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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는 제주 무수천(無愁川)계곡 ①

by 즐풍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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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일)  07:19~17:39 (탐방 거리 20.3km, 10시간 20분 탐방, 1시간 18분 휴식, 평속 2.0km/h) 흐림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계곡이 무수천이다.

무수천(無愁川) 계곡이 얼마나 멋진 곳이기에 이곳에 들면 세상사 근심 걱정을 다 잊을 수 있을까?

10월 30일 오후에 제주에 들어와서 2주가 지난 뒤에야 무수천 계곡에 발을 디딘다.

무수천 계곡은 감히, 섣불리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지금껏 미루어 온 것이다.

 

이 계곡은 어렵다는 블로그를 봤기에 선뜻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 험한 설악산 용아장성이나 다른 비탐 지역을 수없이 다녔으면서도 무수천 계곡만큼은 남겨 놓고 싶었다.

그래야 무수천을 핑계 대고 언제든 또 제주를 찾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도 있다.

이제 제주를 떠나야 할 시간도 많지 않으니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어제까지 16일 동안 서귀포와 그 주변을 탐방했다.

교육원이야 어차피 서귀포에 있으니 5일은 어쩔 수 없이 묶일 수밖에 없어도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간에 효돈천 탐방 3일, 회수천, 동회수천, 강정천, 도순천, 고지천, 영천계곡, 안덕계곡을 탐방했으니

이제 제주도의 계곡엔 어느 정도 도가 튼 셈이다.

 

누군가 계곡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제주의 계곡을 보지 않고 제주를 봤다고 말해선 안 된다.

이런 계곡은 제주의 역사와 지형을 떠나 영겁의 세월 동안 물과 바람에 부대껴 만들어진 계곡이다.

그런 천혜의 계곡에 빠지면 웬만한 산은 눈에 차지도 않는다.

 

 

□ 무수천

 

계곡에 들어서면 속세의 근심이 사라진다는 무수천(無愁川)이라 하고
평소엔 물이 거의 없는 건천이라 無水川이라 쓰기도 하며,

머리가 없는 하천이라 하여 無首川,

지류가 수없이 많아 셀 수 없다는 無數川 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건천이긴 하지만, 폭우가 내리면 계곡 특성상 급류가 흐르는 특성을 갖는다.
무수천 8경은 1~4경은 광령교 아래, 5~8경은 광령교 위쪽으로 위치한다.


 

광령교 인근에 주차하고 광령교에 도착해 다릿발 아래를 보니 기가 막히게 멋지다.

광령교 교각은 폭포 위 암반에 세워져 저 폭포를 온전히 보려면 천상 내려가야 한다.

어딜 둘러봐도 계곡 양 옆으로 내려갈 공간이 없다.

계곡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니 애월읍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제주시와 애월읍 경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광령교인 셈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길로 제법 걸을 때까지 계곡과 닿은 곳은 높은 철망 펜스가 쳐졌다.

280m를 내려오니 펜스에 철문이 달렸는데, 빗장만 걸었을 뿐 열쇠로 잠그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빗장을 잠근다.

 

들어가기 전 제주시장의 경고문을 보니

· 호우로 하천 범람 시 위험하니 하천을 횡단하지 마라.

· 하천에는 웅덩이 등 위험한 곳이 있으므로 어린이나 노약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자.

· 하천에 각종 오물, 잡재물 투기 등 환경오염 및 훼손행위, 무단점용 행위는 법에 의거 처벌받는다. 고 되어 있다.

 

이 말은 비가 오지 않으면 들어가도 되는 데 책임은 각자에게 있다.

산이든 계곡이든 조심해야 한다.

 

처음 만나는 풍경부터 멋진 풍경에 환호가 터진다.

 

물은 이 웅덩이 옆으로 흐른다.

거대한 바위가 웅덩이를 만든 모습이 절경이다.

 

웅덩이는 여러 개가 있다.

 

계곡 깊은 곳으로 물이 고여 있다.

 

계곡을 만나자마자 상류로 오를 탈출로가 없다.

물은 깊이를 모르겠고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우측 바위 턱으로 진행한다.

진행하다 보니 경사가 가파르고 이내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다.

