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30
2021.9.11 (토) 오후에 한 시간 탐방
꿈에 그리던 월출산 향로봉 좌우 능선을 타고 내려와 차량을 회수하는 데, 백운동 원림 전시관을 짓고 있다.
백운동 원림은 생소하기만 한 데, 전시관까지 짓고 있으니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림은 무협지에서 한두 번 읽은 기억으로 정원이 제법 규모가 큰 특별한 별장 같은 곳이다.
거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지에서 본 원림과 우리나라 원림의 실제는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기로 한다.
백운동 원림은 국가지정문화재이자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 백운동 원림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聃老, 1627~1701)가 들어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기고 조영(造營)한 원림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배합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이루며 우리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별서이다.
백운동이란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약사암과 백운암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진다.
월출산 능선의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보이는 이곳에 전형적인 호남 전통 원림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마침 이곳 길도 해남부터 시작하는 삼남길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의 건물은 다산선생이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 를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
이를 근거로 호남의 유서깊은 전통 별서의 모습을 재현하게 되었다.
이담로는 옥판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워 아홉 굽이 유상곡수를 만들고 정자를 앉혔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계곡에 눈이 머물다가 봉우리로 시선을 옮기며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백운동 계곡은 강진향토문화유산 2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 등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일컬으며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출처_강진군청]
원림으로 내려가는 길은 대나무와 일반 나무가 섞여 있는 호젓한 숲길이다.
□ 백운첩
백운첩은 다산 정약용이 1812년 초의선사를 비롯한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이 들러 유숙한 후 백운동의 풍광을 시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 시첩으로 그린 서시이다.
백운동 12경, 발문, 다산초당도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백운동 12경 중 8수(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의 시를 직접 짓고,
초의 3수(홍옥 폭, 풍단, 정선대), 제자 윤동 1수(운당원)를 쓰게 하여 총 14수의 시를 완성한 후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것이 아름다운지 겨뤄 보고픈 마음으로 다산초당도를 마지막에 그려 넣어
당시 백운동 4대 동주 이덕휘(1759~1828)에게 선물했다.
강진 백운동 원림(초의선사가 그린 백운첩과 백운동 12경)
□ 백운동 12경
제1경: 옥판봉 (玉版峯), 월출산 구정봉의 서남쪽 봉우리의 이름
제2경: 산다경 (山茶徑), 원림에 들어가는 동백나무 숲의 작은 길
제3경: 백매오 (百梅塢), 백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언덕의 풍경
제4경: 홍옥폭 (紅玉瀑), 단풍나무 빛이 비친 폭포의 홍옥 같은 물방울의 모습
제5경: 유상곡수 (流觴曲水), 잔(觴)을 띄워 보낼 수 있는 아홉 굽이의 작은 물길
제6경: 창하벽(蒼霞壁), 붉은색(霞)의 글자가 있는 푸른빛 절벽
제7경: 정유강(貞蕤岡), 용 비늘처럼 생긴 붉은 소나무가 있는 언덕
제8경: 모란체(牡丹砌), 모란이 심어져 있는 돌계단(砌)의 화단
제9경: 취미선방(翠微禪房), 산허리(翠微)에 있는 꾸밈없고 고즈넉한 작은 방
제10경: 풍단(楓壇), 단풍나무(楓)가 심어진 단
제11경: 정선대(停仙臺), 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봉이 보이는 정자
제12경: 운당원(篔簹園), 별서 뒤편의 늠름하게 하늘로 솟은 왕대나무(篔簹) 숲
12경에 전체를 즐기기 위해서는 매화나무 피는 초봄부터 비 온 뒤 계곡 물에 단풍이 비치는 가을까지
몇 번은 방문해야 백운동 12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백운동을 내려가는 길은 숲이 울창해 원림이 첩첩산중에 있는 느낌이다.
원림 주변엔 도로를 포장하지 않고, 돌담을 쌓아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진해 고풍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백운동 원림은 숲이 많아 양지보다 그늘이 많다.
계곡
바위에서 자라던 나무가 바람에 쓰러진 체 여전히 푸르름을 자랑한다.
돌담과 상사화
아직 잎이 없는 꽃무릇의 애절한 그리움이 붉은 꽃으로 피어났다.
안운제 저수지
이러한 흙길이 민원에 의해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풀은 바위를 타고 오르며 바위의 열기를 식혀준다.
예스러운 글자체의 이정표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오히려 여유스럽게 보인다.
백운동(白雲洞) 암각 글
자연석에 새겨진 白雲洞 세 글자는 백운 처사 이담로(1627-1701) 선생이 기록해 두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학문을 익혀 남을 이롭게 살고자 했던 주자의 백록동 서원을 의식하고
"白雲洞"이라고 새긴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안내문)
가을이면 이곳 어디든 붉은 단풍으로 가득할 텐데, 시기가 한참 빠르다.
스스로 즐거움을 맛보는 집이란 뜻의 자이당(自怡堂)에 들어섰을 때 마루에 계시던 분들이 차 한 잔 하라며 권하신다.
마루로 올라서니 몇 분이 담소를 나누며 계신 데,
인사를 하고 보니 한 분은 이담로 처사의 직계 후손으로 이곳을 지키고 계신 분으로 즐풍보다 연배가 높다.
또 한 분은 해설사 님이시고, 다른 분은 강진군청에서 오신 분이다.
한복 차림은 몇몇 여성분은 방문객을 위해 다과를 내주신다.
다과를 함께 하며 백운동 원림의 유래부터 조선시대 사회문제까지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
강진군청에서 나오신 분은 강진의 문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해설사 분께서는 귀가할 때 가까운 월남사지의 돌탑을 꼭 들려볼 것을 부탁하신다.
먼저 작성한 월남사지
다과할 때 내놓은 차림이 무척이나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정신없이 하나 먹고 뒤늦게 사진을 담는다.
차 한 잔 하고 두 번째 잔을 따른 것이다.
수소실(守素室)
추사 김정희의 글씨에서 뽑아낸 집 자체이다.
본바탕을 잃지 않고 원림을 지켜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상곡수의 계곡물을 원림으로 끌고 들어와 여러 굽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귀한 손님이 오면 술잔을 물에 띄워 주거니 받거니 했을 테니 신선놀음일세...
유상곡수로 시작되는 시문이다.
푸른 대숲
정선대(停仙臺)
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봉이 보이는 창하벽 위 정자가 과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다.
옥판봉은 차로 들어올 때 차창 밖으로 봤으나 이곳에선 보이지 않는다.
두 칸짜리 단출한 숙소로 보인다.
굴뚝이 낮은 게 있으니 손님 숙소로 온돌방인 걸 알 수 있다.
원림으로 물을 들여가는 수로
물이 흐르는 계곡의 징검다리
작은 쪽문
담장 밑으로 흐르는 계곡이 있어 냇물 흐르는 소리가 자장가 되어 단잠을 이루겠다.
월남사지로 이동하며 보는 차밭
예상에 없던 강진의 백운동 원림을 방문해 조선시대 처사가 누렸던 별서의 풍모를 알게 됐다.
시대에 맞는 과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조선 선비의 정갈한 마음을 엿보았다.
후손들에게 절대 이 원림을 팔지도 떠나지도 말라고 했던 유언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원림에 대한 자료가 발견되면서 강진군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방문에 원림에 대한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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