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21
2021.3.17. (수)
벌써 12년째 산행 중이니 이제 막 산행에 입문한 사람은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많게는 30년, 40년이 넘도록 산행하는 분들도 계시니, 그에 비하면 한참 후배이다.
매주 산행을 빠뜨리지 않았으니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사람들로 치면 30~40년 산행한 셈이다.
그 산행 경력의 대부분은 북한산 등 바위산에 집중했으니 결코 쉬운 산행은 아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했든, 30~40년 등산했든 불구하고 등산객이라면 꼭 봐야 할 등산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는 등산객 아론 랠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아론은 캐니언랜드 국립공원에서 차박을 끝내고 산악자전거로 약 30km를 이동해 산행할 생각이다.
등산 용품점에서 본 산행 가이드에 제시된 시간보다 자전거로 45분 줄일 생각이니 승부욕이 크다.
자전거는 어느 고목에 잘 붙들어 매고 이제부터 저 산에서 신나게 놀아볼까?
산 아래쪽으로 가는 아가씨들이 길이 좀 헷갈리나 보다.
총각이 또 그냥 가면 섭섭하니 일단 안내를 자청한다.
이 틈새 좁은 바위에 발과 등으로 지탱하며 게걸음질치며 옆으로 이동한다.
어느 순간 아론은 아래쪽 호수로 추락한다.
깜짝 놀라게 할 생각에 한참 후에 물에서 나온 아론은 노래를 부르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뛰어내려 같이 수영할 것을 종용하며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망설임 끝에 저 에메랄드 빛 호수에 몸을 던지는 아가씨들
그들은 재미를 들여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이 순간을 즐긴다.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야, 등산의 참맛은 바로 이런 거야.
한국에선 흔히들 알탕이라고 하지.
즐풍도 올여름 알탕을 즐기러 이 캐니언랜드로 갈까?
재미있게 놀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다.
이 계곡을 벗어나며 주인공은 "내일을 향해 쏴라"란 영화의 배경지란 설명을 늘어놓으며 또 자랑질이다.
흥겨웠던 두 여인은 내일 저녁에 파티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며 애프터를 신청한다.
그래, 반할만하지.
다시 혼자가 된 아론...
아론은 겨우 한두 명 다닐 정도로 좁은 계곡으로 들어선다.
아차 순간 바위에서 미끄러질 때 함께 떨어진 바위틈에 하필이면 오른손 손목이 끼었다.
아무리 빼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빌어먹은 이게 무슨 낭패냐?
발까지 동원해보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전혀 빼낼 방법이 없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가운데 중국산 등산용 칼을 꺼내 바위를 갈아내 보지만,
바위가 갈리는 만큼 틈이 좁아져 손목을 압박하니 소용없다.
이런 젠장...
출발에 앞서 배낭을 쌀 때 빅토리녹스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챙기려던 순간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그 바람에 챙기지 못한 스위스제 칼이라면 중국산 칼처럼 쉽게 무뎌지지도 않을 텐데...
그 와중에 칼이 떨어져 집을 방법이 없으나 마지막으로 나뭇가지 끝을 반 꺾어 겨우 들어 올린다.
사실, 이곳은 전에 친구와 와 본 곳이다.
그러니 어제 아가씨들과 물놀이도 즐길 만큼 지리는 훤하다.
그런들 뭐하냐.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 없으니 탈출할 방법도 없다.
주인공이 등산을 좋아하는 건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캠핑하며 산행을 즐긴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빠와 함께 이렇게 멋진 곳에서 일출을 맞았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낮엔 90℉까지 오르던 날씨도 밤엔 43℉까지 내려간다.
섭씨로 환산하면 32℃에서 6℃까지 떨어지니 저체온으로 죽을 지경이라 자일로 빙빙 돌려 팔을 두르고
배낭에 있던 보자기도 뒤집어쓰며 추위를 떨친다.
낮엔 계곡 틈으로 햇빛이 비치는 15분 동안 잠깐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
탈출하려고 자일을 앞쪽 바위로 던졌으나 걸리는 데가 없어 몇 번 시도 끝에 겨우 묶을 수 있었다.
자일의 힘을 이용해 팔을 빼려고 온 힘을 다 써도 팔은 요지부동이다.
자일로 탈출하려면 계산상 장정 여덟 명이 필요하다고?
수낭인 카멜백에 들었던 물은 진작 다 마셨고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은 아꼈는데, 어느새 다 마셨다.
결국 수낭에 받은 오줌을 먹어야 했다.
이젠 정말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오줌마저 다 먹자 조갈을 견디지 못하고 콘택트렌즈에 뭍은 눈물까지 핥아먹어야 했다.
총각 때 만났던 아가씨와 사귀었던 일이나 가족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런 것까지 생각나다니 이제 죽을 때가 된 건가?
어느 순간 먹구름이 올라오더니 한두 방을 떨어지던 빗줄기는 점차 굵어진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던 조갈도 빗방울을 받아먹고 물통에 물도 가득 채우며 조갈을 해결했다.
