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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명이나물 옮겨 심다 죽는줄 알았어요

by 즐풍 2022. 4. 18.

 

 

 

2022.4.15 (금) 날은 오지게 추운데 바람은 날아갈 듯 불어 죽다 살아난 날

 

 

오늘 농촌 일손 돕기는 세 팀으로 나누어 간다.

지원을 받을 때 이미 어렵다는 걸 알고 명이나물 밭으로 갔다.

울릉도 도동항을 거의 지날 무렵 우리를 실은 차는 산으로 올라가는데 주변은 온통 천 길 낭떠러지라 간이 쪼그라든다.

어떤 곳은 코너링이 어려워 후진으로 이동할 땐 정말 추락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죽을 맛이다. 

 

 

 

 

능선과 맞닿은 산비탈에서 꿩이 쪼아 먹어 시원치 않은 명이나물을 캐다 옆 빈 공간에 이식하는 작업이다.

명이나물은 씨를 뿌리면 7년 이후에나 수확이 가능한데, 이식하면 2년 만에 수확한다고 한다.

그러니 인삼밭도 아닌데 씨를 뿌리고 7년 동안 기다릴 농부는 없다.

오늘 농촌 돕기 할 농가의 명이나물은 벌써 쇄 어떤 것은 꽃이 피고 씨가 앉기 직전이니 이젠 내년에 수확해야 한다.

 

 

 

 

쇠스랑으로 호기롭게 명이 밭을 찍었는데, 처음부터 자루가 부러지니 벌써부터 일진이 사납겠다는 징조가 보인다. 

다른 쇠스랑으로 명이나물을 캐는데 이놈들 뿌리가 실타래처럼 엉켜 분리하는 것도 힘들다.

즐풍은 캐고, 한 사람은 흙을 털어내 상자에 담고, 또 한 사람은 옮기고, 여성 두 분이 심는다.

명이를 캐는 것이나 흙을 털어내고 상자에 담는 거, 무거운 거 옮기는 일이나 심는 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10.6℃인데, 지상의 날씨와 달리 거칠 것 없이 불어대는 산 위의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다.

요 며칠 날씨가 온화해 반팔을 입은 젊은 남성 두 분은 닭살이 돋고, 그 배우자분들도 옷을 얇게 입고 와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즐풍은 초봄에 입는 간절기 옷을 입고 힘든 쇠스랑으로 땅을 파는 데도 땀은커녕 몸이 덜덜 떨린다.

바람은 얼마나 세게 부는지 서 있기조차 힘들어 추위는 뼛속까지 시릴 지경이다.

 

 

 

 

쇠스랑으로 땅 파는 게 힘들어 꾀 좀 부리겠다고 명이나물 심는 데로 왔다.

명이나물을 캘 때와 달리 이놈의 맨땅에는 무슨 뿌리가 실타래처럼 엉켰는지 호미질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젊은 여성 회원분이 몸 생각해 살살하라고 하니 말 한마디라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쇠스랑에 호미질까지 평소 안 쓰던 근육이 놀라 몸살 날 지경인데 내일 울릉도 성인봉을 오를 체력이 되면 좋겠다.

 

 

 

 

같은 시각, 수확한 나물을 물에 삶아내 건조하는 팀의 스무스한 작업이 부럽다.

명이나물 이식 작업이 힘들다는 걸 알고 알고 갔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집에 와 몸을 씻는데, 귓속에 바람에 날린 흙먼지가 시커멓게 나온다.

울릉도 산 바람에 몸살은 고사하고 감기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