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30. 일 10:09~14:18 (전체 거리 6.5km, 전체 시간 04:08, 휴식 시간 50분, 평균 속도 1.8km/h) 안개 자욱
어제 시원치않은 설악산 달마봉에 이어 오늘은 전북 완주군의 운암산 산행에 나선다.
운암산도 한달 여 앞서 산행한 갯버들님의 산행기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인데도 많은 암릉이 호기심을 자극해 꼭 가게 만든 산이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한 팀을 태우자마자 갑자기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대장은 죽전팀이 탄 이후 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신갈정류소에서 죽전팀을 내리게 한다.
그러자 나이든 회원이 손쌀같이 내리는데, 정류장으로 올 때 인분을 밟았던 게 화근이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에 등산화 냄새 제거가 곤란하다고 판단한 대장은 팔십 먹은 노인을 설득해 귀가시켰다.
이후 휴게소에서 버스 청소를 위해 3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져 산행도 덩달아 늦어졌다.
처음 겪는 황당한 사건에 아침부터 웃지 못할 희극 연출은 오늘 산행이 순조롭지 못할 걸 예고한다.
완주 운암산 등산코스
대아저수지
대아저수지는 1920년 7월에 착공, 1922년 12월에 준공되었다.
저수지의 유역면적은 1만 2,000㏊이고, 만수면적 143㏊, 저수량 2,016만 6,000t으로 그 혜택 면적은 6,347㏊이다.
댐은 길이 254.11m, 높이 32.72m이며, 독일 기술진이 설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댐이다.
준공 후 60여 년이 경과하여 댐 300m의 하류인 고산면 소향리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여 1989년 12월 준공되었다.
예전 대아저수지는 물에 잠기고 새로운 대아저수지는 만수면적이 234㏊에 저수량이 5,464만 톤으로,
기존 대아저수지 저수량의 2.5배를 웃도는 대형 농용저수지로 그 혜택 면적이 8,483㏊이다.
새 댐의 규모는 길이 255m, 높이 55m이고, 홍수의 총 배제수량은 초당 약 952톤에 달한다.
신 저수지의 건설로 용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게 되었고, 5,127t의 미곡 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편집)
근데, 대아저수지와 연결된 이 물통은 뭘까?
이 소나무는 일반적 경향과 다르게 능수버들처럼 아래로 늘어져 더 멋지게 보인다.
운암산을 타는 동안 이런 명품 소나무를 서너 그루 본다.
이 나무는 처음에 완만하게 누워 자랐으나 사람들이 하나둘 나무 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점점 누워버렸다고...
등산객이 원수가 된 소나무야, 미안하다.
운암산
운암산은 구름 위로 솟은 바위산이란 뜻을 가졌다
대아댐을 굽어 내려다보고 서 있는 수문장 격인 운암산은 이름 그대로 구름 위에 솟은 바위산이다.
깎아지른 듯한 남쪽 절벽 아래 대아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계절 모두 절경이다.
정상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암벽능선의 수려함은 봄철 진달래꽃, 산벚꽃, 푸른 소나무는 호수와 잘 어울린다.
이런 산수화 풍경은 두말할 것도 없고 5월의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이 언제나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 동쪽 능선 560봉의 암봉에 올라 동쪽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아래의
왕재와 은천리 계곡을 내려다 보노라면 눈앞이 아찔하고 저절로 오금이 저려온다.
동편으로는 대아수목원과 전망대가 가슴으로 다가선다.
대아댐을 뒤로 하고 오르다보면 어느새 대아댐이 가슴에 품어안을 만큼 가까이 다가선다.
산행을 계속할수록 이어지는 여러 능선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완주군청 홈페이지 편집)
구름 위 바위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천지사방이 모두 바위다.
바위 고개 하나 넘으면 또 바위산으로 등산 코스에 전체 13~14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하나 넘을 때마다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니 적어도 열세번의 크고 작은 느낌을 받는다.
또 하나의 안부로 떨어지기 전 건너편 이 암봉을 잡기 좋은 조망 장소를 찾았다.
그런 생각 없이 길 따라 내려가면 나뭇가지 사이로 찍어야 하니 제대로 잡힐리 없다.
맨 우측에 불쑥 솟은 봉우리가 운암산 정상이다.
