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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태백산

추워야 제맛인 태백산

by 즐풍 2019. 5. 22.

 

 

 

 

산행일자 2014.1.7.화 09:10-15:10(점심시간 포함 6시간)           날씨 : 내내 흐림

 

태백산은 꽤 여러 번 다녀왔다. 계절로는 봄, 여름, 그리고 겨울 등 세 계절을 통해 겨울산행이 가장 많았고 주간보다 야간산행이 더 많았다.

「한국의 산하」에서 선정한 100대명산에 20위로 랭크돼 있으며 겨울 산행지로는 덕유산에 이어 당당히 2위에 해당한다. 같은 지리적 조건

이라면 덕유산 보다 앞설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할만큼 태백산의 주목나무 군락과 설경, 그리고 소백산 칼바람과 맞먹는 추위는 좀체 잊

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태백산을 찾는 이유는 뭘까? 

눈을 감아도 선명한 폭 넓은 등산로와 그 추운 한겨울에도 등로를 따라 랜턴빛이 연결되는 등산객들의 순례는 경이롭기까지 한다. 등로가 편

하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데다 폭이 넓어 두세 명이 나란히 걸을 수도 있다. 흔히 등로로 잡는 유일사에서 두어 시간이면 천제단에 이를

수 있고 주목나무 군락에서 보여주는 설화가 핀 주목의 비경이 햇빛에 반짝이거나 안개에 가려 몽환적 분위기가 풍겨 다른 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절대비경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산길엔 비료포대 하나면 애 어른 할거 없이 맘껏 동심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태백산의 선물

이다. 

 

그러나 막상 설화를 보러 태백산을 가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늘 체험하는 것이지만 주목나무 군락지부터 주능선을 따라 천제단 정상

까지 머리를 빠갤듯한 칼바람엔 눈물이 찔끔거려도 어느새 눈에 성에가 낄만큼 강한 추위에 다시는 안 오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때뿐이다.

태백산은 정상은 1,566.7m인데 유일사매표소가 약 900m 정도 되니 600여m만 오르면 되지만 100m 오를 때마다 기온은 0.7℃씩 떨어진다고

한다. 웬만한 내륙의 도시가 해발 150m-200m 정도에 해당하니 대략 1,300m가 높다면 정상은 9℃ 정도 더 낮은 셈이다. 여기에 칼바람이 분

다면 체감온도는 대략 10℃ 이상 더 떨어질 테니 정상이 영하 10℃일 때 체감온도는 칼바람으로 인해 20-30℃까지 떨어진다고 본다. 그러니

온몸에 바람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단속하는 것은 산행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과 1월에 태백산을 찾는 탐방객은 약 30만명 정도된다고 한다. 아무리 춥다한들 정상에서 부는 칼바람을 30여분 이겨

내면 다른 산에선 보지 못 할 비경을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면 이루워질 거 같은 느낌을 받는 건 아닐까? 하지만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상

한파와는 달리 요며칠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듯한 날씨가 계속돼 태백산도 예외가 아니다. 워낙 추운 날씨라 산에는 어느 정도 눈은 쌓여 있

지만 바람도 심하지 않고 견딜 정도의 날씨라 이동하는 덴 불편이 없었다.

 

큰 아아가 디카를 새로 사자고 하도 졸라 엊그제 일요일에 Canon EOS100D를 새로 구입하여 메뉴얼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산행에 

처음으로 지참했다. 지금까지 쓰던 똑딱이보다 좋은 건 그래도 넓은 화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르니 그저 자동에 놓고 찍

었지만 메뉴얼을 숙지하고 찍으면 좀 더 낳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겨울 산행이라면 주목나무에 달려붙은 설화나 상고대가 제법이겠지만 근래에 큰 눈도 없고 날씨마저 풀려 주목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우람한 주목군락은 이곳이 아니면 좀 체 만나기 어려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흥취가 절로난다

반은 살아있으되 반은 죽은, 그럼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기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말로 대변된다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목이다

세상에 주목 나무 말고 어디에 이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무가 있을까?

 

 

 

염천이야 어떻게 견딘다지만 긴 겨울 뿌리까지 꽁꽁 얼리는 엄동설한을 이겨내길 몇 년일까?

이제 고사목으로 지난 날의 영광을 보여준다

겨울이라 보여주는 색은 오직 회색과 흰색, 그리고 검은색의 우중충함이 시간을 멈춘듯 보이기도 한다

 

 

죽은듯 보여도 나뭇가지 하나가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니 주목의 경이를 여기서 본다

 

 

드디어 장군봉에 도착했다. 2003년 혹한의 겨울에 아직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을 데리고 당골로 올라와 유일사로 가려던 계획은 너무 추워

주목군락은 포기하고 다시 당골로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라면 도저히 그런 무모한 산행을 하지 않았을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산행이었다.

 

장군봉이 태백산의 최고봉이다. 1567m라지만 유일사가 약 900m 정도라 불과 700m 정도만 올라오면 되는데다 산행도 수월한

육산이라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한겨울에 맞이한 정상이지만 장군봉 표지석엔 이슬 하나도 맺히지 않는 생뚱맞은 겨울 모습이다.

장군봉에서 코앞인 천제단

 

 

산은 구비구비 능선으로 연결되는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가을의 선명함이 없다보니 조망이 아쉽다

 

앞으로 가야할 문수봉 방향을 미리 본다

 

지나온 장군봉

천제단

태백산 표지석

 

천제단 광장

 

 

 

얼마나 춥고 덮길래 저리도 뒤틀리며 자랄까?

 

문수봉 가면서 마지막으로 보는 멋진 주목이다

 

문수봉 돌탑

 

어딜까?

 

 

태백산은 예닐곱 번 다녔어도 문수봉코스는 처음이었으나 볼거리가 많아 다음에도 이 코스를 이용해는 게 좋겠다.

 

당골광장엔 눈꽃축제를 위해 인공눈을 만든다고 인공강설기를 뿌린게 옆 나무에 내려앉아 산정보다 더 멋진 광경을 보여준다

 

이제 한두 개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데 오줌빨이 얼도록 추워 눈꽃축제를 초봄까지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