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7 (화) 오전 작업
전북 부안군 변산면의 모항에서 바다는 육지로 뻗으며 곰소항을 지나 점점 더 깊게 내륙으로 파고든다.
내륙으로 진입한 바다는 갈곡천을 만나면 고창군 경계로 변하며 남쪽 고창군 심원면까지 깊은 만을 형성한다.
보통 곰소만이라고 하는데, 더러 즐포만이라고도 하지만 지도에는 어느 것도 잘 표기되지 않는 지역이다.
썰물이면 곰소만은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이 되며 한 순간 바다는 사라지고 없어진다.
고창에서 한달살이 첫 번째 체험은 이곳에서 거두어들인 꽃게 그물망에서 떼어낸 게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곳은 배를 타고 꽃게를 잡는 게 아니라 갯벌에 적당한 간격으로 꽂은 철근에 꽃게 망을 설치한다.
꽃게 망이 밀물에 잠기면 꽃게가 들러붙은 망을 다음 썰물에 들어가 회수한 뒤 그 자리에 다시 망을 설치한다.
이러한 작업은 매번 계속되니 갯벌은 어민들에게 끝없이 돈을 안겨주는 귀중하고도 소중한 수산자원이다.
꽃게가 망에 엉킨 걸 떼어낼 땐 그물망이 대부분 훼손되는 데, 개당 가격이 2만 원에 불과해 한 번 쓰고 버린다.
그물망에서 꽃게를 뗄 때는 큰 집게 발가락의 집게 하나를 잘라내 다음 작업할 때 물지 못하게 한다.
그 꽃게를 우리가 받아 몸에 엉킨 나머지 그물망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라고 쉬운 게 아니니 가끔 집게 발가락이 온전히 남은 꽃게가 손가락을 무는 역습을 가하기도 한다.
보통 게장을 담그려면 봄엔 알이 꽉 찬 암게, 가을엔 살이 알찬 꽃게를 제일로 친다.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가을에 수게보다 대부분 암게가 잡히는 데, 더러 알이 찬 암게도 있다.
가을엔 수게라고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암게를 받았다면 항의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시절이 그러할 뿐 이번 암게 역시 수게만큼이나 실하니 걱정할 필요 없이 받은 대로 먹어야 한다.
그물망에서 게떼기 작업이 끝나자 마침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주인아주머니는 꽃게를 삶는 건 물론이고 기왕에 만든 간장게장에 꼬막, 동죽조개 등
육지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해산물에 맛깔난 김치까지 상을 수북하게 차려주신다.
귀하다는 백합조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꽃게 먹기에 정신이 팔렸으니 제사보다 잿밥에 눈이 먼 체험이었다.
※ 암게, 수게, 암케, 숫게의 발음과 한글 표기는 암게, 수게가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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