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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등산 관련

캠프라인 마나슬루 등산화

by 즐풍 2020. 3. 28.

 

2001년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참가해 3시간 55분 만에 완주하고 무릎이 아작 났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참담함이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렀다.

3~4년 지난 후 서너 시간의 짧은 등산에서도 내려올 땐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다.

달리기는커녕 등산조차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됐다.

 

어머니께서는 심장 시술을 하셨고 형은 심장수술을 한 가족력이 있다.

즐풍도 2009년 가을에 관상동맥이 좁아졌다는 걸 알고 난 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무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 밖에 없어 천천히 등산을 시작했다.

무릎 통증을 없애기 위해 등산화 안에 깔창을 하나 더 깔고 스틱으로 하중 부담을 줄였다.

 

 

 

1년 후 즐풍도 심장의 관상동맥 세 군데에 네 개의 스탠스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해지자 이때부터 등산은 생활이 되었다.

다행히 가까운데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즐비한 명산이 많다.

처음 2년 동안 이런 명산을 순례하며 주말이면 놀이터 삼아 마음껏 즐겼다.

 

등산화에 깔창을 더 깔고 스틱을 이용으로 무릎 부담을 줄이자 점점 상태가 호전됐다.

서너 시간에 불과하던 산행은 예닐곱 시간으로 늘어났고,

길게는 20시간이 넘는 불수사도북이나 강남칠산을 종주하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그렇다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동안 참 많은 등산화를 갈아치우며 즐풍의 무릎에 맞는 등산화를 찾아 나섰다.

무릎 보호를 위해 송림제화의 고가 수제 등산화까지 맞췄으나 즐풍에겐 별 효과가 없었다.

물 건너온 잠발란은 트레킹에 적합한 등산화라 암벽이 많은 산을 이용하기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이런 등산화에도 깔창을 넣었으나 예민한 즐풍의 무릎 상태를 만족시키지 못해 신발장에 처박혀 있다.

 

다행히 캠프라인 중등산화는 고가의 수제 등산화나 외산 등산화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

깔창을 추가 삽입하고 스틱을 함께 쓰면 장거리 산행도 충분히 커버할 만큼 무릎의 부담을 덜어준다.

더욱이 쿠션이 있으면서도 바닥에서 전해지는 자갈이나 바위의 원시적 느낌을 차단한다.

그러니 늘 손에 가는 게 캠프라인 등산화다.

 

 

2020.3.24. 화요일 퇴근하며 캠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했다.

캠프라인은 등산화 전문 공장에서 만들어 제품의 질이 좋다.

 

정가는 385,000원인데, 20% 할인해서 308,000원이다.

연중 20% 할인하는 건 소비자 기분 좋으라고 하는 건지 영업 노하우인지 모르겠다.

깎아달라고 해서 1만 원 깎았는데, 현금은 더 깎아준다고 한다.

서비스로 반장갑과 양말을 얻었다.

발가락 사이에 물집 생길까봐 발가락 양말이 아니면 시큰둥한 편이다.

그러니 받아놓고 쓰지않는 양말이 부지기수다.

버프도 줄 수 있냐고 물으니 찾아보더니 없다고 한다.

 

색상은 다크브라운과 네이비 두 종류다.

전엔 늘 다크브라운을 신었는데, 네이비가 잘 나간다기에 즐풍도 이번엔 네이비로 구매했다.

색상을 좀 더 산뜻하고 다양하게 만들면 좋겠다.

 

RidgEdge(릿지엣지)는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 산행에 적합한 접지력을 자랑한다.

북한산이나 설악산, 월출산 등 암릉이 많은 산에서 무난하게 쓸 수 있다.

접지력의 최강자는 5.10(파이브텐) 등산화인데,

바닥이 얇아 장거리 산행할 땐 발바닥이 뜨거워 부적합하다.

두 번 구입하여 릿지를 배운 다음 이젠 캠프라인만 신는다.

5.10를 수입하던 호상사가 지금은 수입하지 않아 다른 경로로 구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발 크기가 250mm인데, 깔창 두 개를 더 깔아야 하므로 265mm를 구입했다.

깔창 두 개 깔고 조금 여유가 있다.

 

상표를 보면 하단 우측에 남녀 공용이라고 쓰여있다.

산에선 등산화를 신은 여성이 남성이 될 순 없으니 중성이란 말씀이다.

왜 아니겠는가?

바위 잘 타는 여성은 남자보다 훨씬 잘 탄다.

 

오른쪽 젖혀진 걸 왼쪽처럼 끈을 위로 당긴 뒤 안쪽으로 밀면 아래쪽 끈이 타이트하게 고정된다.

마나슬루에 처음 적용된 기술이다.

 

아래쪽에서 네 번째 벌어진 벌어진 고리를 안쪽으로 밀면 하단부 전체가 타이트하게 고정된다.

다음 칸은 사진과 같이 엇갈리게 걸면 또 한 번 고정된다.

그다음 칸도 가운데에서 한 번만 엇갈리게 건 다음 그림 원형처럼 되돌아가 마지막 칸에 걸고 쫌 매면

매듭이 거의 안 풀린다.

벌써 세 번이나 연속으로 타이트하게 고정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매듭에서 받는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변한 게 하나 더 있다.

☆는 안쪽과 바깥쪽 모두 같은 높이에 가죽을 댓다.

이 가죽은 복숭아씨 위쪽으로 좀 더 잘 벌어질 수 있게 하여 압박감을 줄여준다고 한다. 

◇는 고무를 덧대 눈·비에 방수가 더 잘되겠다.

 

캠프라인 마나슬루는 등산화 중에서 목이 제일 긴 하이컷이라 장거리 산행에 적합하다.

 

기록을 찾아보니 이 등산화는 2012년 말에 구입했다.

약 7년 5개월 정도 신었다.

깔창을 두 번 간 줄 알았는데, 그 전 등산화를 교체한 것까지 기억이 넘어왔다.

오래 신다 보니 뒤쪽에 재봉실이 뜯어져 벌어졌다. 

 

앞쪽 등산화 끈이 닿은 검은색 가죽도 많이 닳은 게 보인다.

 

이 등산화를 처음 샀을 때만 해도 바위를 탄다고 여기저기 올라다니며

미끄러질까 봐 바위 틈새에 등산화를 집어넣기도 했다.

옆에 긁히고 흠집이 생긴 게 그런 이유다.

 

주인 잘못 만나 긁히고 트고 남들이 보면 거지인 줄 알겠다.

사실, 뭐 두 쪽 밖에 없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오른쪽 신만 닳은 줄 았았더니 왼쪽도 마찬가지다.

이 지경까지 신었으니 즐풍도 참 어지간하다.

 

왼쪽 신은 오른쪽보다 덜 닳긴 했어도 제법 흠집이 많다.

아래쪽 고무도 긁히고 찔리고 말이 아니다. 

 

바닥도 제법 많이 닳았다.

 

앞쪽 발등이 튼 걸 보니 등산화 주인의 성격을 알겠다.

더 이상 쓰기 힘들 때까지 알뜰하게 썼다.

새로 구입한 등산화는 바위를 처음 배울 때만큼 험하게 타지 않으니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새 등산화를 10년 정도 신으면 즐풍 나이 일흔 살이다.

그 등산화도 다 닳아 하나 더 산다면 여든 살까지 신을 수 있겠단 계산이다.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도 무릎이 시큰거리는 데, 여든까지 산행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캠프라인 중등산화는 등산 10년 경력에 벌써 세 번째 구입한다.

많은 등산객이 사용하므로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러므로 사용기는 따로 작성하지 않고 이것으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