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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아리랑 원조의 고장인 정선 백운산

by 즐풍 2019. 12. 16.











2019.12.15. 일  10:09~15:18 (전체 시간 05:09, 전체거리 9.63km, 평속 2km/h)  맑음



2014년 8월 비가 지나간 다음 날 오른 백운산은 찰흙이 등산화에 달라붙어 무진 고생했다.

게다가 안개까지 껴 조망도 별로였다.

5년 지난 이번 겨울엔 낙엽이 져 조망은 좀 더 좋고, 단단하게 언 땅이 발목 잡을 일도 없다.

별로 특징 없는 산인데도 다시 찾는 이유는 단애와 어우러진 수태극의 동강을 굽어볼 요량이다.









사실, 백운산은 동강 할미꽃 축제로 더 많이 알려졌다.

할미꽃 축제가 시작되면 전국의 내노라하는 진사가 다 모여 이곳 백운산 자락은 연중 가장 바쁠 때다.

그때 할미꽃도 보고 백운산도 타고 사람들이 몰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는데, 내년에 또 올까?




정선 아리랑 유래


백운산을 휘도는 동강을 거슬러 오르면 병방산 스카이워크 인근에선 조양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조양강은 정선읍을 지나 북평면에선 여울이 좁아져 골지천이란 명칭으로 강등된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흐르는 물은 태백산은 물론 두타산, 청옥산 등 주변에 산재한 산천의 물은 골지천으로 흐른다.

북쪽 오대산과 선자령 등에서 흘러서 온 송천은 아우라지에서 합류하며 아우라지 선착장이 생겼다.

아우라지의 뜻은 벌어진 두 가랑이가 하나로 만나는 것처럼 두 지천이 합쳐지며 아우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일제 강점기 때 아우라지 선착장에선 양쪽 지천에서 흘려보낸 수많은 원목과 함께 사람들로 붐비게 된다.

원목은 6동이나 7동을 한 바닥으로 해서 다시 한 바닥에 12동 내지 15동 뗏목으로 묶여 송파, 노들, 마포나루까지 나르게 된다.

당시 정선군수 월급이 20원일 때 떼꾼은 정선에서 영월까지 떼 한 바닥 타고 그곳 강 주인에게 넘기면 30원을 받았다.

그런 뗏목으로 번 돈이 군수 월급보다 많아지자 '떼돈 번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떼꾼은 서슬 퍼런 여울을 잘못 지나다 빠져 죽기 일쑤였기에 떼돈은 사실 목숨값인 셈이다.   

이런 떼꾼과 뱃사공의 한이 얽힌 노래가 정선아리랑의 발상지가 되었고, 이후 아리랑은 지역적 정서를 더 해 전국에 퍼졌다.

고은의 "정선 아리랑"에 나오는 아우라지와 "떼돈 번다"는 유래다.

산행 들머리는 점재 나루터다.

예전엔 이곳에 나루터가 있어 배로 이동했는데, 지금은 다리가 놓인데다, 도로가 좋아져 더 이상 나루터는 필요치 않다.

뗏목을 운반하던 물줄기도 1957년 태백산 열차가 생기면서 수운(水運)기능은 잃고 다시 오지로 바뀌었다.  





저 암릉 우측으로 올라가면 바위타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위험한지 마을을 한참 질러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이 암봉능선을 개발하면 백운산 정상까지 가는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두 번째 암봉인 이 암봉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비탈을 치고 올라 능선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올라야 정상 가는 길이지만, 왼쪽 암봉에서 보는 전망이 좋으므로 들리는 게 좋다. 




산비탈을 치고 올라와 삼거리에서 좀 전에 말한 암봉 전망대에서 보는 정상가는 봉우리다.

정상갈 땐 저 암봉 왼쪽 암봉을 타고 오르게 된다.

이 백운산에 무슨 미련이 있는지 어느 산악회에서 20명도 넘게 단체 신청을 해 어렵지 않게 만석이 됐다.  




역광인게 아쉽다.




태양이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이 아니니 한낮인데도 이런 역광으로 제 모습을 볼 수 없다.

동강의 최고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연계곡도 오늘은 역광에 막혀 제모습을 보기 어렵다.
















백운산 정상이다.

점재나루가 해발 288m인데 정상은 882.4m이다.

약 594m를 치고 오르면 되니 별거 아니지만, 워낙 경사가 가파른데다 3km로 거리가 짧아 힘들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 31분 걸렸으니 보통 산행속도이지만, 한번도 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제법 시간이 걸린 셈이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하산한다.

내려가다 보니 약 10여명의 회원이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다.

일찍 알바를 알아차렸으니 다행이지 잘못하면 큰일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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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참나무던가?

제법 큰 나무로 이쪽은 졸참참나무 군락지다.




동강은 구절양장처럼 산에 막혀 이리저리 돌고 돌아 유속은 상당히 느려진다.

그러다 복병처럼 단차가 커지며 여울목을 만나면 떼꾼이 중심을 잡지 못해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황천길이다.








하산길은 동강을 막아선 이 암봉 끝으로 봉우리를 넘고 넘으며 산행 내내 동강을 조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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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늘 흰구름이 걸려 있다는 뜻의 백운산은 전국 어느 지역에나 다 있다.

국토지리원에서 발표한 남한의 4,500여 개의 산 중에 백운산이란 이름을 가지 산이 무려 23개나 된다.

