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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하추자도 대왕산에서 죽을 뻔 했어

by 즐풍 2021. 10. 12.

2021-133

 

 

2021.9.20 (월) 오전에 두어 시간 탐방

 

 

추자도는 상추자도·하추자도가 추자교로 연결돼 하나의 섬으로 생활한다.

면사무소나 상업활동 대부분이 상추자도에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관광명소도 그렇다.

상추자도는 섬이 작아 나바론 절벽이나 봉굴레산을 오른다고 해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그 외에 몇 군데 더 다닌다고 해 봐야 잠깐이면 끝난다. 

 

상추자도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결항해 추자교를 넘어 하추자도까지 걷는다.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연휴라 좁은 동네에 결항해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관광객 입장에선 불편한 게 사실이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인생도 이런 길을 따라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항하는 버스처럼 인생도 어긋나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그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추자도에 42개의 섬 중에 사람이 사는 곳은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섬에 불과하다.

추포도, 횡간도는 어떤 풍경이 있는지 몰라도 추자도처럼 여객선이 들리지 않아 관광을 갈 기회는 없을 거 같다. 

추자도가 행정구역 상 제주도에 속하지만, 제주도와는 지질학적이나 생활풍습이 다소 다르다.

예로부터 제주도와 육지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며 추자도만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추자도로 들어왔으나 돈대산은 어제 절반을 탔으나 나머지 절반을 탈 생각은 없다.

도로를 따라 돈대산 아래를 지나는 데 숲에서 두 명이 나오며, '참 좋다'고 한다.

트랭글 지도를 보니 대왕산 가는 길이다.

뭐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즐풍은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 그들이 나온 길로 들어선다.

 

작은 동산을 지나는 숲은 볼 게 없다.

겨우 탈출해 시야에 보이는 대왕산은 조금 높아 보여 귀찮다는 생각에 대왕산은 건너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자는 풍부한 어장 덕분에 강태공의 천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완도로 들어갈 때 보니 강태공은 별로 못 잡았다고 한다.

 

대왕산은 가기도 전, 보지 말았어야 할 이 절벽에 현혹되어 바닷가로 들어선다.

 

바다와 맞닿은 이 절벽은 20~30m로 높은 데, 길이도 참 길다.

처음엔 자연적인 것이라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한 때 채석장으로 쓰인 거 같다.

그 증거로 아래에 사무실로 쓰이던 건물과 구축물이 보이고, 돌은 방파제나 담장 등에 많이 쓰임새가 많다.

 

 

 

그런데 또 자세히 보면 폭파 흔적은 보이지 않아 어떻게 칼로 자르듯 채석했는지 의아스럽다.

 

바위의 결 따라 채석하는 기술이 있나 보다.

 

 

 

여기까지 왔을 때 이 바위에 막혔지만, 살짝 돌아가는 길이 있다.

 

더 이상 나갈 길이 없다.

 

해안 암릉도 보기 좋고...

 

 

 

여기까지 들어온 거리도 제법 되어 돌아가긴 귀찮아 바로 이 바위를 타고 정상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밑에서 보니 이런 암릉이라 이런 상태라면 별로 어렵지 않겠다.

 

절벽을 오르며 보는 아래쪽 풍경

 

막상 암릉이 끝나자 숲이 이어지는 데, 억새와 제주 특유의 가시덩굴이 길을 막는다.

숲은 암릉만큼 가팔라 억새를 한 움큼씩 잡으며 올라도 가시덩굴이 막혀 꼼작 못 할 때가 많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억새가 내 체중을 못이라고 뽑혔다면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다.

30~40여 m의 짧은 거리를 탈출하는 데, 탈진할 만큼 온 힘을 다 썼다.

 

차라리 이런 바위가 올라가는 길에 있다면 한결 수월한데, 이동하기엔 너무 멀다.

 

이제 전망대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으나 조금만 더 고생하면 지옥 탈출이다.

 

겨우 지옥을 탈출하니 대왕산 정상이 아직 저 멀리 있다.

 

이곳은 무슨 공사를 하는 건지 돌담을 보기 좋게 쌓았다.

 

가는 길인 산 중턱에서 전망대가 있고...

 

지나온 구간

 

상추자도에 있는 이 대왕산은 72.5m로 추자도의 22개 산 중 16번째로 높은 산이다.

신양항 서남쪽에 위치하며, 서쪽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놓인 낮은 산이다.

산은 낮아도 추자도의 최고봉인 돈대산보다 볼거리가 더 풍부하다.

돈대산은 놓쳐도 대왕산을 포기하면 후회할 산이다.

 

대왕산을 오르는 구간의 일부다.

 

도대체 용도가 뭐냐, 넌?

 

바닷가로 나가는 목재계단도 있으나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더 내려가려고 해도 올라오기 귀찮아 적당히 끊는다.

 

자주 만나게 되는 사자바위 

 

지나온 구간

대왕산도 그런대로 풍경은 볼만하다.

 

 

 

좀 전에 중턱에서 만났던 정자

 

앞서 강태공이 있던 장소의 이 섬은 '섬생이'

 

대왕산을 내려오며 보는 해안 절벽

 

해안 절벽을 오른다고 목숨 걸고 오른 대왕산을 끝냈다.

가끔 막무가내 정신으로 돌진하며 난관을 만나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땐 뭐에 홀렸는지 정신이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 건물의 용도는 아래 사진에서 밝혀진다.

 

 

 

 

 

지나가는 등산객의 말 한마디에 현혹돼 오른 대왕산이다.

절벽을 오를 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지나 놓고 보니 이젠 추억으로 남는다.

추자도를 포함해 전라도 지역 열흘의 여행을 마치고 귀소해 이틀을 쉬고,

10월 1일, 예정보다 4일 빨리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마치고, 9일간 산행하며 귀가했다.

19일 치 탐방기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제 겨우 3일 치에 머무르고 있다.

갈 길은 먼 데, 진도가 안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