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14(지하철 산행 순례_05)
2021.2.22. (월) 08:48~15:00(전체 6시간 15분, 1시간 23분 휴식, 등산 거리 9.8km, 평속 2.0km/h) 흐린 후 맑음
등산을 처음 시작하고 가까운 북한산과 도봉산을 다니다 관악산을 다녀갈 기회가 있었다.
이후 연속해서 열몇 번 관악산을 다니며 계곡과 능선을 모두 섭렵했다.
블로그를 만들기 전이라 카메라를 갖고 다니지 않아 사진 한 장 없지만, 한 때의 열정이다.
이제는 그런 열정보다 게으름에 물들지 않기 위해 산행을 이어간다.
평택으로 이사 온 후 몇 차례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성이 좋은 산을 다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산행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곳에 삼성산의 연장인 호암산이 있고, 관악산까지 가려면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젊은 날의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당분간 관악산과 그 연장선 상의 삼성산, 호암산을 골골샅샅 훑어야겠다.
□ 호암산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관악산 서쪽 끝 봉우리,
산세가 북쪽 한양을 바라보는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 해서 호암산이라 불린다.
호암산에는 호암산성과 한우물, 석구상, 호압사, 불영사 등 많은 사적과 유서 깊은 전통 사찰이 있으며,
도심에서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이 중에서 특히 사람들 발길이 잦은 곳은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호암늘솔길’이다.
[출처_금천구청]
호암산 등산코스
지난주 천안의 왕자산, 태조산 갈 때 버스를 놓칠 뻔 해 오늘 일찍 나가려고 했는데,
요즘 쌀값이 올라 컵밥도 덩달아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나오니 이번에도 버스는 건너편에서 신호 대기 중이다.
벌써 신호 받고 들어오는 버스를 타기엔 들고뛴다 해도 거리가 멀어 틀렸다.
날씨가 포근해 다음 버스를 기다려도 다행히 춥지 않았다.
다음엔 이런 얘기 안 하도록 좀 더 일찍 나와야겠다.
어제 들머리를 지도로 보니 정규 등산로 대신 해솔학교 담장을 따라 가면 거리를 단축하겠단 생각이 든다.
현지에 도착하니 즐풍과 같은 생각을 한 등산객이 많은지 살짝 길이 보인다.
생각 없으면 지나칠 오솔길을 탄 덕분에 500m 넘는 거리를 줄였다.
저런 암릉이 보여 일부러 찾아 들어간다.
암장 연습장이다.
암벽을 탄다는 건 늘 긴장의 연속이다.
갑자기 로마군이 전장에서조차 훈련할 때 쓰는 말이 생각난다.
"훈련은 피 안 흘리는 전쟁, 전쟁은 피 흘리는 훈련이다."
훈련은 전쟁 같이, 전쟁은 훈련의 연장이듯 암벽이나 릿지도 전쟁처럼 목숨 걸고 할 일이다.
암장을 끝내고 바위 위로 올라가 전체를 조망한다.
오늘 하루 종일 맑은 날씨란 예보를 믿고 나왔는데, 아침 내내 안개와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날이 따듯하니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예전에 호암산 왔을 땐 바위를 별로 보지 못했다.
오늘 보니 호암산도 삼성산이나 관악산만큼 바위가 많은 산으로 생각을 바꾼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서 보니 부부가 마주 보는 형상이다.
바위로 가는 길은 호기심 많은 선답자가 많아 이리저리 길이 잘 나 있다.
이 바위를 옆으로 돌아 올라갔으나 위쪽은 바위가 너무 높아 오를 수 없다.
게다가 흑산이란 생각에 트래킹용 등산화를 신고 와 굳이 모험을 하지 않고 내려왔다.
다른 바위에 올라가서 본 꼭대기 모습
신랑각시바위(사랑바위)
옛날 호암산 아랫마을에 믿음직한 총각과 어여쁜 낭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양가 집안이 대대로 앙숙으로 지내 온 터라 부모들은 이들의 관계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과 혼인시키려 했다.
낭자는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못 이기고 깊은 밤을 틈타 집을 뛰쳐나와 산에 올라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총각은 사랑하는 낭자를 찾으러 칠흑같이 어두운 산을 헤맨다.
그러던 중 산 중턱 절벽 위에 홀로 서서 세상을 하직하겠노라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낭자를 발견한다.
나뭇잎은 스산한 바람이 흔들거리고 달빛은 그제야 휘황찬란하게 비치는 절벽,
그 앞에서 만난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닦아 주며 달님에게 세상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맹세 기도를 올리며 밤을 지새운다.
절절하고 애절한 이 여인의 사연은 마침내 달님에게 전달되었다.
달님은 진실된 이들의 사랑에 감동받아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도록 그 자리에 마주 보며 우뚝 선 바위로 만들어 주었다.
이후 산 아래 마을 선남선녀들이 이곳을 찾아 손을 맞잡고 사랑을 고백하면 혼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 후 이곳을 찾아 기도를 드리면 옥동자를 점지해 주었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는 행복한 가정을 성원해 주었다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안내문)
건너편에 마련된 조망대에서 보니 부부가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불영암 경내로 들어선다.
건너편 관악산 팔봉능선 아래엔 불영사가 있더니 호암산에 불영암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한우물에 부처님 그림자라도 비쳤길래 지은 이름인가?
목어와 동종을 마련한 종각
한우물(제1우물지)
'큰 우물' 또는 '하늘 못(天井)'이라는 뜻으로 서울 호암산성 안에 있는 두 개의 연못 중 하나이다.
