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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등산 관련

송림제화 등산화 사용기

by 즐풍 2019. 8. 10.

 

2001년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무리하게 완주한 여파로 무릎이 나가 구두를 신고 사무실에서 걷는

것조차도 무릎이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껴 2-3년은 산에도 못 갈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달릴 수 없다면 걷기라도 해야 하는 데 간혹 가는 등산은 여전히 무릎에 큰 고통을 주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별도 구입한 깔창을 깐 후 어느 정도 무릎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깔창을 두 장씩 깔아야 했기에 공간확보를 위해 발 크기보다 2cm 더 큰 등산화를 구입하다 보니

등산화가 아니라 함공모함을 신고 다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등산화 바닥 창이 너무 단단하면 여지없이 무릎에 신호가 오고 좀 무르면 웬만큼 견딜 수 있으나

산행이 계속되다 보니 때로는 바위나 슬랩도 타야 하기에 릿지용, 트래킹용, 장거리 등산 등

용도에 맞게 구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용도에 따라 구입한 결과, 여러 시련과 고통을 준 등산화도 있고 산행에 도움을 준 등산화도 있지만

만족한 등산화는 별로 없다.

 

그러나 웹 검색과 tv에 나오던 송림제화 수제등산화의 호평이 이어져 한번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하여 송림제화를 찾아 중등산화로 주문하며 족형을 뜨고 발등 둘레 크기 등 제작에 필요한 치수 측정했다. 

그동안 내가 무릎통증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 등으로 쿠션을 더 넣어줄 것을 요청했고

드디어 내 발에 딱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등산화를 인수했다.  

 

선택한 색상은 밤색이지만 처음 보고 검정색이 아니냐고 물을만큼 짙은 밤색으로 전체적으로 투박한 스타일이다.

간지나는 등산화와는 거리가 멀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웬 워커냐고 물을 만한 목이 긴 하이컷이다. 

깔창과 몸체는 전통방식인 실로 박음질한 형태로 나중에 깔창을 교환하기 용이한 형태로 제작되어

상황에 따라 깔창과 바닥을 두어 번만 갈면 본전은 제대로 뽑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

 

 

 

 

발가락 위나 뒤꿈치엔 외부와의 까임 방지나 방수를 위한 토캡(Toe Cap)이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

깔창은 송림제화 문양이 들어간 거로 보아 자체 제작한 것이란 생각이 들며 몸체는 통가죽이다.

구두에 칠하라고 말표 구두약을 주는데, 방수를 위해 왁스를 바르긴 했어도 구두약은 처음이다.  

등산화 끈은 9개의 고리를 걸어야 하는 하이컷이다. 등산화 끈은 여분으로 한 세트를 더 준다. 

 

 

정말 좋으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이 등산화를 구입하고 손이 가는 날은 별로 없다.

처음 얼마간은 제법 신고 다녔지만 가까운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은 릿지할 일이 많으니

릿지용이 아닌 송림등산화를 신을 기회는 별로 없다.

장거리 산행으로는 무거워 별로 맘이 내키지 않는다.

 

구두약을 칠하니 산만 타면 먼지가 내려 앉아 하산할 땐 먼지 투성이라 보기도 불편하다.

등산 후 먼지 털고 구두약을 칠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가 뒤따른다.

이래저래 손길에서 점점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