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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걷는 동안 근심 걱정이 사라진 제주 무수천(無愁川)계곡 ②

by 즐풍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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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일)  07:19~17:39 (탐방 거리 20.3km, 10시간 20분 탐방, 1시간 18분 휴식, 평속 2.0km/h) 흐림

 

 

무수천계곡을 제4경 영구연부터 오르며 첫머리에서 15m 정도의 폭포 상단 중 3m를 오른다고 진이 다 빠졌다.

그 긴 계곡을 어떻게 갈까 걱정했으나 이내 남은 체력이 보충되며 평상시 체력으로 돌아왔다.

광령교 다리를 지나자마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보며 허탈한 순간 힘들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김용의 소설 영웅문 등 수없이 많은 무협지를 읽었어도 운기조식을 할 줄 모르는데, 평상으로 돌아오다니 놀랍다.

 

계곡의 비경에 심취하다 보니 자연의 기가 모여 홀로 걷는 즐풍의 몸으로 스며든 모양이다.

자연에서 받는 기운은 이렇게 한없이 크고 위대하다.

주변 풍경을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충전되고 새로운 힘이 솟으니 말이다.

그러니 무수천을 걷는다는 건 새로운 에너지를 자신의 몸안으로 무한히 충전하는 것이다.

 

바위의 기운은 강한 양기로 분류되고 물이 흐르는 계곡은 음기로 설명된다.

무수천은 양기와 음기의 기운이 뒤섞인 채 기다리다가 즐풍이 들어오자 일맥상통하며 기혈과 통한 것이다.

몸이 아프거든 산이나 들로 나가자, 자연이 주는 이렇게 크니 웬만한 병은 자연 치유된다.

이제 무수천계곡 끝까지 걷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코로나-19도 거뜬히 이겨낼 힘을 얻는다. 

 

 

 

 

바위는 그동안 받은 햇빛이 농축돼 양기가 가득하고, 푸르른 숲은 왕성한 음의 기운이 넘친다.

이 기운은 지들끼리 뭉치고 흩어지며 세력이 커진다.

 

 

 

그런 기운이 즐풍의 몸 안으로 스며들며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쌓인다.

 

용암이 파도치듯 물결치며 흐른 흔적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하와이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도로까지 흘러내리던 광경이 크로스 오버되며 보인다.

 

이런 바위는 용암이 튀어 오르며 크고 작은 바위를 만들었겠다.

 

계곡에 닿은 숲이라 그런지 나무는 크게 잘 자랐다.

나무가 많으니 공기도 상쾌하다.

 

625 전쟁 때 피난 가다 풍찬노숙할 땐 낮동안 데워진 바위에서 자면 따듯했다고 한다.

요즘 같이 추울 땐 오히려 몸이 찌뿌듯한 게 입 돌아가기 딱 좋다.

 

이런 바위를 만나면 걷기가 많이 불편하다.

 

 

 

겹겹이 층을 이룬 용암이 흐른 흔적 

 

 

 

양변기에 실례를 한 분변 같다.

 

너희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냐?

 

 

 

상류로 갈수록 더 크고 거친 돌이 가로막는다.

이건 약과다.

지난 11월 31일 한라산을 관음사 코스로 내려올 때 한천의 단풍에 혹해 한천계곡으로 내려섰다.

그때 산만한 바위에 놀라 탈출한다고 무진장 고생했다.

 

 

 

 

 

큰 바위를 헤치고 이렇게 크고 작은 자갈을 보니 귀엽다.

자갈자갈 거리며 잘 굴러가거라.

 

 

 

 

 

용암이 만든 비경은 비슷하거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즐겁게 한다.

 

 

 

물살이 세면 용암 밑을 후벼 파 구멍을 남기며 떠난다.

자연이 시간이 갈수록 더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사막의 코끼리가 물을 마시러 계곡에 들어선 느낌이다.

 

 

 

거친 바위에 물까지 있으니 진행은 더디다.

