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7. (금) 오후 내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어도 부모님은 논밭에 나오지 못하게 하셨다.
즐풍도 농사 짓는 게 고달프다는 걸 알기에 굳이 도와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잘나지도 못했으니 불효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님이 농지를 물려받고 형제들과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조차도 등산을 핑계로 3년 후부터 참석했으니 이번엔 못된 동생이 된 것이다.
그렇게 고구마 밭에서 일한 게 이제 겨우 2년이다.
이번 봄엔 여수에서 생활한다고 고향 밭 고구마 심는데 참석하지 못 했다.
며칠 전에 센터 뒤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단순한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100평짜리 비닐하우스에 3년은 견딘다는 두꺼운 비닐을 씌우고
망까지 쳐 태풍이 지나가도 끄떡없을 만큼 견고하게 지었다.
여기에 스프링클러는 물론 더운 공기를 빼는 휀, 비닐을 들어 올리는 전동장치까지 설치했다.
100평 중 20평은 휴게실 용도로 사용하기로 해 칸을 나눠 중문도 만들었다.
제법 돈을 투자한 비닐하우스인 셈이다.
오늘 여러 가지 파종을 해야 하는데, 흙이 너무 딱딱해 경운기를 투입하기로 한다.
경운기가 밭을 가는 동안 인근 다육이 농장으로 이동해 다육이를 직접 심는 체험을 했다.
2만 원 정도에 팔리는 것이라고 한다.
농장 주인인 여성분은 다육이를 너무 좋아해 집에서 키우다가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다육이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양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이 농장에서도 1주일에 한두 번 고양시에 직접 가 다육이를 구입한다고 한다.
다육이는 꽃과 달리 유통기한이 없어 재고 부담이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업이다.
이건 즐풍이 만든 작품이다.
차에 싣고 점심 먹으러 다녀오는 동안 차량 진동으로 무게감이 있는 건 옆으로 누웠다.
우리 회원들은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 짧게 농사를 돕고 있다.
전에 마을에서 파종을 맡겼더니 1/3은 죽어 농사를 망친 이후 돕는 것조차 꺼린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에 돕는 것은 갓 수확이나 중파 다듬기 정도의 아주 쉬운 일에 국한된다.
그래도 몇 번 농사를 돕고 오늘은 직접 우리가 비닐하우스에 여러 농작물을 심게 된다.
농장이 우릴 기다린다.
수박, 참외, 오이, 가지, 고추, 상추 등등 여러 작물이다.
우리가 7월 4일까지 있으니 심어만 좋고 수확하지 못할 작물도 많다.
후임자들이 챙길 양식인 셈이다.
갈아 놓은 흙을 작물을 심을 수 있게 골을 내거나 다듬고 모종을 심는다.
비닐하우스 위에는 좌우로 각각 스프링클러가 한 줄씩 설치되어 있고,
밑에는 이동식 스프링쿨러가 세 개 더 있어 전천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게 밑에 있는 스프링클러인데, 발이 세 개라 어디든 필요한 곳에 이동 설치가 가능하다.
이랬던 공간에 골을 만들어 위 사진처럼 농작물을 심은 것이다.
다섯 명이 농사짓는다고 고생이 많았다.
남자 두 분은 그래도 농사를 지을 줄 알아 한결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나날이 커가는 작물을 보며 농심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데, 자주 발걸음 하면서 변화를 보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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