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64
2020.9.21. (월) 12:07~16:04(전체 거리 6.8km, 세 시간 57분 산행, 휴식 35분, 평속 1.9km/h) 맑음
오전에 세 시간 30여 분 동안 남양주 천마산을 탐방했다.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산이나 식사가 부실해 하산할 때 배가 고프다.
오후에 산행할 남양주시에 있는 수락산 들머리인 청학동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막상 청학동에 들어오니 마땅한 식당은 없고 빵집과 찻집만 눈에 띈다.
고깃집은 있었으나 산행 전에 들어갈 형편은 아니다.
길옆에 있는 중국집 간판을 보고 들어왔으나 오래전부터 영업을 접은 듯 보인다.
마침 하산하는 등산객에게 올라가는 길에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매점에서 라면과 부침개를 판다고 한다.
올라가며 매점을 만나면 라면과 부침개라도 먹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산길을 걷는데 오른쪽에 향로봉을 감싼 암봉이 멋지게 보인다.
등산 앱을 보니 오른쪽으로 점선으로 난 길이 보인다.
산행지도에서 점선은 어려운 코스로 등산객은 잘 안 다니지만, 대체로 풍광이 뛰어난 곳이 많다.
망설일 것도 없이 점선을 따라 걷다 보니 길인 듯 아닌 듯 헷갈린다.
길 없는 곳으로 들어섰으니 허기를 채울 방법은 애당초 틀렸다.
허기를 느낀 지 한 시간도 넘었고 매점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굶어 죽더라도 전진밖에 없다.
배낭 속 작은 봉지의 말린 견과류를 하나 꺼내 먹으며 물로 배를 채워 허기를 속인다.
나머지 한 봉은 칠성봉 언저리에서 먹을 생각이다.
□ 수락산
행정구역상 남양주시, 의정부시, 서울 노원구에 걸쳐 있다.
서쪽으로 북한산, 도봉산, 남쪽으로 불암산이 위치하는 산으로 높이 638m이다.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서 물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서 수락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남양주 시청 홈피)
수락산 등산코스
오전에 오른 천마산 산행기
향로봉을 품고 있는 저 암봉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낸다.
이 암봉 왼쪽에 작은 기와집 한 채가 있으나 지금은 빈집이다.
왼쪽에 있는 굴은 예전에 기도터로 쓰인 흔적이 남아 있다.
집 앞 공터에서 한입거리도 안 되는 견과를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신다.
그늘지고 습기가 많아 모기가 극성이라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생김새가 제법 멋지다.
이 바위로 오르기 힘들겠단 생각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소리 바위 쪽으로 이동한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곳에 웬 로프가 있을까?
자세히 보니 와이어로프다.
내원암으로 물건을 보내는 삭도의 와이어로프가 끊어져 늘어진 것이다.
바위 위로 삭도를 연결한 와이어로프가 보인다.
좀 전 아래쪽에서 봤던 바위의 옆모습
내원암으로 연결된 삭도의 지주(支柱)에 새로 설치한 와이어로프가 걸려 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장군봉이 맨 아래 보인다.
내원암
오늘따라 수락산 정상이 멀게만 느껴진다.
드디어 향로봉 소리 바위에 도착했다.
괜히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길 없는 구간을 감각으로 돌고 돌아 올랐으니 안심한다.
향로봉 대슬랩
제일 높은 곳의 영락대와 오른쪽 고래바위가 보인다.
고래바위는 영락대 방향으로 토끼가 웅크린 모습에 더 가깝게 보인다.
평소라면 이들 바위를 모두 올라가겠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기차 바위 구간도 패스
영락대를 지나 칠성대 도착 전에 하나 남은 견과류 가공품을 한입에 털어 넣는다.
전체 거리의 1/3 지점으로 정상이 멀리 않고, 어쩌면 정상에 아이스께끼 장사가 있을지 모르겠다.
평소 주말이면 늘 있는 곳이니 오늘도 있으면 아이스께기로 허기를 달랠 참이다.
칠성대도 보는 둥 마는 둥 그저 사진만 찍고 이동한다.
칠성대에서 약간 우회하여 올라가야 하지만, 시간과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이 바위를 가로지른다.
두 개만 보이던 혹도 여기서 보니 네 개가 뚜렷하게 보인다.
칠성대(七星臺)가 이런 한자가 맞다면 저 혹 하나에 별 하나란 의미가 있다.
잘 찾으면 세 개를 더 찾을지도 모르겠다.
멀리 불암산이 보인다.
이번 주에 저 불암산도 바람처럼 스치듯 다녀와야겠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메뇨?
오른쪽 정상에 도정봉이 살짝 보이고, 더 오른쪽 바위는 미륵봉이다.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장암 주공아파트로 하산하게 된다.
수락산 정산인 주봉을 눈 앞에 두고 마지막 계단 앞에서 잠시 쉰다.
다시 일어나 천천히 계단을 오르니 꿈에 그리던 아이스께끼 장사가 있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장사가 구세주처럼 느껴진다.
맥주도 있긴 하나 술을 못 먹으니 아이스께끼를 천천히 하나씩 먹는다.
더 먹으면 배탈이 날지도 모르니 세 개로 땡친다.
당분이 들어간 데다 어느 정도 포만감도 있어 견딜 힘이 생긴다.
이제부터 하산길이니 내려가는 건 잠깐이다.
평일이라 정상에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상을 등산객 없이 이렇게 앞에서 찍기는 처음이다.
앞에서 정면을 찍는 모습보다 옆에서 이렇게 찍어야 그림이 더 멋지다.
늘 이 자리에서 찍는 게 습관이 됐다.
철모바위
평소엔 늘 이 바위를 지나왔는데, 오늘은 쉽게 뒤로 돌았다.
멀리 배낭 바위와 철모 바위도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 미션인 장군봉이다.
장군봉 위에 장차 장군이 될 아기 코끼리가 앉아 있다.
등산로로 오가면 저 아기 코끼리는 절대 볼 수 없으니 앞쪽에 있는 바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다.
하강 바위는 뒤쪽으로 넘어가 작은 바위틈을 지나 나온다.
하강 바위 뒤쪽 바위틈
남근 바위라고 하는 데, 이렇게 짜리 뭉툭하고 못생겼을까?
조즌 조까치 생겨야 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건너편 도솔봉은 생략한다.
이 치마바위를 끝으로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치마바위 뒤엔 이렇게 계단 모양의 바위를 밟고 내려간다.
매번 화려한 앞으로만 다녔는데, 의도치 않게 원점 회귀하다 보니 이런 모습을 만난다.
하산 구간은 구비구비 돌고 돌아 내원암 방향의 은류폭포로 하산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엔 특별히 담을 만한 풍경이 없다.
내려가며 어느 바위에 걸린 로프는 꼼꼼하고 촘촘한 간격으로 매듭을 지었다.
성의가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이다.
은류폭포
이제 청학 비치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데, 그 틈을 이용해 누군가 자기 이름을 새겼다.
잘나지도 못한 이름이 이 바위에 오명으로 남는다.
암반 위로 흐르는 개울물
오후에 남은 시간이 아까워 잠시 들린 수락산이다.
어찌하다 보니 허기진 상태에서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견과류 가공품으로 허기를 속이고 산행을 감행했다.
어머니 젖도 귀해 어려서부터 부실하게 커 조금만 배가 고파도 못 견디는 체질이라 생고생했다.
그나마 정상에서 아이스께끼로 당분을 섭취하며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견과류 가공품 두 봉지에 의지해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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