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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4월에 보는 환상적인 북한산 눈꽃

by 즐풍 2019. 5. 20.

 

 

 

 

 

산행일자 : 2013.04.07.일 08:07-13:22(5시간 15분),    날씨 : 흐린 후 점차 갬

 

 

 

 

어제 큰 비는 아니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렸기에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에 비가 그친다기에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새벽 세시든 네시든 눈 뜰 때 바로 산에 갈테니 도시락 싸갈 반찬 좀 준비하라고 일러둔다. 사실 북한산 가까이 있어도 정상

인 백운대에서 일출을 본 경험이 없기에 새벽에 산에 오르면 어제 비도 내렸겠다 안개 사이로 일출의 장엄함이라도 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일어난 시간이 아침 6:20이라 너무 늦어 일출을 보기는 틀렸다.

 

서두르지 않고 구파발에 이르러 북한산을 보니 웬걸 어제 내린 비가 고지대인 7부 능선 이상엔 하얗게 눈이 내려 보기 좋지만 전혀

눈을 예상하지 못 한 터라 아이젠을 챙겨 오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길이 젖어 등산화가 젖을까 헌 등산화를 착용하였기에 밑창이 다

닳아 눈길에 더 미그러울 테니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그래도 4월에 보는 설경이 남다를 테니 산도 오르기 전부터 설레는 맘을

안고 처녀, 총각폭포를 지나 좀 더 올라간 장소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데 중간지점부터 벌써 소나무 가지가 부러질듯 눈이

내려 앉았다.

 

아직은 이른 시각인지 몇 명 보이지 않지만 간간히 등산객을 지나치며 해골바위에 오르니 사방천지에 백설이 만건곤하다. 눈이 제법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계절은 4월인지라 어느 정도 높이가 있어야 눈꽃을 볼 수 있다. 숨은벽능선을 타고 밤골계곡과 만나 호랑이굴

협곡으로 넘는 구간은 백운대와 숨은벽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햇볕을 막고 있는 데다 바람이 오는 골목이라 한기가 많아 오히려 햇볕을

받는 백운대보다 눈꽃이 더 찬란하다.

 

백운대를 오르는 구간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꽃은 겨우 표만 날 정도였지만 하산하여 되돌아 온 숨은벽능선의 정상에 올랐을 때만 해

도 설화의 모습이 장관이었으나 식사를 마치고 밤골계곡을 내려오며 보는 능선의 설경은 이미 봄바람에 거의 흔적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지난 겨울, 설산의 산행지로 소백산의 설경은 햇빛에서 보는 풍경이라 제대로 된 모습이 가장 멋졌다. 다음으론 안개 낀 철원의 광덕산

은 흡사 꿈속에 걷는 듯한 눈과 어우러진 상고대의 풍경이 환상적이었으며, 오대산과 함백산은 발 아래 눈은 많았지만 나무에 핀 설화

가 없어 다소 아쉬운 산행이었다.

 

그러다 의외로 4월의 북한산에서 만난 설화는 이미 봄이 온 다음에 만난 환상적인 설경이라 한동안 잊지 못 할 여운을 남길 것이다.  

 

 

 

 

다행히 낮은 데 있어 눈을 뒤집어쓰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눈을 뒤집어 쓰고 하루종일 재채기 해댈 뻔 한 생강나무꽃 

 

 

아래위로 처녀폭포, 총각폭포라는 데 뭐가 뭔지 잊어버렸다.

 

 

 

 

 

 

 

 

건너건너편 원효봉능선의 전망바위가 보이지만 날씨는 흐리고 조망은 좋지 않아도 저 위로 가는 산객의 마음도 4월의 설경에 들떠 있겠다.

 

 

바위 아래 나무엔 솜사탕을 얹은듯 하고 건너편 노고산 8부능선 이상엔 눈이 쌓여 멎지다.

 

 

 

 

 

건너 상장능선도 눈꽃을 뒤집어 쓰고...

 

 

해골바위 위 전망바위로 오르는 길엔 눈꽃 터널이 반겨준다.

 

 

4월의 설경을 본 것은 지난 2011.4.2. 강원도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제법 많은 눈을 밟고 왔지만 그것은 강원도라는 지역의

특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 데, 그날은 오늘보다 며칠 빠른 날이다.

어제밤 뉴스에서는 강원도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만 오늘도 방안에만 있었다면 이런 멋진 설경은 감히 상상도 못 했을 멋진

풍경이다.

 

 

 

 

 

해골바위 위에 있는 전망바위의 소나무 두 그루가 추위에 떨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폼이 사못 스러워 보인다.

동양에서 소나무는 선비의 꺽이지 않는 기개를 표현한다지만 한겨울을 지나 이른 봄의 때아닌 춘설에 얼마나 황당스러울꼬... 

 

 

해골바위에 물이 없다는 생각했는 데 이제 보니 얼마간 물이 잠겨 있어 더 괴기스런 느낌인 데, 산행 때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물이 제대로 안 보인 모양이다.

 

 

 

 

 

 

 

 

건너편 파랑새능선의 어금니바위와 아래쪽은 코끼리가 숨어 있는 코끼리바위

 

 

점차 구름이 가시며 날이 밝아지니 흰색 더욱 뚜렸해 그림이 좋아진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 숨은벽능선을 지나 바람골을 타고 올라가 저기 보이는 장군봉을 지나 여우굴을 통과하여 백운대로 오를 예정이었지만

때 아닌 춘설에 그 코스는 위험하여 포기하고 그냥 호랑이굴이 있는 협곡을 지나 백운대로 가기로 생각을 바꾼다.

나무엔 눈이 쌓여 보기 좋지만 숨은벽 아래로 내려가 밤골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만나는 구간까지는 등로의 바위엔 거의 눈이 없다시피 하여

큰 애로 없이 진행한다.