비는 폭우로 변해 바위를 타고 내린 물은 계곡을 덮쳐 급기야 가슴까지 차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물속에 잠기자 죽을힘을 다해 부력으로 가져워진 돌을 밀어내며 겨우 손을 빼냈다.
드디어 탈출이다.
차를 몰고 죽음의 장소에서 빠져나간다.
그러나 이 폭우는 아론의 헛된 꿈이었을 뿐 현실은 여전히 혹독한 목마름이다.
주인공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갖고 있는 캠코더로 지금까지 여러 장면을 촬영하며 누군가 자신이 남긴 이 현실을 알길 바란다.
이번 산행에서 찍은 촬영분을 넘기다 보니 아론이 다이빙한다고 올라가며 자리를 비웠을 때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넌 참 노래를 못 부른다며 그런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풍만한 가슴이 돋보이게 화면에 도발하는 순간도 보인다.
이번엔 이곳을 탈출한 게 화제가 돼 TV 브라이언의 '모닝 쇼'에 초대되어 인터뷰하는 순간도 상상한다.
죽음을 앞두고 겨우 탈출하는 과정이며, 가족과의 행복했던 순간들
엄마 전화를 받지 않아 미안했던 일이며 주변에 어느 곳으로 등산 간다는 행선지만 알렸어도
쉽게 구조될 수 있었을 아쉬움들....
그는 미처 전하지 못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자신을 녹화하며 유언처럼 남긴다.
팔목을 잘라 탈출하려고 팔목을 그어도 바위를 갈아낸다고 다 무뎌져 상처가 나지 않는다.
그마저 포기하고 다음날 그 칼로 다시 팔목을 내리쳤는데...
칼날은 뼈에 막혀 자를 방법이 없다.
칼날이 안 드니 팔을 자를 방법도 없다.
이대로 굶어 죽어야 하나?
이번엔 갖고 있던 자일을 던져 바위에 고정시키려 해도 몇 번이고 어긋난다.
겨우 바위에 고정해 보지만 이 방법으로도 팔을 빼지 못한다.
결국 이렇게 죽음의 시간은 가까워진다.
이 영화는 한 화면에 세 개의 장면을 보여주는 삼분할 장면이 많다.
마냥 죽음을 기다리느니 절벽에 이름 석자라도 새긴다.
아론 랠스턴이 죽는다면 이것은 묘비명이 될 것이다.
다시 용기를 내 팔을 절단해야 한다.
도마뱀이라면 꼬리를 자르고 탈출하겠지만, 재생 불가능한 팔이라도 어떻게든 잘라야 한다.
등산용 칼에서 바위를 긁지 않은 작은 칼을 뽑았다.
마취제 없이 고통을 참으며 살을 가르고, 심줄을 가르고, 끝내 팔을 자른다.
5일 동안 저 둥근 바위와 한 몸이었는데, 팔 하나 내주고 이제야 겨우 탈출했다.
이 또한 내 일생의 큰 실수라도 기록으로 남긴다.
지옥에서 탈출했으나 또 난관이 가로막는다.
두 팔이 성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암벽을 타고 내려갈 텐데, 낭떠러지가 너무 높아 곤란하다.
그때 암벽꾼이 설치한 등반용 볼트가 눈에 띄며 구세주가 된다.
자일을 설치하고 능숙하게 하강에 성공한다.
한 손으로 바위를 탈출했을 뿐 아니라 하강까지도 완벽하게 해낸다.
드디어 하강을 끝냈으니 이제 사람들을 만나 구원의 손길만 내밀면 될 상황이다.
하지만, 갈증부터 해결해야 한다.
조갈이 너무 심해 콘택트렌즈에 뭍은 눈물까지 핥았지 않은가.
폭포 낙하지점에 생긴 물웅덩이는 건조기간 내내 고여 있던 물이라 마실 수 없는 지경이지만,
그건 나중에 기생충 약이라도 먹으면 된다.
벌컥벌컥 끝없이 들이켜니 꿀맛인 게 이제야 살만하다.
죽을힘을 다해 뛰고 또 뛴다.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이 터져라 사람을 불러 세워 도움을 요청한다.
눈물 나는 얘기다.
어느 어머니와 아들은 도움을 요청하러 급하게 뛰어간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사람은 이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쳐다본다.
구조헬기로 병원에 후송되며 살아난 주인공은 절박한 순간에 이미 인터뷰 예행연습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의 바람대로 TV에도 출연하고 책을 내 인세도 벌고,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돈방석에 앉았다.
지옥의 빠져나오자 꽃길이 깔린 셈이다.
미국이란 나라 영웅이 필요한데, 이런 호재는 참 돈 벌기 좋게 만든다.
이제는 결혼해 자식도 얻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여전히 만능 스포츠맨으로 살아가며 새로움에 도전한다.
어디로 떠나든 목적지는 분명히 알리면 모두가 편하다.
제임스 프랭코가 주연인 이 영화는 127분도 아닌 94분의 짧은 영화이나 긴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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