결국 후퇴해  중간지점의 물속에 고개를 내민 바위를 딛고 건너편 절벽을 오른다,

올랐던 절벽은 북한산 비봉의 굴통바위 정도의 난이도를 가졌다.

 

어렵게 오르고 보니 누군가 가느다란 자일을 나무에 돌려놓았다.

맨손으로 오를 수 있는 사람만 오르고 못 오르면 돌아가란 뜻일 게다.

 

좀 전에 포기한 건너편 바위다.

 

바위 좌측으로 발 딛기도, 손으로 잡을 곳도 마땅치 않다.

 

막 지나온 곳

 

막상 건너편으로 올라왔어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여전히 어렵다.

결국 이 바위틈으로 지나가야 한다.

 

좀 전에 포기했던 곳

 

 

 

용암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간 층이 높게 보이고 바위가 산재했다.

 

 

 

다리 교각이 폭포 상단에 설치된 게 보인다. 

우측 폭포는 인위적으로 후벼 판 듯 보여도 자연적인 것이다.

 

 

 

무수천 8경 중 제4경에 해당하는 영구연이다.

물에 비친 하얀 것은 다리 위로 드러난 하늘의 반영이다.

 

막상 영구연까지 올라오긴 했으나 폭포를 올라갈 방법이 없다.

기껏 고생하며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 다리 위쪽부터 시작하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폭포 위를 살펴보니 교각 옆으로 Y자형 로프가 걸렸다.

높이는 대략 15m 정도

흙속에 드러난 돌이나 바위를 잡고 오를 수는 없다.

로프가 끝나는 지점에 용암과 흙 사이에 기어갈 정도의 홈통이 파였다.

우측 끝 제일 낮은 지점에서 흙을 밝고 올라가는데, 습기를 머금어 무척이나 미끄럽다.

포기하고 내려오려는데, 천장의 현무암 바위가 오돌토돌한 게 거칠어 손에 잡기 좋다.

이 현무암 천장을 잡으며 오르다 보니 뽕나무 한 그루가 자라며 길을 막고 있다.

배낭을 벗어 앞쪽으로 밀려 겨우 교각에 도착하며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막상 교각에 도착하니 살 떨리는 높이인 12~13m 정도다.

양쪽 쇠고리에 묶인 3m 정도의 Y자형 로프는 가늘어도 내 체중은 충분히 견디고 남는다.

Y자 만나는 지점을 오른손으로 잡고,

맨 아래 바위틈에 발을 딛으며 체중을 실어 오르며 나무판이 끝나는 지점의 바위틈을 왼손으로 잡았다.

왼손으로 체중을 감당하며 오른발을 Y자 교차지점에 발을 딛고

오른손으로 위쪽 바위를 이리저리 쓰다듬어도 홀더가 없다.

이런 젠장, 무거운 배낭에 체중까지 발 하나로 감당하자니 쥐가 날 지경인데, 손으로 잡을 홀더가 없으니 죽을 지경이다.

오른손에 잡히는 게 없으니 왼손은 움직일 수 없어 진퇴양난이다.

결국 오른발에 힘을 주어 상체를 위로 밀며 가슴을 바위 위로 올렸다.

무겁던 배낭이 오히려 무게중심을 상체에 집중시켜 떨어질 염려는 면했다.

이후부터는 순조롭게 2차 관문을 통과하고 보니 죽기 살기로 체력을 다 써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사지에서 살아난 느낌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체력이 방전돼 갈 길이 걱정된다.

 

교각으로 이동한 공간 

 

위에서 다시 본 영구연

 

영구연으로 물이 빠지는 폭포의 물길 

 

광령교는 영구연 위 암반에 교각을 세워 천년만년 무너질 염려는 없다.

다리를 빠져나오자 왼쪽 제방에서 무수천으로 내려오는 길은 모래가 깔려 어린아이도 내려올 정도로 쉽다.

그걸 보는 순간 헛웃음이 나온다.

저렇게 쉬운 길을 두고 죽을 고생을 했다니...

 

 

무수천 8경은 광령교를 중심으로 아래쪽에 1~4경, 위쪽에 5~8경까지 있다.

차라리 월대천을 거슬러 올라왔으면 무수천 8경을 제1경부터 순서대로 밟아오는 건데,

월대천은 전혀 다른 계곡이라 생각해 광령교부터 시작했다.