 

 

인수봉과 숨은벽

 

 

어제 가려던 천태산은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취소되었고, 오늘 가기로 한 태안바닷길의 트래킹도 날씨가 궂을 거 같아 취소 했는데

그 덕분에 때 아닌 눈으로 북한산의 색다른 춘설을 보는 행운을 얻는다.

 

 

 

 

 

 

 

 

 

 

 

 

 

 

 

 

 

 

 

 

숨은벽을 지난 곳에 있는 바위가 멋지다.

 

 

 

 

 

숨은벽능선의 거의 정상 부근에 있는 나무들이 보여주는 설경 몇 장 

 

 

 

 

 

 

 

 

여기까지는 숨은벽 북사면에 위치하여 아직은 햇빛에 크게 훼손 되지 않았고 바람이 불어 제법 추우니 이 모습 그대로 몇 시간

더 버텨 주겠지만 오후가 되면 그래도 봄날이라 후두둑 거리며 녹아 떨어질 테니 그야말로 일장춘몽의 허망함을 알겠다.

 

 

 

 

 

 

 

 

 

 

 

밤골에서 올라오는 마지막 코스로 호랑이굴 아래 바람의 통로를 지키며 선 나무가 산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인수봉

 

 

평소엔 눈이 가지 않던 소나무인데 어느 여름의 태풍에 한 쪽 날개가 꺽였다지만 눈을 뒤집어 쓰고 있어도 그 기상 변함이 없다.

 

 

건너편 만경봉과 주위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는 산객의 조화

 

 

노적봉

 

 

멀리 보현봉과 문수봉 상원봉 나한봉 나월봉이 희미하게 손짓한다.

 

 

백운대 오를 때면 늘 눈이 가는 오리바위

 

 

저 아래 신랑신부바위가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손을 맞잡은 체 굳세게 애정을 과시한다.

 

 

 

 

 

 

 

 

다시 본다, 신랑신부바위.

 

 

 

 

 

똑딱이 카메라라 화각이 좁아 백운대의 멋진 풍경을 제대로 잡아낼 수 없어 아쉽다.

 

 

 

 

 

원효봉능선으로 성벽이 지나가는 자리가 어렴풋 보이고 앞쪽으론 염초봉이다.

 

 

만경봉의 설원을 즐기는 산객도 잡히고....

 

 

인증샷을 잡아보는 산객, 백운대 등정의 증거는 남겨야 한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 오르는 길은 햇볕을 받아 눈이 다 녹아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다.

 

 

 

 

 

멀리 도봉산의 오봉과 신성대, 만장봉도 희미하게 잡힌다.

 

 

영장봉

 

 

 배경 좋으니까 멋지게 잡아봐!!

 

 

 

 

 

귀로에 다시 만난 설화

 

 

 

 

 

협곡을 지나기 전에 숨은벽능선의 최정상인 우측 봉우리로 올라가 주위 경관을 조망해 보는 데, 호랑이굴 윗쪽 풍경이다.

 

 

우측 호랑이굴로 들어가 왼쪽으로 나온다.

 

 

 

 

 

 

 

 

 

 

 

저기 보이는 정상에 한 사람이 보이고 그 옆으로 백운대의 태극기가 펄럭이는 데 여기서 보니 바위가 백운대 보다 높아 보인다.

 

 

숨은벽 정상에서 숨은벽능선을 조망해 보니, 맨우측 영장봉, 가운데 전망바위, 왼쪽은 숨은벽 일부...

 

 

 

 

 

 

 

 

오늘이 지나면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새 겨울이 올 때까지 이런 설화는 볼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보려 애쓴다.

 

 

 

 

 

 

 

 

 

 

 

 

 

 

 

 

 

건너편 파랑새능선 일부

 

 

 

 

 

다시 호랑이굴 협곡을 지나며 올라올 때 본 설화에 한 번 더 눈을 준다.

 

 

 

 

 

 

 

 

 

 

 

정오를 넘기며 날씨가 풀리는 지 올라올 때 보다 눈의 흰색이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발 아래 눈은 여전히 녹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더해짐에 따라 반들거리고 미끄러워 아차 하는 순간 한 번 넘어지며 장갑 낀 손이지만 날카로운 바위에 손등이 스쳐 따갑게 아프더니

나중에 벗어보니 손등이 긁혀 피가 흐른다. 남들 보지 못 한 설경을 본 대가라 생각해 본다. 

 

 

숨은벽엔 올라갈 때 보이던 성애도 햇볕을 받아 많이 줄었다.

 

 

올라올 때 하얗게 핀 설화가 어느새 봄눈 녹듯 거의 사라져 지금 올라오는 산객은 오전의 정취를 느끼지 못하겠구나...

 

 

설화가 없으면 어떠랴, 산행 자체만으로도 즐거우니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 망설이지 말고 찍어라.

 

 

상장능선의 눈도 신기루처럼 다 사라지고 없으니 봄눈은 잠시잠깐 보여줄 뿐이니 부지런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특권이다.

 

 

 

 

 

몇 장 위 사람들이 사진 찍던 바위인데, 위치가 다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전망바위와 해골바위

 

 

 

 

 

오전과 달리 보다 선명해진 어금니바위와 코끼리바위

 

 

이번에 전망바위로 가지 않고 밤골계곡으로 하산하며 다른 풍경을 보기로 한다.

 

 

 

 

 

어제 후루종일 비가 내렸다지만 워낙 질질 흘리듯 내려 수량이 많지 않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숨어 있는 폭포

 

 

 

 

 

 

 

 

 

 

누구도 예상치 못 한 4월7일의 설경을 멋지게 감상한 오늘은 두고두고 기억날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