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11
2020.02.15. (토) 07:17~15:16 (전체 시간 여덟 시간. 전체 거리 13.8km, 휴식 시간 30분, 평속 1.7km) 맑은 후 흐림
지난 2주간 혹독한 감기를 앓고 이번 주 초에 거의 다 나았다.
감기라면 그저 콧물 좀 흘리고 마는 정도였기에, 목우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 예민할 때라 사무실에서 기침 소리 내 기도 어려웠다.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2주면 낫는다더니 2주를 다 채운 후 감기가 나았다.
감기 들었을 땐 다리가 풀려 산행도 어려웠다.
지난주엔 겨우 네댓 시간 걷고 집에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다시피 했다.
오늘 산행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북한산 의상능선과 도봉산 우이 남능선을 놓고 고민하다가 도봉산으로 간다.
도봉산 등산코스
산행 시작할 땐 다리 근육이 다 풀어진 상태라 힘든 느낌이 좀 오래간다.
처음 걷는 방학능선은 순한 길이 오래 계속돼 워밍업 시간이 많아 다행이다.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을 지나 우이암이 보일 때 왼쪽으로 할미바위도 보인다.
할미바위 오른쪽으로 길 없는 숲을 지나 오른다.
바로 이 할미바위 오른쪽으로 돈다.
왼쪽으로 돌았으면 상투바위를 좀 더 일찍 만나는 건데...
할미바위를 우측으로 돌아 만난 이 고갯마루는 우이 남능선에서 상투바위를 지나 올라오는 마지막 고개다.
상투바위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곳에 올 기회도 별로 없으니 다녀오기로 한다.
오징어바위 옆에 있는 이 바위는 너무 가까워 카메라로 다 안 잡힌다.
비밀 병기를 꺼내 파노라마 기능으로 전체를 잡는다.
즐풍이 너를 대머리바위라 명명한다.
할미바위
오른쪽 오징어바위, 가운데 대머리바위, 왼쪽 기차바위다.
올라갈 때 기차바위를 잠깐 들려보지만, 상투바위 쪽은 역광이라 사진이 별로다.
맨 처음 할미바위와 우이봉이 잡혔을 때 보던 긴 봉우리도 이곳에선 전혀 딴판으로 옆으로 길게 뻗었다.
이 역시 파노라마 기능으로 이용해 전체를 잡아보지만, 폰 이동 속도가 늦은 곳은 빛이 많이 들어갔다.
파노라마 사진은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좀 더 넓게...
건너편 중간지점의 식빵바위
드디어 상투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 바위가 상투를 튼 총각바위 옆이라고 처녀바위란다.
그럴듯한 설정이다.
상투가 참 절묘하게 생겼다.
오른쪽 긴 바위는 왜 할미바위란 이름이 붙은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건 뭐 깡패바위라는 데, 총각바위 옆에 처녀바위가 있어 심술꾸러기 깡패가 등장한 건가?
흐흠, 이렇게 보니 우습다.
총각, 처녀바위와 잘 살아라, 즐풍 간다.
처녀바위에서 만난 어느 등산객이 여성봉을 간다기에 위치를 알려준다.
그는 노간주나무로 만든 제법 큰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데, 혹여 멧돼지를 만나면 처리할 생각이란다.
총을 든 엽사들도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멧돼지에게 죽음을 당하는 판에 그깟 몽둥이를 들기 전에 당하기 쉽다.
소 귀처럼 생긴 이 우이암은 아래쪽에 우이동이란 커다란 동네 이름까지 만들었다.
우이암 네가 알고 보니 땅부자구나.
기차바위
앞쪽 가운데 바위까지 내려가 본다.
가운데 바위가 아니라 그 밑에 넓적한 바위까지 내려간다.
한결 가까워졌다.
가운데 바위 군락 중 맨 아래 바위
맨 위와 중간바위가 한꺼번에 보인다.
그 중간 아래쪽에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지레 길이 없을 줄 알고 이 바위 뒤로 돌아갔다.
바위틈으로 내려갈 때 마땅한 홀더가 없어 고생했는데, 좀 전 그 공간으로 내려왔으면 오히려 쉬웠다.
다음 기회가 있으면 그 바위틈을 이용해야겠다.
맨 아래쪽 바위로 내려와 좀 전에 지나온 바위를 본다.
도봉산에서 처음 보는 바위군이다.
칼바위로 길을 내며 바라보는 건너편 오봉
드디어 칼바위에 거의 도착해 눈앞에 보이는 능선을 파노라마로 모아 본다.
왼쪽 물개바위와 오른쪽 칼바위
칼바위만 잡아본다.
이번엔 물개바위 쪽
물개바위에서 바라보는 칼바위능선
물개바위에서 바라보는 만장봉 방향
너 이름이 뭐니?
바위가 제법 근사해 걸맞은 이름이 있을 텐데, 아직 네 이름을 모르겠다, 미안...
칼바위능선 정상에서 보는 건너편 물개바위
물개바위부터 이름 모를 바위를 지나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까지 한방에 잡았다.
당분간 이 그림을 바탕화면으로 쓴다.
좀 범위를 줄여볼까.
신선대와 만장봉, 에덴의 동산
좀 더 폭넓게
주봉은 앞에 작은 바위 군락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뜀바위 뒤 신선대에 몇몇 등산객이 보인다.
좀 더 확대하면 등산객이 선명해진다.
주봉과 일생을 함께하는 소나무, 가지 세 개가 죽었으니 죽는 건 시간 문제일 뿐...
Y계곡을 다 오른 후 이 전망대에서 자운봉 방향이나 Y계곡 어느 방향을 보든 그림이 좋다.
신선대로 가는 길에 이 전망대를 보는 그림도 좋다.
신선대에 올라가 Y계곡 방향을 잡는다.
좀 전에 보던 전망대뿐만 아니라 Y계곡 초입까지 다 보인다.
신선대에선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대가 너무 가깝게 잡혀 전체를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신선대 오르내리는 길
만장대와 선인봉 갈림 구간이다.
마당바위를 지나 전망이 트인 곳에서 잡아본 엔덴의 동산, 칼바위 신선봉, 자운봉, 선인봉
이 사진을 찍고도 한참을 걸어 주차한 장소에 도착했다.
마당바위에서 성도원 쪽으로 하산하다가 냇가에서 잠시 쉰 다음 길 없는 능선을 넘었다.
성도암 방향으로 내려가면 한참 걸어야 하기에 거리를 단축할 생각이었다.
그간 축적된 감과 트랭글을 이용하여 방향을 잘 잡아 어렵지 않게 차량을 회수했다.
차량까지 가는 동안 대부분 숲을 지났기에 사진 찍을 일이 없었다.
동덕여대 연습림을 지난 것과 마을과 가까운 곳 묘소는 전기가 흐른다는 안내문이 붙은 철망도 봤다.
짧게 끝내려던 산행은 13km에 여덟 시간의 장거리 산행이 됐다.
산행 강도나 거리, 시간으로 봐서는 독감 후유증을 말끔히 씻어낸 감동적인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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