 

아니 여긴 또 웬 굴이냐?

 

용암 바닥이 뚝뚝 떨어져 나간 모습이다.

 

 

 

 

 

 

 

 

 

가끔 이렇게 바위 사이로 통과할 때도 있다.

 

누군가 이곳을 탈출하려고 나무를 기대어 세운 게 즐풍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곳에도 코끼리가 몰려와 갈증을 해소한다.

 

갈증을 해소하고 떠나는 코끼리 무리 

 

 

 

너희도 한국 사람이냐, 웬 몽고반점이 이리도 많으냐?

 

 

 

몽고반점뿐만 아니라 붉은 반점도 있다. 

 

 

 

 

 

 

 

 

 

 

 

돌 아니면 바위 거나 용암 덩어리다.

그 돌덩이 하나로 참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깨지고, 구르고, 엎어진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풍경들이다.

 

 

 

 

 

 

 

 

 

 

 

 

 

 

 

이 작은 몽돌은 상류에서 여기까지 오는 세월이 몇 백 년 걸렸을까?

물 구덩이에 갇혀 구르고 구르기를 수십 년 하다가 겨울 탈출하니 크기가 반으로 줄었겠다.

다음다음 여정으로 이어지며 콩알만 해졌네.

 

 

 

 

 

 

 

바위산이 물줄기를 막아 좁게 흐른 물살은 더 세게 떨어지며 제법 큰 소를 만들었다.

그 물살이 안으로 파고들며 점점 구멍을 확대해 굴을 만드는 중이다.

그 굴이 더 커지면 어느 순간 바위산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리라.

즐풍이 신선이 되어 그때까지 살아볼까!

 

그 바위산을 옆으로 돌아 올라오니 뒤는 물과 바람과 돌에 깎여 제법 반들거린다.

 

물길은 홈통 사이로 크고 작은 돌과 바위를 굴리며 점점 낮게 만든다.

 

 

 

이 굴은 지역 주민의 여름 피서인 모양이다.

안에는 스치로풀 몇 장 깔려 있어 시원한 느낌으로 오수를 즐기기 좋겠다.

 

또 물길 끊긴 폭포를 만났다.

폭포를 만난다는 건 기쁜데, 물이 흐르지 않은 건기라는 아쉬움이 있다.

제주의 계곡을 걷는다면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려 물이 흐르고

해가 반짝 들어 바위가 다 말랐을 때가 최고다.

폭포는 폭포대로 즐기고 계곡은 깨끗한 물이 흐르니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날 1년에 며칠이나 될까?

 

즐풍도 저 나무 디딤대를 발판 삼아 홈통을 부여잡고 오른쪽으로 피아노를 치듯 그렇게 올라갔다.

 

바닥도 모두 용암 암반이기에 물이 증발되고도 이만큼 남았다.

계곡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소천지이다.

 

 

 

 

 

 

 

 

 

푸른 이끼 위로 덮인 붉은 단풍 낙엽, 그 옆에 색 바랜 용암이 조화롭다.

 

 

 

네가 바위를 우려내 이렇게 갈색이냐?

 

 

 

두 개의 눈을 가진 특이한 굴이다.

위는 붉은색 눈매가 특이하고, 아래는 깊고 그윽한 눈매를 보인다.

이런 쌍굴을 어디서 볼 것인가?

 

용암이 힘차게 지나간 흔적 같다.

 

상류로 오를수록 단풍색도 짙어진다.

 

 

 

 

 

 

 

죽었기에 잘라낸 나무일까.

물살에 떠내려 오다 나무에 걸려 꼼짝달싹 거리지 못하고 삭아 없어질 때까지 그 자리의 주인이 되겠다.

 

물길이 용암 바닥을 치고 나가 점점 파여 들어간다.

언젠가 큰일 나겠구나.

 

 

 

사진을 너무 많이 찍었다.

2부로도 모자라 3부로 넘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