통일신라 시기에 길 17.8m, 너비 13.6m, 깊이 2.5m 규모로 만들었으며,
조선시대 서쪽으로 약간 이동하여 길이 22m, 너비 12m, 깊이 1.2m의 규모로 증축했다.
현재 물이 있는 부분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이며,
1991년 2차 보수 정비공사에서 통일신라와 조선시대 두 시기의 연지를 함께 복원하였다.
문무왕 때 당나라 전쟁에서 대비에 축조한 것으로 보이며,
임진왜란 때는 선거이(宣居怡) 장군이 왜군과 전투를 하면서 이 우물을 군용수로 사용하였다고 전한다.
한편, 조선시대 건국설화와 관련하여 방화용이라는 설도 있으며 가물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남벽 상단에서 석구지(石狗池)라는 글자가 새겨진 석재가 뒤집힌 채로 발견되었다. (안내문)
한우물 위쪽 담장에 봄이 오고 있다.
석구상(石狗像)
석구상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경기읍지(京畿邑誌)의 시흥읍지」에 있다.
호암(虎巖)이라는 바위가 현의 진산인 금지산(금주산, 지금의 호암산)에 있는데,
그 모양이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닮아서 한양으로 도읍을 삼을 때 이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바위의 북쪽에 돌로 만든 사자를 묻고 남쪽에는 돌로 만든 개를 묻었다고 전한다.
과거의 해태상이라 부르기도 했으나 그 형태가 개의 가깝다고 하여 석구상이라고 부른다.
1990년 제1우물지 발굴조사 당시 조선시대 건축물에서 석구지(石狗池)라는 글자가 새겨진 석재가 발굴되었다.
석구상의 크기는 길이 1.7m, 폭 0.9m, 높이 1m가량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발과 꼬리 부분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안내문)
관악산, 삼성산, 호암산 올 땐 돌산에 무난한 캠프라인을 착용해야겠다.
"또 무너졌구나..”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며 한양에 궁궐을 세우려 했으나 그 궁궐이 밤마다 무너졌다.
전국의 장인들이 모였음에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깊은 어둠 속에서 반은 호랑이 반은 알 수 없는 형체의 괴물이 나타났다.
태조의 군사들은 화살을 쐈지만 그 괴물은 화살을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이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그날 밤 침실에 들어선 태조는 절망했다.
“한양은 내가 도읍할 곳이 아닌가 보다..”
그때 태조 방 밖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입니다”
깜짝 놀란 태조가 밖으로 나가보니 달빛 아래 흰 수염의 노인이 서있었다.
그 노인은 한강 남쪽의 한 산봉우리를 가리켰는데
그 산봉우리는 궁궐을 무너트리던 괴물 호랑이의 머리를 하고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호랑이의 약점은 꼬리이니 저 산봉우리의 꼬리 부분에 절을 지으면 만사가 순조로울 것입니다”
태조는 그곳에 절을 짓기 시작했고 그 절을 호압사(虎壓寺)라고 명하였다. [출처_금천구청]
호랑이의 꼬리에 절을 지어 누름으로써 호랑이의 기운을 꼼작 못 하게 한다는 호압사 전경이다.
호암산엔 정상 표지석이 없어 정상이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쯤 되지 않을까 싶다.
민주동산 국기봉이다.
관악산 삼성산 11국기봉 볼 때 민주동산 국기봉도 포함된다.
관악산 삼성산 11국기봉이 궁금하면...
바위에 놓인 기다란 바위는 무슨 형상일까?
잠시 후 건너편 능선의 바위를 보기 위해 잠깐 내려간다.
민주동산 한켠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보는 주변 풍경
건너편 능선으로 내려와 보는 민주동산 전망대 방향이다.
이 바위가 한양을 노려보는 호랑이 형상인가?
궁금했던 능선의 바위들
관악산 기상 관측 장비
이 장비는 산악지역의 기온, 바람, 강수량 등을 관측하여 실시간으로 산악 날씨를 제공한다.
산악 날씨는 평지보다 바람은 약 3배 강하고, 일 최대 강수량은 약 2배가 많다. (안내문)
귀여운 고래새끼 같다.
다시 보는 민주동산 태극기
올라올 때 자 능선을 탔는데, 여기서 보니 바위 절벽이 제법 길다.
궁금하니 건너가 보기로 한다.
궁금했던 바위 절벽은 이런 바위가 담장처럼 길게 연결되었다.
이곳 호암산에 "바람 하는 사람들"이 만든 암장은 족히 100여 m나 될 만큼 기다란 암장 훈련장이다.
북한산 인수봉이나 노적봉이 암벽의 성지라면 호암산은 입문자를 위한 성지인 셈이다.
남녀 두 명이 이곳에서 여성이 오르는 것을 지도하고 있다.
날씨가 풀리며 주말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겠다.
이 바위 넘어 제법 많은 바위가 산재된 걸 내려가며 알았다.
다음 기회가 되면 그 바위들을 봐야 하는데...
궁금했던 바위들...
암장을 지난 후 길이 있는 듯 없는 곳을 지나 경인교대 뒤 산을 깎은 절개지 중간에 난 길을 이용해 탈출한다.
절개지는 안전등급 C를 받은 곳으로 위험하니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비가 많이 올 때 위험하긴 하겠다.
절개지 중턱으로 난 이 통로를 이용해 탈출한다.
방금 지나온 통로는 맨 위 나무 사잇길이다.
호암산 오르며 처음 만났던 암장
새롭게 시작할 관악산, 삼성산, 호암산의 첫 일정을 끝냈다.
몇 번을 다녀야 이 산군의 면면을 속속들이 알지 모르겠다.
중간중간 다른 산도 다니며 한 군데 올인하며 느끼게 될 지루함도 걷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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