계곡 탐방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시작하다 보니 늘 좌충우돌이다.

외도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월대라는 대(臺)가 있어 월대천이라 불리는 데

무수천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천이 지역마다 이름을 달리한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월대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결국, 다음날은 월대천에서 시작해 광령교까지 왕복하며 무수천 계곡을 관통했다.

 

 

 

병풍처럼 늘어선 용암이 격랑의 폭우를 막아선 방패처럼 보인다.

창과 방패의 대결인 듯 보인다.

 

 

 

큰 잉어 한 마리가 바위틈에서 눈을 껌벅이며 동정을 살피는 느낌이다. 

 

아니면 바위의 콧구멍인가?

 

용암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함을 보인다.

이런 풍광을 보며 탐방하다 보면 세상사 모두 잊고 주변 풍경에 매료되니 무수천이 빈말이 아니다.

 

 

 

바위가 떨어져 나간 면의 색상이 아직 뚜렷한 걸 보면 몇십 년 내지 몇백 년 밖에 되지 않았겠다.

저렇게 트럭만 한 낙석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

 

물길을 막아서며 흐름을 반 박자 늦추는 바위의 위용

 

 

 

바위 밑으로 난 작은 굴도 보인다.

 

거센 물살에 맞설 바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여기선 암반에 거칠 것이 없으니 고속도로 달리는 느낌이다.

 

 

 

거센 물살이 이 바위를 치고 나갈 때 파편 튀듯이 물방울이 튀어 오르겠다.

 

도미노로 무너지며 차곡차곡 쌓인 바위

 

 

 

 

 

반쯤 열린 대문 같다. 

이 열린 문으로 아우성치며 내려갈 물길이 상상된다.

 

 

 

바위에 형상이 저승사자 같기도 하고 도깨비 같기도 하다.

무심천에서는 종종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오기도 한다.

오늘 같은 건천일 땐 덜하지만, 비 온 뒤엔 바위가 미끄러우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제주 여행은 제법 다녔기에 볼만한 덴 다 봤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계곡 탐방을 하며 제주를 알기엔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은 계곡을 다 돌고, 올레길, 탐모라질(해안둘레길), 절로 가는 길 등 수많은 길을 연결해야 한다.

그 길을 걸으며 만나는 여러 명소와 풍광도 눈여겨 둬야 한다.

 

저 좁은 문으로 쏟아져 나올 물의 압력은 소방호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 정도 되지 않을까?

 

 

 

 

 

물은 낮은 데로 흐르니 태초 이래로 이 계곡에 있던 흙은 모두 쓸려 나갔다.

드러난 곳이 이렇다면 제주에 모든 흙이 없다면 모두 이런 풍경이겠다.

 

 

 

 

 

폭우가 쓸고 갈 때 돌 구르는 소리가 반주로 들리겠다.

 

 

 

 

 

천지연폭포나 정방폭포는 그 하나로 족하지만, 무수천 계곡은 수없이 많은 비경의 연속이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 이곳에 들면 온전히 내 세상이다.

 

무수천 계곡에 악어가 사는 느낌이다.

그저 등뼈만 내놓고 먹이가 오기만 기다리니 그대 이곳에 빠지지 말지어다.

 

 

 

 

 

 

기기묘묘하게 흐른 용암의 모습이다.

 

 

 

 

 

바위가 커 산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곳은 작은 단차를 보여 소요돌이 치며 떨어질 계류를 생각한다.

 

작은 폭포 아래엔 여전히 물이 고여 주변 동물의 갈증을 씻어주겠다.

 

 

 

 

 

 

 

무수천계곡 주변으로 탐방로도 있다.

탐방로와 병행해 걸으며 중간중간 들어오면 보다 쉽게 탐방할 수 있다.

 

 

 

이런 바위가 한 군데로 모아진 걸 보면 물살의 위력이 짐작된다.

 

무수천은 비경이 그득하다 보니 사진도 많다.

사진을 버린 게 남은 것보다 4배는 많다.

추리고 추렸어도 양이 많아 적당히 볼 수 있게 3부작은 연재할 예정이다.

이 3부작은 첫날에 한정되고,

다음날 월대천에서 광령교까지는 별개이니 적어도 5부작 내지 6부작이 예상된다.

그만큼 무수천은 볼거리가 많은 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