오늘도 어제 다녀온 설악산 달마봉 만큼이나 안개가 자욱하니 멋진 풍경을 다 놓친다.
달마봉은 운해가 멋있기라도 하지, 운암산 안개는 시야만 가릴 뿐이다.
산행 끝내고 대아수목원을 두어 시간 들리기로 했는데, 차라리 순서를 바꿨다면 어느 정도 안개가 걷힌 뒤 산행했을 것이다.
바위엔 이렇게 산객이 있어야 더 돋보인다.
그가 파스텔톤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라면 풍경은 화~악 살아난다.
바로 이거다.
봉우리는 낮아도 그들이 거기있어 높이가 가늠되고 화려한 색상으로 분위기가 산다.
잠시 쉬어간들 어떠랴...
살짝 빗방울이 렌즈에 튀었다.
운암산에서 가장 멋진 소나무
나중에 대아휴양림을 걸으며 어느 길 모퉁이에서 본 이 멋진 시가 위 소나무에 딱 어울린다.
여느 산의 화강암과 달리 오톨도톨한 바위라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바위를 오르내릴 때 홀더도 좋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칼로 자른듯 날카로운 바위가 근위병처럼 서있다.
운암산 정상이 큰 키를 드리운채 산객을 맞이하는데, 저길 오르자면 얼마간 내려간 뒤 용 좀 써야 오를 수 있다.
그 조망바위에서 '우직'님이 소나무와 운암산을 담고 계신다.
내가 이쪽 봉우리에서 스틱을 잡고 암봉을 내려서자 걱정스러움에 연신 스틱 접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라고 하신다.
설악산 용아장성에서도 스틱을 접지 않을 만큼 스틱과 한몸인 난 스틱을 잡은채 내려섰다.
조심스럽게 내려왔으니 그분의 말씀을 따른 것이고 스틱을 접지 않았으니 내 고집도 세운 윈윈이다.
우직님은 28-150 렌즈를 사용한다기에 가까운 거리는 화각이 좁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나중에 사진을 보니 괜찮다.
근거리는 물론 줌 기능이 좋아 원거리까지 한꺼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셈이다.
렌즈를 갈아끼우기 귀찮아 28-150을 사용한다는데, 내가 쓰는 17-50은 이번 카메라까지만 쓰고 나중에 갈아타야겠다.
좀 전의 그분이 계시던 조망바위의 마지막 명품 소나무
좀 전에 스틱을 사용하며 내려선 바위
운암산 가며 뒤돌아 본 좀 전에 있는 암봉
운암봉 오르는 구간 중 일부
운암산 정상
돌무더기의 넓적바위에 매직으로 쓴 운암산이 정상 표지석을 대신한다.
충청도에서 보는 사각진 오석의 표지석 보다 훨씬 보기 좋다.
혹자는 잘생긴 표지석으로 교체를 원하지만, 난 이런 정감가는 표지석이 더 좋다.
운암산 정상에서 한 칸 내려와 올라오던 방향을 조망한다.
들머리부터 운암산 정상까지만 줄기차게 암봉으로 이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대체로 부드러운 육산이다.
이제부터 산행은 한결 수월해진다.
대아저수지는 거리감으로 안개를 뚫고 사진을 담아내야 하니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꽉 막혔던 오전 보다 조망이 훨 좋다.
맨 왼쪽 암봉 뒤로 돌아 크게 반원을 그려 오른쪽 능선능선을 타고 가운데로 내려왔다.
여기선 운암산에 바위가 있다는 걸 단단히 숨기기에 반대로 오른다면 깜짝 놀라겠다.
잠깐 나타난 암봉
이런 돌무더기도 한번 지나고...
저승봉을 한 칸 앞두고 건방진 소나무가 누운채 산객을 맞는다.
건너편 저 산객 앞이 저승봉이다.
저승바위는 커다란 바위로 바로 앞은 낭떠러지라 까딱 잘못해 떨어지면 저승으로 직행한다.
그러니 저승사자를 만나지 않으려면 저승바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늘 조심해야 한다.
저승봉에서 '치악산'이란 닉을 가진 회원을 만났다.
당연히 나와 고향이 같은 원주분이라 친밀한 느낌이 든다.
