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여직원과 함께한 북한산 향로봉 비봉 응봉능선

by 즐풍 2019. 6. 12.





2018.9.16. 일  09:06~14:30(전체 시간 05:24, 휴식 시간 00:41, 전체 거리 7.46km, 평균 속도 1.5km/h)  비올듯 흐림



2016년 고양에 근무할 때 입사한 여직원 두 명이 산행을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준다.

토요일엔 거의 지방 산행에 나서므로 일요일에 근교인 북한산을 가기로 했다.

이들은 평소 거의 등산을 안 했기에 쉬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길 만 한 곳인 기자촌능선을 택했다.


기자촌능선은 진관외동에 기자들이 집단 거주한 마을을 지나는 길에서 생긴 이름이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기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땅을 내주어 집단주거지를 조성하게 하면서 기자촌이란 이름이 생겼다.

기자촌은 몇 년 전 택지개발로 은평뉴타운이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옛 모습은 사라졌다.


이곳에 살던 기자들이 간혹 카메라 하나 달랑 매고 북한산에 올라왔다가 북한산성이 허물어져 방치된 사진을 찍고

다음날 신문에 관계 기관에서 북한산성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고 간간히 질타성 기사를 내보냈다고 한다.

지금 같으면 특집이나 기획기사로 좀 더 알차게 조질 수 있을 텐데...


그래서였을까?

북한산성을 비롯한 한양도성은 너무 규격에 딱 맞게 기계로 자르고 갈아 속성으로 복원한 곳이 많아 자연미가 많이 사라졌다.

동장대나 대동문 대성문, 대남문, 중성문, 대서문 정도는 괜찮지만, 최근에 복원한 산영루는 너무 허술해 벌써 수리 중이다. 


이 기자촌능선을 따라가면 건너편에 가파른 선림슬랩이 눈에 들어오고, 풀 한 포기 없는 대머리바위를 지나 향로봉으로 이어진다.

기자촌능선을 지나며 안부로 떨어지면 1968년 1.21사태 때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가는 길에 숙영했다는 김신조굴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경사가 높아 초보자는 위험하므로 안전한 등산로를 따라 이동할 예정이다.


  


북한산 기자촌능선, 비봉능선, 응봉능선 산행코스




작년 4월 큰딸 결혼식에서 만난 이후 처음인데 여전히 싱그런 아름다움이 예쁘다.

내게도 저런 젊은 날이 있었으나 어느새 초로의 길목에 서 있으니 세월이 무심하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간단하게 먹을 빵을 구입하고 택시로 신도중학교 앞까지 이동해 오솔길을 따라 기자촌능선으로 접어든다.


어제 비가 온 뒤라 대지는 습기로 눅눅해 빨리 걷는 것도 아닌데 땀이 제법 솟는다.

서둘러 나오다 보니 버프를 넣은 거 같은데 안 보여 모자만 썼더니 평소 버프가 흡수하던 땀이 그대로 흘러내린다.

버프를 쓸 땐 모르던 땀이 버프가 없으니 내가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는 줄 비로소 알겠다.   


날씨가 흐렸다지만 얼굴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돼 피부가 그슬릴까 은근히 걱정된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둘 나타난 반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또 생기는 데 버프가 없으니 괜히 노심초사다. 

워낙 피부가 예민해 조금만 햇빛을 받아도 쉽게 피부가 타니 더 걱정이다.




건너편에 선림슬랩이 보이면 곧바로 대머리바위를 만난다.






대머리바위는 이렇게 위쪽은 바위인 반면 아래쪽은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돼 스틱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 바닥이다.

북한산에서도 이렇게 바위가 사막화된 곳은 이곳 뿐이다.



아래쪽은 이렇게 모래 바닥이다.



바위와 모래는 이렇게 색깔부터 다르다.



트랭글에선 발가락바위로 안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낙타바위로 알고 있다.



으쌰 으쌰 힘을 내볼까?



한참 건너 족두리봉



선림슬랩 긴 구간






발가락바위와 대머리바위를 포함하는 기자촌능선



아침에 서둘러 나오다 보니 버프만 잊은게 아니라 카메라도 지참하지 못 했다.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다 보니 빛이 너무 많이 들어가 좀 흐린 느낌이다.

카메라로 막 찍은 사진만 못하다.


향로봉능선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관봉



비봉과 잉어바위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구간의 능선



비봉가며 다시 보는 관봉



비봉 오르는 길



비봉 정상을 혼자 쓸쓸히 점령한 산객




김ㅁㄱ님은 거의 산행을 하지 않았던 친구라 비봉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최ㅂㄹ님과 함께 비봉 정상까지 오른다.

기자촌능선에서 비봉까지 올 때 맨 뒤에 오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비봉에 오르면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코뿔소바위를 지나 비봉 오르내리는 험한 구간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버벅대자 옆에 있는 칼등을 타고 오르자고 한다.

ㅂㄹ님의 바위 타는 기술을 몰라 혼자 오르기도 애매했는데, 먼저 그 말을 들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함께 처음 이 비봉을 오를 때 겁이 나 이곳에서 더 오르지 못하고 굴욕적으로 하산했던 경험에 비추면 정말 대단하다.

나도 그 이후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이젠 못가는 곳이 없으나 ㅂㄹ님은 처음부터 주저하지도 않고 대범하게 나온다.

비봉을 내려와 코뿔소바위에 올라 콧등에 앉으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거침없이 콧등에 앉는다.

나도 딱 한 번 올랐던 기억밖에 없는데, 용감하게 콧등에 앉더니 약간 고소감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파랑새능선과 염초봉능선을 내가 아니면 탈 기회가 없으니 함께타자고 했으나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파랑새능선도 어렵지만 염초봉의 책바위는 직벽으로 4~5m를 맨손으로 오르기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그와 함께할 때 자일을 이용하겠지만 비봉을 거침없이 오르는 배포를 보면 신뢰하기에 충분하다.

연대 수학과를 나와 수학 선생을 하다 뜻한 바 있어 우리 직장에 들어온 재원으로 뻘밭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다.





폭 좁은 코뿔소바위를 거침없이 걷는 ㅂㄹ님



음~~ 참 잘했어요.



사모바위 아래쪽 김신조 일당이 숙영했다는 굴을 구경하고 응봉능선으로 하산한다.

응봉능선의 전망바위 위에 있는 돼지머리

이 돼지머리를 사모바위에서 내려오다 보면 악어 머리로 보이니 한 바위 두 얼굴인 셈이다.



전망바위



이제 운명을 다하는 소나무가 애처롭다.




ㅁㄱ님, ㅂㄹ님과 함께한 북한산 기자촌능선에서 비봉능선과 응봉능선을 거쳐 진관사로 하산했다.

처음 북한산에 오른 ㅁㄱ님이 열심히 잘 따라줘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쳤다.

ㅁㄱ님은 다소 어려운 구간에서도 두려움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쳐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라며, 가을맞이 산행으로 더없이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