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 토 12:06~16:15(전체 시간 04:09, 휴식시간 53분, 평균 속도 2.0km/h, 최저 고도 290m, 최고 고도 810m) 종일 흐림
몇 년 전부터 멀리는 월출산과 강천산, 구봉산, 대둔산의 출렁다리를 다녀왔고, 가까이는 감악산과 소금산의 출렁다리
그리고 칠갑산 천장호의 출렁다리, 파주 마장호수의 흔들다리, 포천 한탄강의 하늘다리를 건너보았다.
이런 흔들다리나 하늘다리 등 이름은 달라도 산이나 호수, 강을 건너는 현수교를 설치하면 지역 명물로 인기가 폭발한다.
이 같은 붐을 타고 전국적으로 설치되는 출렁다리는 줄잡아 40여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주는 소금산 출렁다리의 인기에 힘입어 소금산과 건너편 간현봉을 연결하는 제2의 출렁다리를 계획하고 있다.
순창은 강천산 흔들다리로 유명세를 타자 채계산에도 국내에서 가장 긴 270m의 구름다리를 설치할 계획이라니 완공만 되면 대박 나겠다.
화순 백아산의 명성은 이미 들어 알고 있으나 내친김에 하늘다리도 탈 겸 철쭉 산행에 나선다.
세속에 둔한 내가 의도치않게 출렁다리 탐방을 이어가니 영리에 밝은 산악회에서도 "전국 명산 출렁다리 산행"을 테마로 산행을 추진할 날도 오겠다.
목하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출렁다리가 줄잡아 20여 개 이상 준공되면 가능한 일이다.
그리된다면 내가 아이디어 제공자로 로열티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소스를 하나 준다면 울진과 삼척을 가로지르는 응봉산에서 덕구온천으로 빠지는 덕구계곡을 가로지르는 13개의 다리가 있다.
그냥 다리가 아니라 세계 유수의 다리 축소판으로 이 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데, 다리를 다 건너면 마지막에 노천탕이 있다.
그곳에 이르러 신발을 벗고 뜨거운 용출수에 발을 담그면 산행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지니 굳이 덕구온천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물론, 시간이 넉넉하다면 덕구온천은 덤이다.
백아산 등산코스
이 지역에서 난 석회암 돌로 백아산 관광목장 표지석을 세웠겠다.
실물을 자세히 보지 않았으나 사진으로 보니 화강암과 달리 글자를 새긴 매끈한 부분이 대리석 같은 느낌이 난다.
이 인어공주의 조각도 화강암의 조각과 달리 좀 더 섬세하게 작품을 만든 것으로 보아 석회석이 한결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은 재질임에 틀림없다.
백아산에서 처음 만나는 쇠뿔같이 생긴 바위
음굴이다, 음굴이야...
이 산 어딘가 잘 찾아보면 이 음굴에 맞는 양물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욕심으로 편의를 갖기 위해 제법 큰 가지를 잘랐다.
그래도 생명력이 큰 이 노간주나무는 팔다리가 다 잘렸어도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 못봉 이 암봉을 좀 전의 그 노간주나무에서 바라본 풍경
제법 오르기 위험한 큰 바위를 오르면 뭔가 숨겨진 비경을 찾아낼 거 같다.
어렵게 오른 끝에 카메라로 담아보지만, 워낙 큰 바위가 까까이 있어 다 담아내지 못하기에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담아낸다.
좀 전에 소나무가 있던 큰 바위를 담아낸 앞쪽 바위와 뒤쪽 소나무 바위
드디어 백아산의 백미인 하늘다리를 만난다.
위 사진은 17-50mm인 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카메라가 다 담지 못하는 풍경을 폰카는 가볍게 담아낸다.
물론,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더 넓게 담아낼 수 있으나 위아래 폭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화순군 북면에 자리 잡고 있는 백아산은 해발 810m로 희끗희끗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마치 흰거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여 백아산(白鵝山)이라 부른다.
지리산과 무등산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와 험한 산세 때문에 6·25 전쟁 당시 빨치산이 주둔지로 사용되었다.
이를 뺏고 뺏기는 토벌대와 빨치산의 마당바위에서 전투는 유명하다.