그분은 원주에 있는 산악회를 이용했으나 다 친목산악회라 산행만 전문으로 하는 서울까지 왔다고 한다.
원주에서 새벽 4:40분 기차를 타고 환승으로 신사동에 있는 산악회를 이용한다니 산행 열정이 대단하다.
서울까지 왕복 네 시간에 산행지까지 또 왕복 대여섯 시간을 더하면 대중교통 이동만 열 시간이 넘는 강행군이다.
그분을 응원하며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
저승봉에서 50m 내려서면 이 삼거리에서 산천마을로 빠져야 대아수목원을 구경할 수 있다.
산천마을에서 산행을 16:40에 마감 후 대아수목원까지 약 800m를 버스로 이동했다.
산천마을에 바라본 운암산으로 저 바위쪽은 가지 않은 곳이다.
대아수목원
대아수목원 조성 목적은 선진휴양 문화공간 조성, 자연환경 조성, 식물 종 다양성 확보 등에 있다.
대아수목원 지역은 과거 전국 8대 오지였으며 70년대 초 화전 경작이 중단된 후,
지형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관계로 인위적인 훼손 없이 다양한 식물이 자연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상층은 참나무류(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를 중심으로 한 층층나무, 비목, 고로쇠나무, 굴피나무 등 큰키나무(교목)가 우점하고
그 아래층에는 고추나무, 싸리, 화살나무, 병꽃나무 등 작은키나무(관목)가 주로 자라고 있으며,
하층식생으로는 금낭화, 미치광이풀, 얼레지, 복수초 등 다양한 지피식물이 생육하고 있다.
대아수목원 내에는 자생종을 비롯하여 식재종 및 원예종 등을 포함 총 2,683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희귀 및 특산식물(산림청 지정) 135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홈페이지 안내문 편집)
대아수목원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두 시간 주어진 시간에 다 돌 수 없어 적당히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압축해 올린다.
이 나무는 진안 용담댐 수몰지역인 정천면 정천중학교 교정에 살던 나무로 용담댐 준공 직전인
2000년 가을 학교가 철거될 때 백산조경(대표 이수길)에서 사들인 후
대아수목원 발전을 기원하면서 기증한 나무다.
수령: 약 320년, 나무 높이: 8m, 나무 둘레: 3.8m, 이식 날짜: 2000.10.27.
산행할 때마다 늘 큰 모자 간수가 성가스럽다.
오늘은 다른 산악회 보다 10분 빨리 출발하기에 서둘러 나온다고 자켓을 입고 나온다는 걸 깜빡했다.
버스 타기 전 이를 알았으나 집에 들려 자켓을 갖고 나오기엔 애매해 포기했다.
워낙 몸이 변변치 못해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자켓이 없으니 배가 차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무실 에어컨 바람에 팔이 시려 긴팔을 입고 입는데, 버스도 에어컨을 틀테니 걱정스럽다.
하여 창이 사방으로 창이 둘러쳐진 햇모자로 배를 가려 에어컨 바람을 차단했다.
산행 끝내고 버스에 오를 때 짐칸에 배낭 넣고 그 위에 모자를 놓았는데, 하차할 때 보니 모자가 없어졌다.
아무리 모자가 멋지기로서니 10만원이면 뒤집어 쓸 모자를 가져가다니 한심하기는 쯧쯧...
분실한 '아웃백 오일스킨'은 오랫동안 집안 너무 깊숙한 곳에 쳐박힌 '워터쉽 빈야드 헤이븐 햇' 모자 대신 구매한 것이다.
어느 것이나 서부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가 쓰는 모자로 간지가 장난 아니다.
오일스킨은 말 그대로 왁스 오일 처리로 방수가 되고, 빈야드헤이븐햇도 왁스를 메겨 방수가 기본이다.
그래도 내겐 아직 워터쉽 모자가 남아 있으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언젠가 짐칸 배낭 안에 둔 고가의 성능 좋은 카메라를 누군가 분실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카메라를 훔친 사람은 카메라를 좀 아는 사람이고, 내 모자를 도둑질한 사람도 모자를 잘 아는 사람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산악회를 이용하다보니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훔쳐간 사람보다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 더 크다니 할 말도 없다.
어제 운무 속에 다녀온 설악산 달마봉이 궁금하면 ☞ http://blog.daum.net/honbul-/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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