백운산만 다 찾아 다닌다고 해도 1년은 후딱 지나가겠다.





백운산은 거대한 돌산이다.

이동하는 동안 석회암 바위는 구들장처럼 갈라지고 쪼개진 곳이 수없이 많다.

그런 바위를 지나며 넘어지지 않게 걸음은 늘 조심스럽다.

게다가 업다운이 많아 짧은 거리인데도, 여느 장거리 산행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홍수가 져 아무리 유속이 빨라도 버티고 있는 백운산은 모두가 암봉이라 부숴지게 때려도 끄떡도 않는다.

그 빠른 유속이 상류의 모래를 싣고 와 강바닥엔 제법 넓은 모래톱을 만들었다.








왼쪽엔 동강의 작은 모래섬인 여의도도 보인다.




이 바위도 수많은 구들장이 차곡히 얹혀졌다.

어린 시절 아궁이 가마솥에 불 때면 뜨끈뜨끈하게 설설끓는 그런 구들장도 주거환경이 바뀌며 이젠 만날 수 없다.

때로는 온돌바닥에 기름 먹인 황토색 장판이 벌겋게 탄 흔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젠 그런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만날 수 없는 추억의 유산이다.








나무에 가려서 흐리게 보이는 암봉엔 안전을 위해 가파른 철계단이 놓였다.




대수롭지 않게 본 돌탑은 사실 이곳에서 30년이란 짧은 생을 마감한 어느 여인의 추모비다.

즐풍도 지난달 월출산에서 자갈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4m 절벽으로 추락한 아찔한 경험이 있다.

암봉이 많은 산에서 조망을 즐기기 위해 절벽 끝으로 갈 땐 정말 칼날 위를 걷는 느낌이다.

생사의 갈림은 순간이므로 산에서 늘 조심해야 한다.




백운산을 산행하는 동안 저런 암봉은 여러 개 잘 지나야 하니 난이도 중상 이상인 산이다.




정선만 해도 청정지역이다.

태백산 검룡소에서 시작 한 물이 오대산이나 선자령 등 산간 오지의 물과 합쳐져 이곳으로 흐른다.

심산유곡의 청정한 물이 흐르니 명경지수처럼 차고 맑다.




지난 번 어느 여름날 비에 젖은 황토가 등산화를 잡아당겨 힘든 줄 알고 이번에 괜찮거니 하고 찾아왔으나 여전히 어렵다.

산세가 워낙 거칠고 가파른데다 구들장처럼 넓직한 돌이 도처에 널려 있어 이를 피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정선 백운산을 등산하려면 마음 독하게 먹고 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백운산 등산하면서 정상에서 식사할 때 잠깐 쉰 거 빼고는 오르내릴 때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중간에 한두 번 쉬었으면 좀 더 여유있고 편한 산행이었을 텐데....




제장마을로 내려왔을 땐 산행 시간으로 주어진 여섯 시간 중 두 시간이 남았다.

시간이 많아 천천히 제장마을의 동강을 둘러보기로 한다.

저 산 뒤로 머지 않은 곳에 하늘다리와 백룡동굴이 있다.

칠족령에서 내려오는 곳 이정표엔 하늘다리까지 1.2km란 거리 표시가 있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왕복 2.4km에 제장마을까지 500m로 총 3km를 걸어야 하는 부담으로 포기했다.




위쪽 조양강은 지천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 모아 동강이란 이름으로 이 구간을 지난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발치를 구비구비 돌아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들어간다.









동강유역은 4억5천만 년 전의 거대한 석회암 지질의 모암층과 2억5천만 년 전의 역암층 및 퇴적사암층으로 구성되었다.

생물학적 원시성과 자연성이 잘 보전되어 있어 학술적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

이 지역엔 멸종 위기종인 백부자, 산작약, 개병풍, 가시오갈피나무와 신종인 동강할미꽃, 중부지방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한국사철란 등의 식물과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인 산양, 수달, 붉은박쥐, 검독수리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 분포한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 등 확인된 동굴만 71개소가 분포하고 있으며,

직경 2km의 돌리네, 60m의 단층, 다양한 습곡 등 특이한 지형을 갖추는 등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다.

정부 및 강원도에서는 이러한 동강유역의 자연경관과 생태보전을 위해 생태·보전지역 및 자연휴식지로 지정하였다. (안내문)






강 건너 암봉엔 작은 동굴이 있다.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안쪽엔 못 들어가게 철망을 쌓은 건지 벽돌을 쌓은 건지 모르지만 뭔가 보인다.

마을 사람이 안 보여 확인할 수 없다.




여긴 생기다 만 좀 더 큰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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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봉우리 하나하나를 다 타고 내려왔으니 제법 재미있으면서도 은근히 압박받는 산행이었다.

동강의 할미꽃이 아무리 희귀하고 멋지기로서니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없을 만큼 힘든 산행이다.










강원도 산골 오지라 낮에 덥고 밤엔 기온이 내려가 이곳 사과밭에서 열리는 사과가 무척 달고 맛있겠다.





이번 산행도 지난번 산행처럼 어렵고 힘들긴 마찬가지다.

날씨가 맑아 조망이 좋겠다싶었으나 겨울이라 해가 낮게 뜬데다 역광이라 동강의 구비치는 굴곡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동강할미꽃 피는 시절에 다시온다면 백운산은 제외하고 백룡동굴 탐방과 하늘다리는 오르고 싶다.