화순군은 그 전투에서 희생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하늘다리’로 명명했다고 한다.
2013년 12월 개장한 백아산 현수교는 20억 원을 들여 만든 것으로 인근 월출산 출렁다리와 함께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해발 756m 지점의 마당바위와 절터 바위를 연결하는 길이 66m, 폭 1.2m의 산악 현수교다. (안내문 편집)
건너와서 다시 한번
마당바위 한쪽에서 점심을 먹고 마당바위 반대편의 바위에 잠시 올라본다.
마침, 그 바위에서 하늘다리가 보여 다시 당겨본다.
하늘다리는 백아산의 랜드마크이다 보니 백아산 정상보다 풍경이 더 멋지다.
다리 길이라야 겨우 66m에 지나지 않아 걷는다 해도 출렁거림이 거의 없으니 여느 출렁다리처럼 고소 공포감에 질러대는 비명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두 암봉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멋져 강한 인상이 오래간다.
5월이면 철쭉제가 열리며 단풍, 운해, 설경의 명소로 등산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땐 이미 철쭉이 다 져 꽃 하나 보지 못했다.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6.25를 거치며 빨치산과 토벌대의 전투로 정점을 치닫는다.
마당바위에서의 빨치산과 토벌대의 혈전은 유명하여 조정래의 태백산 9권에 내용이 그려지기도 했다.
태백산맥 9권 "빼앗겨가는 해방구"에 백아산의 마당바위가 잘 묘사되어 있기에 옮겨본다.
옮기려다 귀찮아 한 페이지만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런 마당바위는 주둔하기도 좋고 조망도 좋아 사방을 눈 아래 두고 작전을 펼치기 유리해 누구에게든 최적지이다.
그러기에 서로 명운을 걸로 몇 번을 뺏고 뺏기는 치열한 격전장이었다.
마당바위만 점령하면 이 일대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당바위 중심에 있는 이 산소에 대한 글도 좀 전에 올렸던 옆 페이지를 찍어 올린다.
참고 하시길...
하늘다리가 있는 저 암봉은 나중에 버스를 타고 귀경하는 길에서도 보인다.
흰 거위들이 저 산위에 둥지를 트는 동안엔 하늘다리의 풍경은 백아산의 상징이 될 것이다.
길을 가로막고 길게 누운 이 소나무로 서두르던 걸음을 다소 진정시키며 숨을 고른다.
드디어 백아산 정상에 올랐다.
다소 거칠고 뾰족뾰족한 석회암질의 바위를 지나온 풍경이 한폭의 그림이다.
810m인 백아산 정상
이 즈음에서 한동안 암릉이 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한참을 더 걸어내려가자 11호 산막으로 내려가는 쉬운 길과 13호 산막으로 내려가는 어려운 길 갈림길이다.
도솔님, 길재대장님 등 다섯 명은 어려운 길이 풍경이 좋을 거란 확신을 갖고 13호 산막 방향으로 내려간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마지막 몇 개의 암봉이 나타나며 격하게 환영한다.
그 암봉들 몇 개는 갑자기 나타나 너무 가깝거나 나무에 가려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저 많은 암봉을 거치며 내려왔으나 담은 사진이라곤 겨우 이 두 개뿐...
어렵고 가파른 암봉구간을 타고 내려왔으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쉬운 길로 내려온 팀 보다 먼저 하산했다.
선두를 잡은 대장이 쉴틈없이 속보로 걸은 결과다.
트랭글의 도상거리로 불과 6.63km에 지나지 않는 짧은 거리임에도 강한 암릉이 가진 산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모처럼 함께한 도솔님과 길재대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아침에 백아산으로 내려갈 때 화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샌드위치로 낀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네 시간이면 도착할 들머리에 꼭 다섯 시간 만에 도착했다.
올라올 땐 다행히 그 차들이 지역에 남아선지 수월하게 올라와 네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렇게 연휴가 낄 때면 첫날은 내려갈 때, 마지막 날은 올라올 때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다.
모래 화요일 부처님오신날 영주 소백산 다녀올 때 제법 길이 밀리겠지만, 그래도 가까운 거리다 다소 안심이 된다.
그래도 잘 다녀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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