 다해도 역부족이다.
이놈의 사각봉 고추 지지대 한쪽 면을 돌출시켜 톱니처럼 엠보싱을 세로로 쫘악 놓아 고정력을 좋게 만든 것이다.
손바닥에 붉은 코팅을 한 장갑을 껴도 빠지지 않는 고추 지지대는 산이라도 뽑을 만큼 힘을 줘도 안 뽑힌다.
진흙밭이라 비가 올 때마다 점점 더 단단하게 굳어버린 땅이 웬수다.
작은 비닐하우스 설치를 위해 사용한 반원형 철사와 비닐제거에 이어 고추나무까지 뽑고 나니 기력이 다 빠졌다.
주인 할머니는 일을 시원시원하게 잘한다고 하지만 산을 뽑고도 남을 만큼 힘든 작업인 줄 모르신다.
이어서 고추 지지대에 매어 있던 니일론 끈까지 다 제거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하며 완벽하게 끝냈다.
숙소로 돌아와 끙끙거리며 방바닥에 쓰러지듯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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